엊그제 동네 어른들께 집들이 식사대접을 했다.

새 집을 짓고 들어온 신고식을 마친 셈이다.

올 1월 부터 설계를 시작해서 연말인 지금 신고식까지 마쳤으니 

올 한 해는 꼬박 집을 짓고 새 집에 정착을 하는 일에 매달린 것이다.


지나고 보니 꿈 같은데

집을 짓는 과정 과정을 지날 때는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작은 집 하나 짓고나서 떠벌리기가 쫌 그렇긴 한데

다비안 분들 중에 혹시 집을 지을 계획이 있는 분들, 특히 시골에 집을 지으실 분들이 계시다면

조언해 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여러 여건을 감안해 직영 방식으로 짓기로 했다.

처음 설계를 구상할 때만 해도 설레고 즐거웠는데 

막상 터를 닦기 시작하자 집 짓는 일이 장난이 아님을 알았다.


기초를 닦고 설비와 전기시설이 시작되고

목조팀장을 위시해 목공팀이 구성되 외관의 뼈대를 올리고

지붕을 덮고 내부 벽을 만들 때 까지만 해도

건축주로서의 품위(?)를 그런대로 지킬 수 있었다. 

허벌나게 밥과 간식을 챙겨주긴 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내부인테리어가 시작되자 어느 것 하나 내가 간과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남편의 감각을 믿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남편이 하던 자재조달이며, 목수들에게 하루하루 지시하는 일이며, 

인부를 구하는 일이며.. 다 내 몫이 되었다.


나중에는 우리 둘다  완죤히 노가다로 뛰었다!

인건비도 당초 예상보다 많이 들고 인부를 구하는 일도 어렵고 해서

몇몇가지는, 남편과 내가 직접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뼈 빠지게 고생"이라는 말 그대로 실제로 남편은 손가락 뼈가 튀어나왔다.ㅠ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사진으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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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 작업 시다바리 하는 중.ㅎㅎ

타일을 붙이는 일은 꽤 재미가 있었다. 이런 단순노동이 나에게는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머리 쓰고 복잡한 일은 못하는데 단순노동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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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주방 개수대는 쓰고 남은 짜투리 타일을 모아 붙였더니 제각각이 됬다.

타일은 고르기도 어려웠지만 면적에 맞게 구입하는 일도 힘들었다.

계산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남고 모자라고... 먼 길을 다시 사러가고...

머리가 영민하게 돌아가지 못하니 몸이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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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타일 붙이기

수평을 맞춰 타일을 붙이고 줄눈을 채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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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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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벽돌 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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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사이 시멘트로 채우기.   

떙볕 더위에 땀이 뚝뚝 떨어졌다. 

여름날 마당은 새까만 모기들로 득시글 거렸다.

햇볕과 모기를 피하느라 맨살을 싸매서 더 덥다. 

이쯤되면 극한직업인 동시에 묵언수행이다.^^

열흘 넘게 4면의 시멘트를 다 채웠다. 그 후론 더웃겨씨가 마누라 다시보기를 하는 것 같다.


집 지어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도 알게 된다. 

어느 정도 허파에 바람이 들었는지. 어떤 걸 선호하는지...

무엇에 약하고 강한지..등등

이번에 알게 된 나란 인간은 

편리한 거 보다도 이쁜 게 좋고...평범한 건 싫고..

은근 과시욕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이렇구나... 

집 짓는 데도 그 면이 살짝살짝 드러났다.

예산의 한계가 계속 태클을 걸었으니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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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 붙이기. 

시멘트 옹벽에 인조석 타일을 붙이고 사이를 메워 넣는 과정이다.

사진을 보니 나 혼자 집을 다 지은 거 같다. 

사실은 이장님한테 도구도 빌리고 어떤 시멘트를 써야하는지 배워가면서 했다. 

집을 지으며 깨달은 것은 이 세상에 어떤 직업도 다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귀하다는 것. 진짜루 일의 귀천이란 없다. 집 짓는 공정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고 필요한 일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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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기의 일등공신이 더웃겨씨.

누더기가 된 남편의 작업복이 말해준다.

멀쩡하던 바지가 요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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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에 주문한 씽크대를 2주일 걸려서 벽체에 붙이는 일과 조립을 완성했다. 

여기에도 공구를 가지고 있는 교회 집사님과 동네 이웃의 도움이 컸다.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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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웃겨씨가 완성한 씽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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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수가 현판을 만들라고 선물하고 간 미송인데

자르기 아까워서 나무로 잎을 만들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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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작품은 다락의 옛 문살문. 내가 좋아하는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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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작업... 현무암을 놓는 일인데 엄청나게 무거워서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다.

저 위에 발코니는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내가 격하게 반대했는데 

남편에게 밀렸다. 나는 아직도 저 발코니를 미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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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당 한구석을 밭으로. 내년 봄 올라올 마늘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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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간 이 작은 집을 짓는 동안 만큼은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혼을 갈아 넣었다.

끝나고 보니 좀 허탈하기까지 한 일인데 말이다.

암튼, 이 집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이들이 수고를 했다.

목수들을 비롯한 타일공 벽돌공, 미장, 페인트, 설비, 전기, 토목... 등 많은

기술자들이 거쳐갔고 그들의 노고가 투입됬다.

인부들을 대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이장님과 이웃들의 도움도 받았다. 

도구도 빌려주시고 지게차도 얻어쓰고. 간식도 가져다 주시고...

더운 날 시원한 수박을 들고 오신 목사님 부부와 

힘들다고 저녁밥을 해 준 노을이네.. 참 고마웠다,


몇몇 다비안의 요구가 있어 집을 공개하긴 했지만 좀 민망하다.

사적인 공간들 구석구석 다 올리지 못했다. 

집 짓는 일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다. 

고생도 했고 성취감도 있었다. 

그리고 십년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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