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섭 목사님, 안녕하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축귀와 치병 사역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목사님께서 기적을 고대인들의 신화적 세계관이라 하셨는데요.
여러 설교와 글에서 불치병과 장애인 치유를 마치 사실처럼 말씀하셨어요.
이것도 초자연적 기적이잖아요?
소생 설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셨는데(물리학의 불가역원리 운운하시며), 축귀와 장애인, 불치병 치유는 사실로 믿는 게 제게는 모순입니다.(똑같은 초자연적 기적이잖아요?)
예를 들어, 설교모음 '예수의 축귀 능력'의 한 대목 중 "예수님은 간질병 아이를 분명히 고치셨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간질병 같은 불치병 치유를 사실로 선포하신 거잖아요?
왜 어떤 기적(물이 포도주가 된 사건, 오병이어, 소생 설화, 물위를 걸으신 일 등등)은 고대인의 신화적 세계관에 속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축귀와 불치병, 장애인 치유 같은 기적은, 똑같은 초자연적 기적인데, 왜 사실로 인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물론 이런 것은 성서의 관심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중요하다는 것 잘 압니다.)
일관적으로 초자연적 기적은 고대인의 신화적 세계관에 속하는 거니, 문자대로 믿는 게 아니라 해석해야하는 걸 강조하시는데, 축귀와 치병, 장애인 치유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수많은 글을 읽고 연구했습니다.)
따지듯이, 트집 잡듯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니 혹시 기분 나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성경 언어는 은유(메타포)라는 걸 전제하고 읽어야 합니다.
내가 딸들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때
"우리 공주가 제일 이쁘더라."라고 말했다고 해서
실제로 딸들이 제일 이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하나님은 전능하시다는 사실을 믿습니다."라고 내가 설교했다고 해서
하나님이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이쁘다는 사실과 전능하다는 말은 은유에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아요.
예수가 공생애 중 많은 병자들을 고치셨다고 내가 기도한다 해서
그것을 문자의 차원에서 사실대로 믿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주님은 실제로 병이 낫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를 낫게하신다는 뜻입니다.
그 근본적인 치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말이 병을 낫게 한다는 표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몸의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온마음 님, 반갑습니다.
제가 "예수의 축귀 능력"이라는 제목으로 두 편의 설교를 했네요.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수가 축귀와 치병 능력을 보였다고 해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자연적인 현상으로 그런 일이 나타날 수도 있고요.
초자연적 기적이다 아니다 하는 말이 성경을 읽는 데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축귀와 치병 능력은 예수만이 아니라
웬만큼 종교적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 나타나는 현상이니
크게 중요한 일도 아닙니다.
축귀와 치병에 관한 성경 보도를 읽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영적인 귀신들림과 장애 현상을 직시하고 예수를 통해서 거기서 놓여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자본주의에 사로잡힌 삶이 바로 현대의 귀신들림이지요.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성경은 뉴스보도가 아니라 영적인 메타포로 읽어야 합니다.
씨 에스 루이스는 성경의 모든 초자연적 기적 이야기를 실제 기적으로 받아들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