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8_103055.jpg


아침에 밭에서 거두어 들인 수확이다. 달걀 두 알, 토마 두 개, 방울 토마토 다섯알,강남콩 몇 알

가지 한 개,옥수수는 거의 다 땄는데 반은 삶느라 솥에 둘어간 상태다.

긴긴 장마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먹거리를 거두어 들일 수 있다는 게 사뭇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오이를 좋아하는데 아침마다 잎에 가려진 오이가 있나 하고 기웃거린다. 그러다 뜻밖에도 

살짝 숨어있는 오이를 발견했을 떄의 기쁨은... 마치 보물을 찾은 느낌이다.

봄에 뿌린 씨 중에 몇개 싹이 나서 자라다가 벌레에게 공격도 당하고 장마에 녹고... 세 그루 정도가 살아남았는데

거기서 몇 개를 따서 먹고 오이지도 담갔다.


말이 나온 김에 오이지와 물국수 얘기를 잠시 해야겠다.

여름을 나는 동안 오이지와 물국수를 많이 먹었다.

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고 밥이 좀 부담스러울 때 국수가 딱이다.

둘은 궁합이 잘 맞는다. 부드러운 면발과 짭조름한 오이지의 아삭함이 잘 어울린다.


멸치 다시마 보리새우를 넣고 뭉근하게 우린 국물에 마늘 파 간장을 넣고 끓여서 

삶은 국수에 부어 먹으면 된다.고명으로 삶은 달걀이나 볶은 김치 또는 쇠고기를 얹으면 금상첨화다.

부드러운 면발과 따뜻한 국물이 속을 편안히 어루만져준다. 

특히 따뜻한 국물은 들이킬 떄마다 목젖에서 부터 위장까지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느낌을 받곤한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은 순한 국물은 확실이 사람을 위로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저녁으로 먹은 물국수. 몇 젓가락 먹다가 말고 생각나서 찍었다.ㅎㅎ

20200818_203015-2.jpg


20200819_145434.jpg

쨍한 햇볕에 고추를 널었다.

비가 올 때 흙탕물이 튀어서 고추에 닿았는데 그 얼룩이 고추에 그대로 남는다.

그게 탄저병이 원인이라고 했다. 긴 장마로 올해는 동네 고추 농사가 망했다

텃밭에 조금 심은 고추 중에 버린 고추가 태반이고 성한 것들만 말리는 중이다.

아직도 푸른 고추가 한 창 익어가는 중이니 매일 따서 말려 봐야겠다.

고추의 빨간색이 참 곱다.

고추는 땄을 때보다 밭에 매달려 있을 때가 초록잎과 대비되서 색깔이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 창밖의 태양은 뜨겁지만 벌써 초가을 빛을 띄고 있다.

매미가 울어대고...해바라기 두 개가 피어났다.

곧 소슬바람이 불어 올 것이다.

...................


참, 남편의 근황이 궁금하신 분들께 간단히 전하면...

상황이 더 나빠졌다.

기대했던 면역항암도 맞지않아 전이 된 암은 더 커졌다.

겨드랑이 림프절로도 새로운 전이가 생겼고..해서 항암주사는 4회로 중단했다.

지금으로서는 별도리가 없어 임상실험 중인 약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실험대상이 되는 것이다. 1상 말기의 실험단계 중인 약이라고 해서 별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해보는 수 밖에.

남편의 병이 길어지면서 그걸 마주하는 나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두려움과 불안에서 많이 편안해졌다.

처음엔 꼭 낫기를 바랬는데 이제는 어떤 상황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안다.

삶과 죽음! 생명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밖에서 볼 때는 이런 상황이 아주 절망적이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우리는 그렇지 않다.

아침에 눈떠서 여보!라고 불렀을 때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

매일 내가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과,

항암 부작용으로 가려워 하는 그의 살갖을 만져 볼 수 있는 현재. 그것으로 족하다.


 남편이 조금이라도 건강할 떄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 엊그제 아들이 들어왔다.

회사의 배려로 2달 반 동안 재택근무다. 그 쪽 시간에 맞춰 컴퓨터로 일하고 회의를 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코로나검사 후 음성판정이지만 2주간은 집에서 격리해야 한다. 철저히 격리규칙을 시행한다. 2주간의 음식도 보내왔다.

우리나라 방역이 정말 철저하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