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5. 마을 연극 동동 10 주년 기념공연



분당 시절 한 때 몸 담았던 극단 동동이 10살을 맞아 축하공연을 한다는 연락을 받고

먼 길을 다녀왔다.

가뜩이나 어렵게 꾸려가던  극단인데 올해는 코로나로 공연장도 빌리지 못해

연습장소인 교회 지하실에서 조촐한 무대를 마련했다.

마지막 공연에 관객으로 갔다.


십년 전,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우리도 연극 한 번 해보자!" 라는 구호 아래 마을사람들이 모여

아마츄어 연극팀을 만든 것이 지금껏 공연을 해오고 있다.

같이 시작해 한 때 혼신을 불사르던(?) 곳이라 늘 응원하고 있었는데

십주년인 올해는 코로나 속에서 힘들게 공연을 준비했단다.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1부는 갈라쇼로 그간 공연한 연극들을 영상미 있게 조합해 보여주었고

2부는 지금껏 공연한 작품들을 단편적으로 재구성해서 무대에 올렸다.


내가 공연했던 작품을 새로 온 후배 배우가 하는 것을 관객으로 감상했다.

막이 내리고 인사말을 하던 연출은 십년의 감회로 울컥했고 관객 모두 극단을 지켜 온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연출 조연출 그리고 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우들..이들이 있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

나는 무엇이 됬든, 꾸준히 한 길을 가는 이들에 대한 존경이 있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일이어서일까.

암튼,

연극한다고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저 좋아서 하는 일들이다.

주머니를 털어 무대를 꾸미고 시간을 내서 연습하고..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연극이다.

긴 시간 떠나 있었는데도 다시 만나니 시간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렇게 동고동락한 세월이 있어서 일거다.


나처럼 개인사정으로 극단을 떠난 이들도 다 와서 축하해 주었다.

막공이 끝나고 뒷풀이에서 떠나간 누군가가 소감을 말했다.

우리에겐 추억이 된 시간들을 지금 배우들은 현재로 살고 있다고..

젊을 때는 늙은 역할을 하고, 늙어버린 지금 젊은 역할을 맡고...

연극은 거꾸로 도는 벤자민의 시간을 사는걸까..


지금으로선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연극예술이다.

늦도록 뒷풀이시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가로수 낙엽이 우수수 허공에 떨어진다.

쓸쓸하고 아름답다.

연극이 끝난 뒤 텅빈 객석처럼.

연극같은 인생의 가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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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주년 기념공연 후 출연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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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자들과 떠난 자들이 한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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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했던 역할을 열연한 배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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