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에 가을이 짙게 내려 앉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햇살이 집안 가득 환하다. 아침 햇살에도 가을이 깊이 스며있다.
어제 옆집 순희언니랑 뒷산으로 둥글레 뿌리를 캐러 가자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채비를 차리고 나섰다.
둥글레 뿌리를 캐어 말리면 구수한 차가 된다는 걸 알았다.
언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인데 이제야 짬이 났다.
더 늦기 전에 올가을엔 둥글레 차를 만들어 보리라.
봄에 올랐던 산을 다시 올랐다.
봄에는 자라지 않았던 가시덩쿨들을 헤치고 가느라 힘들었지만
바스락 거리는 낙옆냄새, 가을 산 내음을 깊게 호흡한다.
순희언니는 금새 둥글레가 있던 곳을 찾아냈다.
잎은 다 시들고 떨어지고 줄기만 겨우 남은 걸 용케도 찾아낸다.
이 동네 출신인 순희언니는 거의 도사급이다. 두룹도 송이버섯도 잘도 따온다.
순희언니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동시에 좋은 선생님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솜씨며 꽃을 키우는 법이며... 텃밭에 작물심는 시기등등..을
나는 순희언니로 부터 배운다.
혼자 왔다면 그냥 헤메다 갔을텐데 순희언니 덕분에 쉽게
둥굴레 뿌리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이지만 재밌었다.
땅속에 묻힌 하얀 뿌리들이 드러날 때마다 산삼을 발견한 기분이다.
베낭이 묵직하도록 캔 둥글레 뿌리는 집에 와서 깨끗이 씻은 후
순희언니네 뒷마당에서 장작불을 지펴 쪄냈다. 둥글레를 찌는 동안 가을햇살과 바람, 그리고
드나드는 들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했다.
한 번 쪄낸 후 식힌 다음 또 쪄내고 ...이렇게 반복해서 3번을 쪄냈다.
두번 더 쪄낸 후 말리면 아주 구수한 둥글레 차가 된다.
쪄낸 둥글레가 식는 동안 국화를 따왔다. 국화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울 안에는 차를 만들 수 있는 소국이 한창이다.
따온 소국의 노오란 향기에 취했다.
국화는 살짝 3분간 쪄낸다.
쪄낸 국화를 기름종이를 깔고 소반에 펴서 말린다.
올 겨울엔 구수한 둥글레 차와 국화향 가득한 향긋한 국화차를 즐길 수 있으리라....!
이 차들을 함께 할 좋은 이들이 찾아온다면 금상첨화겠지.
이 가을... 이 멋진 날에 자연이 주는 선물을 넘치도록 받았다.
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런 뿌듯함을 무엇에 비길까...?
'순희'가 아니라 '순이' 언니라면 정감이 더 났을 거 같네요. ㅎㅎ
올겨울 둥글레 차와 국화 차 맛나게 드세요.
직접 만들어 마시니 그 느낌이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이 갑니다.
둥글레는 뿌리로, 국화는 꽃으로 차를 만든다는 사실도 재미있습니다.
10월 마지막 주일을 복되게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