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인도의 길 조회 수 849 추천 수 0 2022.03.09 08:55:42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고 박완서님의 소설 제목이다.

이번 에피소드의 계절적 배경은 인도의 첫 겨울이다. 따스했다.

그리고 소설같은 이야기다.

하기야 소설 같지 않는 인생 어디 있으랴만.

 

백투더 퓨처

198542, 전날 친하게 지내던 두 소위의 진급 회식에 참석,

과음으로 끙끙대며 내무반에서 뒹굴던 김중사에게 미션이 떨어졌다.

증평 37사단에 부식 선탑갈래?

아님 사격 감독할래?

부식선탑 갈랍니다.

 

부식 받아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았다.

20분을 잘 달리다 정면에서 오는 경일여객 버스를 보고 길옆으로 차를 붙였다.

아뿔싸! 노인이 리어커를 뒤에서 밀고가고 있었다.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군용트럭 브레이크의 특성을 몰랐다. 두 번 팍팍 밟아야 했다.

쭈욱 미끄러진 차는 노인을 치고 멈췄다.

쓰러진 노인을 차에 태우고 읍내 병원에 모시고 갔다. 방광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청주병원에서 3개월을 입원해야 했다.


무면허 운전이었기에 영창가야했다.

 

노인과 가족에게 있는 정성을 다했다.

야간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똥오줌을 받아내었다.

 

큰 딸에게는 김상진의 테이프를 선물했다.

 

보리베고 벼심을 때 부대장이 김중사 구하기의 한 방편으로 방위병을 차출해 주었다.

그 방위병 중에는 야간순찰 돌 때 졸던 것을 봐준 친구도 있었다.

김중사, 사람 괜찮다.” 소문내켜주었다.

 

동리 사람들이 노인의 둘째 딸 사위삼자고 들먹였다.

큰 딸이 김중사를 시내 중앙다방으로 불렀다.

중매를 서고...

 

우여곡절 끝에 19871월 결혼하게 된다.

 

와도 그만 가도 그만 방랑의 길은 먼데

충청도 아줌마가 길을 막네...”

김상진의 노래를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가족보다 6개월 먼저 도착한 선교 현지.

어학도 되지 않으니 첫 역할은 선배선교사의 수발을 드는, 부목사쯤의 역할이 주어졌다.

 

오전 힌디 수업이 끝나면 필요가 있을때마다 운전수의 역할을 자처하였다.

 

199312월 초, 이른 성탄을 준비를 위해 칸타타 악보가 필요했다.

외국인에게 음악을 지도하는 귀화 미국인에게 악보가 있었다.

성가대 전체 지휘를 맡은 선배를 모시고 800CC 마루띠를 몰고 나섰다.

인도 최고의 수재들이 몰린다는 인도 공과대 앞 도로를 달렸다.

 

오른쪽 핸들, 익숙하지 않는 교통의 흐름

그런 탓이었을게다

어머니를 태우고 병원을 가던 아들의 스쿠터와 부딪쳤다.

아스팔트위에 쓰러진 인도 아주머니와 진천의 그 노인이 오버랩되었다.

 

경찰 백차의 뒤에 환자를 태우고 아들과 병원으로 가는 차 안이었다.

 

한국에서 온 학생입니다.

힌디를 배우고 있습니다.”

힌디로 어학원에서 배운 자기소개로 소통했다.

 

학생이래잖아. 그냥 가게해라.”

머리에 피가나고 발가락이 상한 아주머니의 말씀이었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찍어보고 결정할께요.”

 

전인도의대병원(AIIMS) 응급실로 갔다.

엑스레이 결과 큰 문제없음으로 판명되었다.

 

경찰서로 끌려갔다.

조서를 받고 있는데 아들이 좇아왔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괜찮다는데 당신들이 왜 나서느냐.”

아들과 함께 나와 동네 전문의에게 가서 치료를 했다.

 

무슬림 가족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인도 초대 수상 네루와도 교분을 갖고 있던 우루두 시인집안이었다.

 

그 이후로 일 년에 무슬림 명절과 성탄절

마틴은 꼬박 꼬박 그 집안을 방문한다.

가족보다 친한 사이가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었다.

1993-1997 힌두선교에 이은 1998년부터 무슬림 선교로

박사학위 논문제목도 

도시 무슬림의 사회적 유동성이 된다.

 

그해 겨울은 따스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2.03.09 20:16:26
*.137.91.132

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인생을 사셨네요.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요.


profile

[레벨:43]웃겨

2022.03.10 20:00:21
*.206.124.76

그러니까 군시절 교통사고가 아내 분과의 인연이 되었고

두번째 인도에서의 교통사고가 무슬림 전도의 시초가 되었다는 말씀이군요.

교통사고를 내실 떄마다 전화위복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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