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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41- 오이 모종
4월24일 교회에 다녀와서
부리나케 작은 텃밭에 이런저런 모종을 심었다.
위 사진은 ‘조선 오이’,
또는 ‘가시 오이’라는 모종이다.
세 장의 잎이 잘 어울린다.
흔한 표현으로 예술이다.
그중에 하나의 모양이 다른 이유가 있긴 할 텐데
나는 모르겠다.
묘목이라면 젖 붙임이라고 하겠으나
모종에서 그런 경우는 없지 않겠는가.
저 모종의 미래는 ‘이미 왔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아직 멀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비현실이기도 하다.
뿌리가 자리 잡기도 전에 말라 죽을 수도 있고,
야생 동물의 먹이가 될지도 모른다.
경험상 그런 일은 흔치 않긴 하다.
어젯밤부터 비가 충분히 내렸으니
저 모종은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된 셈이다.
잘 버티고 잘 자라라.
그 자리에서 한입 뚝 떼어먹고 싶어질 정도로
멋진 오이를 선보이거라.
아가야!
기다리마.
목사님처럼 저도 그렇게 사물을 보는 시선을 갖고 싶습니다.
저도 오이씨를 뿌려서 저렇게 똑같은 싹이 났어도
왜 한 잎은 다른 두 잎과 다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당연하게 보고 지나왔거든요.
그런 눈은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