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댁에 간 김에 신발 뒤축을 갈기 위해 금광시장 주변의 구두수선점을 찾았다.
남대문에서 세일품으로 1만원에 산 신발인데 뒷축을 바꾸는 값이 더 들 수도 있지만
나는 맘에 드는 신발이나 옷은 고치는 비용이 산 값보다 더 들어도 고집하는 버릇이 있다.
10년 전 분당 살 때 물어 물어 찾아 간 그 구두병원이 아직도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놀랍게도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낡은 전선주에 기댄 초라한 모습 그대로.
주인도 그 때 그 분이었다.
그는 나를 첫눈에는 알아보지 못하더니 곧 기억이 난 듯 반가워한다.
내가 그려준 만화를 아직도 걸어두고 있다며 만화가 끼워진 액자를 가리킨다.
십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가게 한 켠에 내가 그려준 만화가 걸려있다.
나는 많이 늙었는데 구두수선공 아저씨는 여전한 것 같다.
딸 아이 이레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다시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준비한단다.
나는 진안으로 이사를 갔고 시어머님 댁이 여기서 가깝다고 했다.
그는 가져간 신발 뒷축을 정성스럽게 바꾸어 놓았다.
그러면서 축을 갈아서까지 신을만한 신발은 못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두를 많이 다룬 전문가의 눈썰미가 대단하다.
굽을 갈아준 값은 놀랍게도 너무 쌌다. 고마워서 팁을 더 얹어 드렸다.
구두수선점을 나오는데 마음이 몽글몽글해 진다.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몇 십년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자키는 사람....!
십년 후에도 그는 이 자리에 있을 것 같다.
그때 나는 더 늙은 할머니가 되어 굽 낮은 여포화를 고치러 올 것이다.
10년 전 그림일기 '구두가게 아저씨' 편을 링크한다.
http://dabia.net/xe/614813
아, 그 그림은 저도 기억이 납니다.
그 구두수선집을 다시 찾았는데,
거기 그분이 그대로 일하고 계시고,
구두수선을 수행하듯이 최선을 다하시고,
웃겨님의 그림도 그대로 걸려있다는 말이
웬지 꿈속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는군요.
이런 소소한 일상이야말로 행복의 자양분이겠지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