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었다.

가을은 온통 무상으로 주는 것 뿐이다.

높푸른 하늘도, 쩅한 햇볕도, 선선한 바람도

들에 핀 구절초도,

코스모스도 ,

잘 익어 떨어진 밤톨도, 반질 반질한 애호박도, 빨갛게 익어가는 연시감도, 

주체할 수 없이 익어 떨어지는 대추도...

모두 모두 공짜다.


점심을 같이 하는 날이다. 주어 온 알밤과 대추와 풋콩을 넣고

아침에 약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애호박을 송송 썰어 김치랑 생새우를 다져 넣고 반죽을 해 가지고 갔다.

약밥은 후식으로 김치호박전은 그 자리에서 노릇 노릇 부쳐 먹었더니

다들 맛있다고 야단이다.


식사 후 박후임 목사님 집 주변에서 

동네 어르신들 음식을 해 드릴 때 약밥재료로 쓸 밤을 주었다.

그리고 지영씨네 밭에서 끝물 고추를 조금 땄다.

풋고추는 장아치용으로, 빨간 고추는 갈아서 김치용으로.

고추를 따면서 진은씨와 이런 삶의 방식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온 이후 부터는 거저 얻는 게 너무 많다. 

자본주의와 한 걸음 떨어져 살 수 있는 것이나, 또 작은 것에 감동할 수 있는 건

순전히 이런 은총들을 절실히 경험하기 때문일거다.

이런 삶에 익숙해 지면 크게 바랄 것도 없고 욕심이 적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고추를 따는 사이 지영씨가 대파와 알타리 무우를 뽑아왔다.

같이 다듬어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무우청은 씨레기로 삶아 널고

알타리 무우만 김치를 담갔다. 찹쌀 풀과 빨간 고추를 갈아 넣었다.


어느 새 하루가 다 저물었다.

초저녁 마당에 나가다 보니 휘영청 둥근 달이 걸려있다.

위대한 가을, 고마운 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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