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 숲속에서 때죽나무를 만났다 하얀 때죽꽃이 조롱조롱 한창이었다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다니 항암 중이던 병원 창가에서 보이던 때죽나무 수형좋은 나무라 눈길이 자주 갔었다 둥글게 푸른 나뭇잎 덩어리 사이로 히끄무래 하얀것이 구름같이 뭉실거렸다 어떤 꽃일까 궁금증만 키우며 힘없이 바라보았던 나무 어느 비내리는 날 간신히 몸 추스려 그 나무 아래로 가보았다 어머나.. 비를 맞고 낙하한 하얀 별들이 땅에 가득이었다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고도 측은 했다 ‘아름다운것들은 슬픔을 머금은 것이 많구나’ 나무 위를 바라보니, 싱그럽고 작은, 초록 이파리들이 총총 가지를 덮고 그 푸른 이파리 밑으로 졸망졸망 대롱대롱 하얀 때죽꽃들이 어찌나, 어찌나 사랑스럽게 매달려 있던지 아래로, 위로 번갈아 바라보며 슬프다가 웃다가, 슬프다가 웃다가... 떨어진 하얀 별들이 나 같다가 달려있는 꽃들이 희망이었다가... 비내리던 날 그 때죽나무 아래서의 마음이 그랬었다 이즈음 한창인 때죽나무를 문득 만나니 벌써 기억조차 가물해지는 그 지나온 시간이, 살아 존재케 하신 신의 은총이, 깊은 감사함이, 또 다시 뭉클하다 지금 누리는 이 평화와 에너지, 내 안의 때죽나무에 마음담아 그려본다 조롱조롱 사랑스런 하얀 때죽나무꽃 |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던 시절
올망졸망, 대롱대롱 달려있던 때죽나무꽃
'아름다운 것들은 슬픔을 머금은 것들이 많구나'
이제 긴 세월 돌아서 조롱조롱 달린 그 꽃을 다시 보니
내게 베푸신 그 분의 조롱조롱 은혜였네요.
때죽나무의 수액을 안식향(安息香)이라는 한약으로 씁니다.
시골에 살 때 옛날 고기잡이에도 썼지요
청도 비슬산에도 있는데요
아~!! 때죽나무
이승우 작가의 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에서
때죽나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소설 속 묘사와 인물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깊어서
실제로 그 나무를 꼭 한번 보고 싶었지요
그런데 저희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을 하다가
하얗게 대롱대롱 어여뿐 꽃을 매단 나무가 있어 가까이 가 보니
팻말에 때죽나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어찌나 놀랍고 반가웠던지요
이렇게 그림과 들길님의 사연으로 다시 만나니
가슴이 뭉쿨합니다
진솔한 글과 독특한 그림, 늘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망연한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베뢰아 닉네임을 쓰는 다비안께서 지난 금요일 소천했다는 소식을 오늘 들었습니다.
위에서 보는 대로 5월26일 밤 10시35분에 쓴 대글이 그분의 마지막 글입니다.
저는 그분을 직접 뵌적은 없으나 여기 사이트에서 서로 주고 받은 글이 있고,
그 외에도 전화로 통화한 적은 한두 번 있습니다.
대구성서아카데미 글을 매우 아끼시는 분이셨습니다.
60대 초반입니다.
귀한 분이 먼저 먼길을 떠나셨네요.
6~7년 전에도 저와 비슷한 연배의 여자 목사님이 먼저 세상을 뜨셨고,
10여년전에는 50대 중반의 여성 다비안이 먼저 떠나셨습니다.
그때도 황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
오늘도 비슷한 마음입니다.
주님께서 베뢰아 님의 영혼을 받아주시기를,
유족에게 주님의 위로가 넘치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앗, 여기서 때죽나무꽃을 다시 보다니요.
얼마전 신은자 집사에게서 받은 사진을 이번 주일 주보 표지에 올릴 예정인데,
마침 때죽나무꽃입니다. 씨가 땅에 떨어져서 솔잎 사이에 뾰족히 올라온 모습입니다.
이제 저도 별같은 때죽나무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멋진 목요일 밤이 깊어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