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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숲속에서 때죽나무를 만났다

하얀 때죽꽃이 조롱조롱 한창이었다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다니
항암 중이던 병원 창가에서 보이던 때죽나무
수형좋은 나무라 눈길이 자주 갔었다
둥글게 푸른 나뭇잎 덩어리 사이로 
히끄무래  하얀것이 구름같이 뭉실거렸다
어떤 꽃일까 
궁금증만 키우며 힘없이 바라보았던 나무

어느 비내리는 날 
간신히 몸 추스려 그 나무 아래로 가보았다
어머나..
비를 맞고 낙하한 하얀 별들이 땅에 가득이었다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고도 측은 했다
‘아름다운것들은 슬픔을 머금은 것이 많구나’

나무 위를 바라보니, 
싱그럽고 작은, 초록 이파리들이 총총 가지를 덮고 
그 푸른 이파리 밑으로 졸망졸망 대롱대롱 
하얀 때죽꽃들이 어찌나,  어찌나 
사랑스럽게 매달려 있던지
아래로, 위로 번갈아 바라보며
슬프다가 웃다가, 슬프다가 웃다가...
떨어진 하얀 별들이 나 같다가
달려있는 꽃들이 희망이었다가...
비내리던 날 그 때죽나무 아래서의 마음이 그랬었다

이즈음 한창인 때죽나무를 문득 만나니
벌써 기억조차 가물해지는 그 지나온 시간이,
살아 존재케 하신 신의 은총이,
깊은 감사함이, 또 다시 뭉클하다

지금 누리는 이 평화와 에너지,
내 안의 때죽나무에 마음담아 그려본다
조롱조롱 사랑스런  하얀 때죽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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