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42.jpg 지난 주말, 근방의 대한민국여인 4인방이 뭉쳤습니니다.
사십 대 기러기 엄마 둘에, 자원봉사자로 나온 선주 씨
,초보 아기엄마 샘.

꿀 같은 단잠도 마다하고 이른 아침부터 모인 까닭은 아침운동을 함께하기 위해서죠
.
우선 당초의 목적에 맞게 가볍게 아침운동을 한 후 곧 본론으로 돌입했습니다
.
그게 뭐냐구요? 그간 상대가 없어 풀지 못했던 "구강근육운동"이죠
.
 
한국말로 실컷 수다를 떠는 일처럼 속 시원한 일도 없답니다
.
 
외국인과는 아무리 얘기를 해도 왠지 설익은 밥을 먹은 듯 어설프거든요
.
정서차이인지, 아니면 버벅거리는 짧은 영어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렇습니다
.
이럴 때, 우리나라 사람 만나서 착착 앵기는 우리말로 한 수다를 풀고 나면

푸욱 뜸들인 쌀밥에 된장국, 김치로 개운하게 한 상 먹고 나서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까지 한 기분이거든요.

 남의 나라에 와서 중증장애인을 돌보느라 애쓰는 선주씨도
오늘만큼은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고 줌마들의 수다모드에 합석했습니다
.
늦은 아침을 차려 먹고 나서 풀어 제끼기 시작한 수다 보따리는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어요
.
한 수다 하는 여자들이 모였으니 안 봐도 뻔한 풍경 아니겠어요
?
커피를 수도 없이 축 내가며, 밥해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피자 등으로 대충 때우면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댔습니다. 마치 수다에 한이라도 맺힌 것처럼.
미혼인 선주씨를 위한 특강(연애의 성공담으로부터 시작해서 결혼생활의 허와 실)에 이어

연예계 뒷담화(TV방송국 PD를 남편으로 둔 혜조엄마 덕분에 생생하고 정통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죠
.)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교육과 영국교육의 비교 비판, 정치비판
,
주식투자로 몫돈을 날려버린 간 큰 남편들 씹어대기, 사십 대 여자의 공허감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구강운동은 갈수록 과열되어갔습니다. 통제할 수 없음을 알았을 땐, 이미 날이 어두워진 상태였죠.

"
엄마도 엄마 인생을 사세요
~~!"
외박허락을 받은 혜조엄마가 딸에게 들은 말이랍니다
.
호호호…. 그래, 엄마도 오늘만큼은 엄마인생을 살련다
.
언제 엄마가 이렇게 늘어지게 놀아보겠니
.
애들이 굶든 말든, 설겆이가 산처럼 쌓이든 말든, 밤새

늘어지게 수다판을 벌이던 우리는
다음 날눈이 풀어지고 더 이상 혀가 돌아가지 않을 때쯤에서야 각자 해산하고 말았습니다
.
다크써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몰골들을 해 가지고서
.

그 후, 며칠 간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가 없었지요. 혀가 너무나 뻐근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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