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 안식 (2)

조회 수 4167 추천 수 56 2006.05.30 23:22:00
2006년 5월30일 안식 (2)

그들이 가버나움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곧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시매 (막 1:21)

저는 어제의 묵상 말미에서 우리가 참된 안식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약간 모순처럼 들립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안식을 얻으려는 것인데, 그걸 두려워한다면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되는 거니까요. 형식으로는 그 말이 옳습니다만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 자신을 속일 정도로 은밀하게 이런 두려움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우리의 생각을 앞으로 밀고 나가봅시다.
우선 우리의 교회생활이 얼마나 많은 행사로 점철되고 있는지 눈여겨보십시오. 온갖 종류의 이벤트가 생산되고 거기에 시간과 물질이 투자되고 있습니다. 거의 비슷한 내용을 약간씩 무늬만 바꿔가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 목회의 ‘노하우’에 속하기도 합니다. 신자들을 일 년 내도록 속된 표현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거죠. 이런 방식의 신앙생활에 익숙해진 신자들은 행사를 하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하게 생각합니다. 어느 신자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옛날에는 “하다못해 기도라도 해야지!”하는 자세로 교회생활을 했다고 말입니다.
물론 제가 이 자리에서 교회가 빈집처럼 썰렁해도 좋다거나, 최소한의 예배를 드리는 것 이외의 행사를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신자들이 집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놀러 다니느라 예배에 빠지고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행위를 두둔하는 말도 아닙니다. 또한 가능한대로 의미 있는 행사들을 알차고 정성스럽게 계획해서 실천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 한국교회에는 그야말로 행사를 위한 행사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계절이 되었으니까 대심방과 부흥회를 열어야 하고, 총동원주일도 지켜야하며, 각종 기도회와 지도자 훈련을 시켜야합니다. 그중에는 개교회에 형편에 따라서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 심지어는 흐트러진 교회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한 것들도 제법 많습니다. 우리에게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 이외의 행사가 과도하게 많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서울에서 유명하다 하는 교회들이 ‘특새’를 서로 경쟁하듯이 개최하고 있는 데서 우리는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쟁하듯이 교회 행사를 떠벌리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참된 안식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그것을 모르기도 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자신의 일상에서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신앙생활이 부족한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열정적으로 교회행사에 매달리지 않으면 무능하고 게으른 신자로 낙인찍힐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는 것이겠지요. 그들은 가만히 있는 것 자체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자꾸 계획하고 추진해야만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됩니다. 새벽기도회를 하지 않은 날은 무언가 찜찜한 것처럼 느끼는 신자들이 꽤 될 겁니다.
신자들이 하나님 안에서 공연한 행사를 많이 생산하지 않고 오직 참된 안식을 누리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또는 하나님에게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이것처럼 어리석은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에게서 받는 인정은 우리의 영혼을 건강하게 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대개의 사람들은 그걸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열심히 함으로써 하나님에게 인정받는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노력할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믿음으로 의롭다고 인정받고, 하나님의 은총으로 구원을 얻을 뿐이지 우리의 행위로 인정받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식은 참된 쉼입니다. 그래서 안식일에는 모든 인간의 행위를 멈추어야 합니다. 그걸 잘 기억하십시오. 안식은 모든 걸 멈추는 데서 시작됩니다. 숨 쉬는 일만 멈추지 말고 모든 걸 멈출 때 안식의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그 모든 것에는 단지 세속의 일만 속한 게 아니라 상당한 경우에 교회의 일도 속합니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현재 교회에서 맡고 있는 일들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장로, 안수집사, 서리집사, 권사, 성가대장, 주일학교 부장, 구역장 등등, 이런 일에서 손을 놓아도 역시 뜨거운 기쁨으로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모두 손을 놓으면 누가 교회를 꾸려갈까 염려하는 분이 있겠군요. 그런 염려는 놓으세요. 한국교회가 조용해지려면 이렇게 교회 일에서 손을 놓는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합니다. 그런 것들은 일절 놓아두고 하나님의 은총에 온전히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 사건만으로 우리의 삶에 희망이 가득해야 합니다. 이런 게 곧 안식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신자들은 이런 안식을 두려워합니다.

주님, 안식의 영성에 들어가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레벨:1]한진영

2006.05.31 13:02:27

교회에서는 주일에까지 이 세상에 노출시키느니 차라리 빈틈없이 '뺑뺑이'를 돌리는게 영적으로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동의하지요. 교회와 세상을 성과 속으로 구분하며, 가끔씩은 안식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리스도의 사건으로 주어진 범 일상적인 안식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은 아닌가 봅니다. 십자가 사건에는 자기를 포기해야 할 당위가 숨겨져 있기때문에.. 고질적인 내면의 노예근성을 다시한번 돌아 보았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6.06.01 00:05:55

<범 일상적인 안식>이라!
한 수 배웠습니다.

저는 신학적으로 원칙을 말하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종교적 여흥이라 하더라도
그것으로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 하는 질문 앞에서
저의 대답은 궁합니다.
스타 앞에서 열광적인 행태를 보이는 '오빠부대'를
그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아야 하듯이
노예근성을 보이는 신앙인들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는 게 옳은지도 모르죠.
그렇게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많지만
아무래도 동의할 수는 없군요.
오빠부대 아이들도 나이가 들면 그런 데 취미가 없어져야 하잖아요.
나이가 들었는데도 그런 퇴행적인 행동을 하면 임상의 대상이죠.
그런데 거의 자학적인 모습을 보이는 우리의 신앙행태는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거기에도 어떤 신앙적인 신비가 있다고 하면 할말은 없겠지요.
한진영 씨의 삶에 범 일상적인 안식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레벨:1]한진영

2006.06.03 01:21:14

바람같이 그 뜻 대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행하심과
시궁창에서도 연꽃을 피워 내시는 주님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좁은 길을 좁게 하는 그 무엇이 꼭 필요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저 알건 모르건 그분 날개 품에서 젖뗀 아기같은 안식을 누리기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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