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31)- 신학과 설교

조회 수 4115 추천 수 5 2010.06.09 23:12:52

 

사람들이 깊이 생각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경우에 설교는 이미 권위주의적인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기독교 신학의 본질적 진리를 새롭게 규정하는(再定式) 시도가 된다. 이런 새로운 규정은 인간 실존의 모든 차원에 놓인 현실성(realilty)에 대한 현대적 경험과 이해의 맥락에서 수행된다. 그것은 특히 새로운 규정에 참여하도록 초청된 공동체의 삶과 관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설교는 공동체의 성원들이 기독교 신앙과 그 현대적 진리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어떤 지침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설교자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앵무새처럼 되뇌어서도 안 된다. 차라리 그들은 기독교에 관한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의 생활 경험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도 감안하면서 책임적인 방법으로 숙고하도록 초청받은 것이다.(판넨베르크, 신학과 하나님의 나라, 137 쪽)

 

     한국교회에서 설교가 얼마나 권위적으로 선포되는지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거요. 무조건 순종해라, 기도해라, 헌금해라, 하고 외치고 있소. 그런 것은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설교가 아니니 귀를 막으시오. 그대는 설교 행위에서 기독교 신앙의 일반론에 빠지지 말아야 하오. 성서텍스트는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전제하고 있소. 그리고 그것을 읽는 청중들도 구체적인 상황에서 살아가오. 그것을 전제하지 않고 일반적인 교리를 강제적으로 전하는 것은 진리의 차원에서 낙제요. 성서텍스트와 청중 사이의 다리를 놓은 일이 간단하게 아니라오. 그 ‘다리놓기’는 신학을 통해서만 가능하오. 이런 말이 그대에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소.

     이에 대해서 약간 설명해보리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을 만나서 구원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오. 그들의 구원 경험이 제각각이었소. 예수님을 믿어서 구원받기도 하지만, 그런 믿음 없이 단지 형편이 가련해서 구원받기도 했다오. 기도를 끈질기게 하라는 구절도 있지만 중언부언하지 말라는 구절도 있소. 성서텍스트는 어느 한 가지 사실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말하지 않는다오. 서로 다른 구원과 복음 사건을 무조건 그대로 오늘의 청중들에게 전하면서 믿으라고 하는 건 설교가 아니라 선동이오.

     판넨베르크는 오늘 권위적 설교 행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오. 설교자가 진리를 독점하고 있는 것처럼, 또는 진리의 영인 성령을 부릴 수 있는 것처럼 나서지 말고, 청중들이 자기 삶을 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신학적인 영성을 각성시키라는 말이오. 이런 점에서 설교자는 반드시 신학자여야만 하오. (2010년 6월9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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