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샘터교회 수요성경공부 게시판

94편, 복수하시는 하나님

조회 수 841 추천 수 0 2010.06.10 22:53:41

대구샘터교회 수요성경공부, 2010년 6월9일, 저녁 8시, 시편 94편

복수하시는 하나님

 

시편 94편은 너무 충격적인 말로 시작한다. 여호와가 ‘복수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복수라는 말은 가장 원초적인 인간적인 표현인데, 그 말이 하나님에게 해당될 수 있을까? 복수의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나 긍휼의 하나님과 대립되는 것처럼 들린다. 특히 아들을 주기까지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신약의 관점에서 보면 복수의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언어도단이다. 시편기자는 왜 하나님을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까? 그것은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소극적인 표현이다. 그 속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은 심판하시는 분이다.(2절) 구약성서는 하나님을 세상의 심판주로 본다. 신약성서도 역시 심판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마지막 심판의 주님이시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부정한다. 세상은 나름의 원리로, 즉 힘의 원리로 작동될 뿐이지 의지를 지닌 분의 심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이다. 기독교 신앙은 이런 세상의 반론에 대해서 설득력이 있는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기대가 아니라 하나님의 고유한 방식으로 심판하신다. 따라서 사람의 눈에는 심판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둘째, 하나님은 정의로운 분이다.(6절) 시편기자가 복수 운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세상이 하나님의 정의와는 너무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과부, 나그네, 고아들을 살해하는 일들은 하나님의 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이들의 복수를 갚는 것이다. 여기서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무협소설에서 보듯이 복수 갚는 것은 또 다시 복수를 부른다. 성서기자가 말하는 복수는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소극적인(negative) 답변이다.

셋째, 하나님은 사람의 생각을 아시는 분이다.(11절) 하나님의 정의를 부정하는 이들의 논리는 여호와가 역사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믿는 데서 출발한다.(7절) 실제로 과부, 나그네, 고아들을 살해하는 이들이 곧 그들의 범죄 행위가 발각된다고 믿는다면 그런 일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발각되는 범죄보다 숨겨지는 범죄가 더 많다. 파렴치한 사람들의 일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공권력이 행하는 범죄도 마찬가지이다. 시편기자에 따르면 여호와께서 사람이 허무하다는 사실을 아신다. 이를 아시는 하나님은 그들의 범죄에 책임을 물으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복수해달라고 기도드린다.

시편기자가 비록 복수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실을 본 것이다. 악인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에 대한 신뢰이다. 그래서 후반부 12-23절에서 새로운 사실을 말한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중에서 하나님의 도움과 위로가 임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악을 행한 자는 자신도 모르게 악의 노예가 되지만 당하는 사람은 오히려 위로를 얻는다. “주의 인자하심이 나를 붙드셨사오며... 주의 위안이 내 영혼을 즐겁게 하시나이다.”(18, 19절) 이것보다 더 적극적인 복수 갚기도 없다.

이런 신앙은 일종의 패배주의나 자기합리화가 아니냐, 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삶의 신비이다. 삶의 조건이 불행한 이들 중에서도 기쁨의 세계에 들어갈 수도 있고, 조건이 좋은 사람 중에서도 오히려 불만의 세계에 들어갈 수도 있다. 우리 삶이 단순히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이 아니다. 성령과의 관계가 관건이다. 영에 사로잡힘이다. 그때 영혼이 즐겁다. 오늘 시편기자는 하나님이 ‘나의 요새’이고 ‘내가 피할 반석’이라고 찬양한다. 결국 시편 94편의 핵심은 복수 갚기가 아니라 하나님 찬양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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