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배 후 목사님이 전교인에게 한 턱 쏘셨다.

새우, 흙돼지 목살, 꽁치구이로.

부임 10주년 기념이란다.

교인들인 우리가 선물을 해야 할 듯한데

거꾸로 대접을 받았다.

사십 중반이신 목사님이 십년째 목회라면 청년(?) 때 부임하셨다는 얘기다.

아직도 고운 사모님과 함께 해오신 10년 간의 목회에 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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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뚜껑에서 두툼한 흑돼지 구이가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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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 고기가 대령하기를 기다리시는 동네 어르신들인 장로님들.

 열심히 고기를 굽는 목사님.

(파란 셔츠 & 빨간 앞치마를 두른 분이 목사님^^)

저 멀리 고원이와 랑이 엄마가 담소 중이다.


목사님께서 애정을 가지고 해오신 목회 중 하나가 행복한 노인학교다.

목사님의 안내로 동네 박물관을 오늘 처음 들어가 보았다.

이 마을 노인들처럼,

우리나라의 농촌처럼, 

폐교된 교실 한구석에 외롭게 방치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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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행복한 노인학교 학생들인

동네 어르신들이 기증한 물건으로 마을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목사님이 폐교 한 켠에 마을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물건들을 수집하실 때

몇년만 일찍 시작했어도 귀한 물건들이 많았을거라고 어르신들이 아쉬워하셨단다.

발 빠른 골동품 장수들이 다 걷어간 뒤였다고.


마침 휴가를 받아 귀국한 아들에게 이 분들의 삶의 흔적을, 우리의 오랜된 과거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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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삼태기다!

- 삼태기가 뭐예요?

이런 것들을 알 리 없는 아들이 묻는다.


-지게 위에 얹어 풀이나 나무등, 여러가지 짐을 담아 나르던 도구였어.

(내 기억이 맞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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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한약을 달이던 약탕기야.

너 낳았을 때 산후 조리해 주시던 외할머니께서도  엄마에게 여기다 보약을 닳여 주셨는데..

어쩌다 약이 졸면 혀를 차시던 엄마...

그리고 저건 또아리.

또아리가 뭔 줄 알아?

 예전에는 여인들이 물동이나 무거운 것들을 머리에 이고  다녔는데

그럼 머리가 아프잖아.

그래서 정수리 위에  이 또아리를 올려

무거운 물동이와 머리 사이에 쿠션 역할을 하던 물건이지.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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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지 떡을 싸온 그릇을 보관하셨던 할머니는 고이 간직했던 바구니를 내 놓으시며 손수 해설도 달아놓으셨다.

이젠 60년 된 물건이라고 목사님께서 덧붙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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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회 어느 집사님의 배냇저고리란다.

60세가 넘으신 분이라니 이 배냇저고리의 나이도 60이 넘었다.

-너도 태어나서 한 두어달 동안 저런 배냇저고리를 입었었어. 몰랐지?

- 제가요?

아들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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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귀할 때 볏집으로 신을 삼아 신고 다녔지.

-예 알아요. 티비에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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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또래의 분들이라면 낮익을 요강.

뚜껑이 있는 스텐 요강도 있었다.

매일 이 요강을 닦아야 해.

엄마 어릴 적에 외할머니께서 가끔 일산 이모에게 요강 닦는 일을 시키면

잔뜩 찡그린 얼굴로 마지못해 요강을 닦았단다. 공주과잖아.ㅎㅎ

뒤에는 사발. 그땐 밥사발이 저렇게 컸단다.저 밥그릇에 소복하게 밥을 담아 먹었어.

그렇게 퍼 담는 걸 고봉으로 담는다 고 했지. 지금 말로는 짜장면 곱배기...그런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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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

쌀이나 곡식 양을 달을 때 썼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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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니를 짜던 기계란다. 이건 엄마도 처음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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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화가가 된 이 동네 초등학교 학생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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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구멍가계 외상장부.

장부에 쓰여있는 내용을 읽다가 빵 터졌다.

베지밀 1병-재남이가 와서 강아지 메긴다고

하이트 4병, 김1-타작하고 와서 재남 점석 승보 저녁도 안해준다고

맥주 1병- 덕산동 대추나무 캐고 온다고 내외가 와서

소주 2합 1병-하신동 이기붕 방아찌로 왔다고

소주 2합 1병- 재호하고 싸우고 나서

...등등

외상장부만 봐도 그 당시 동네 돌아가는 상황이 그려진다.

외상장부가 마치 전원일기 극본같다


이 밖에도 배틀 기계,탈곡기. 네개의 다리가 있는 금성 텔레비젼

인두. 숫불 다리미..등을 아들과 함께 둘러 보았다. 

폐교된 마을 한 구석에 방치된 채 조용히 숨쉬고 있는 우리의 오랜 과거를...

교회 마당의 종탑 옆 적목련 나무잎이 유난히도 푸른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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