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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인 10월4일 11시20분쯤 저는 아내와 함께
처가집으로 가기 위해서 원당의 좁은 길을 빠져나가다가
앰블런스 한 대와 교차했습니다.
늙으신 분들이 많아서 저런 차들이 간혹 들어오기에
이번에도 추석 준비하느라 힘들어서 어느 분이 쓰러지셨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아침에 이장이 방송을 하더군요.
정 아무개 모친 최말순 씨께서 추석날 소천하셨다고 말입니다.
마음에 짚히는 분이 있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우리 동네에서 나보다 유일하게 나이가 어린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가 동네 분들 이름을 잘 모르거든요.
나- 이장 님, 저 윗집 정용섭입니다.
이장- 아, 예, 예, 그러세요?
나- 돌아가신 분이 누구시지요?
이장- 정 (아무개) 모친이세요.
나- 소 키우는 그 집 말이지요?
이장- 예. 그렇습니다.
나- 이장 님은 빈소에 가시나요?
이장- 오늘 오전에 동네 분들 몇 모시고 다녀올 생각입니다.
나- 제가 부의금을 드릴 테니 대신 전달해주실 수 있나요?
이장- 예, 그렇게 하지요.
나- 조금 후에 내려가겠습니다.
이장- 예.
이제 돌아가신 분의 얼굴이 확실하게 떠올랐습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자주 얼굴을 뵈었고
말을 섞은 가장 가까운 분 중의 한 분이십니다.
말 몇 마디 건네보면 그분의 심성을 알 수 있는데,
그분의 심성은 따뜻했습니다.
다비아에 한번 사진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지난 구정 모임에서 제가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우리동네 최연장자이시거든요. 저 할머니 아들이 우리 동네에서 유일한 소키우는 집입니다. 소 두마리를 키웁니다. 쌀농사와 복숭아 농사도 짓습니다. 우리동네에서 가장 부지런한 농사꾼입니다. 저 할머지는 몇 년전에 크게 아파서 몸저 누웠다가 작년 초부터 다시 힘을 얻어서 바깥 출입을 했습니다. 우리집 근처까지 나와서 겨울철에는 양지 바른 곳에,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계시곤 했습니다. 저는 그분을 볼 때마다 한두 마디 말을 건네곤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분의 인생 여정을 들어볼까 생각했는데,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떠나보냈습니다. 지난 봄에는 우리집 아래 밭에서 나물을 캐고 계셨습니다. 뭐 하세요. 하고 물으니 뭐뭐라 답변을 하셨습니다. 심심해서 한다는 뜻인 거 같았습니다. 94세 나이에 비해 고우시지요? 젊은 시절에는 미모 한 자락 했을 법합니다.
오늘 아침에 장지를 이장이 말했는데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맑다골'이라고 했을까요? 우리 동네 어느 골짜기를 가리키는 거 같았습니다. 아침 7시부터 마을 광장에서 발인이 있었습니다. 비가 제법 쏟아졌습니다. 발인이 있기 전에 포크레인이 와서 준비를 하더군요. 저는 서재에서 내려다봤습니다. 저 할머니의 명복을 빌면서요. 우리집 바로 아래로 상여가 지나갔습니다. 순간적으로 제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렇게 한 인생이 마지막 순간 꽃상여를 타고 길을 갑니다. 그분이 시집 와서 칠십여년간 오간 길을 따라서 갔습니다. 나중에 유족을 만나면 몇 가지 할 말도 있있습니다. 유족이라야 대다수는 타지에 살고 원당에는 큰 아들 내외와 (멏번째 아들인지 모르겠으나 또 하나의) 아들 내외가 삽니다. 두 가족 모두 저와는 친하게 잘 지냅니다. 큰 아들은 전적으로 농사만 짓고 다른 아들은 농사를 지면서 택시 운전을 합니다. 아래는 비닐 덮은 꽃상여입니다. 오늘은 장사익의 '귀천'이라는 노래를 한곡 들어야겠습니다.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예, 최말순 할매는 많이 편찮지는 않으셨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길에서 뵈었지요.
그분이 앉아 있던 자리가 바로 우리집 근처라서
종종 기억이 날 겁니다.
장사익의 첫 앨범 <하늘 가는 길>의 타이틀 곡인 '하늘 가는 길'을
한국식 레퀴엠이라 생각하고 들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NTSkDAfe374
10분이 넘는 대곡입니다.
5분가까이 가사 없이 흥얼거림이 계속됩니다.
어허어 어허여 아하아 어허여~~~~~~~
첫 가사는 '간다 내가 돌아간다 왔던 길 내가 다시 돌아를 간다'입니다.
그리고 후반부도 오래 동안 중얼거림으로 끝납니다.
죽음 앞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20여년 전에 처음 저 앨범을 구입하고 자주 들어서
곡조가 내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뜸했지만요.
'찔레꽃'를 비롯해서 10곡이 거기에 실려 있습니다.
모두 심금을 울리는 노래입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임동창 선생으로 인해서
노래의 맛이 더 깊어지고 풍부해졌습니다.
임동창 선생이 빠진 두번째 앨범은 첫번째보다
음악적인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잘 모르면서 그냥 느낌으로 하는 말입니다.
아래 링크는 '꽃구경'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세상, 인간, 삶, 역사 등등 모든 것은 '꽃'입니다.
자녀분들은 참 많이 슬퍼서 우셨을거예요.
마을 길가 어디에 앉아 계셨을 ..그모습이
우리엄마 같아서 눈물이 핑 돕니다.
어떻게 돌아 가셨을까요
많이 편찮으셨는지요..
우리엄마가 고생 안하시고 가시길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하실일이어서 ...모르겠습니다.
꽃상여..제고향에선 못봤는데
지금은 갖춰져있을지 모르겠어요
고향에서 본것은 무거워보이는 큰 상여로
무서웠는데...꽃상여는 느낌이 다르네요
목사님 장례소식은 오늘의삶을 돌아보게하지요
할머니가족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멀리서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