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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말순

조회 수 2022 추천 수 0 2017.10.06 19:59:00

지난 추석인 10월4일 11시20분쯤 저는 아내와 함께

처가집으로 가기 위해서 원당의 좁은 길을 빠져나가다가

앰블런스 한 대와 교차했습니다.

늙으신 분들이 많아서 저런 차들이 간혹 들어오기에

이번에도 추석 준비하느라 힘들어서 어느 분이 쓰러지셨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아침에 이장이 방송을 하더군요.

정 아무개 모친 최말순 씨께서 추석날 소천하셨다고 말입니다.

마음에 짚히는 분이 있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우리 동네에서 나보다 유일하게 나이가 어린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가 동네 분들 이름을 잘 모르거든요.


나- 이장 님, 저 윗집 정용섭입니다.

이장- 아, 예, 예, 그러세요?

나- 돌아가신 분이 누구시지요?

이장- 정 (아무개) 모친이세요.

나- 소 키우는 그 집 말이지요?

이장- 예. 그렇습니다.

나- 이장 님은 빈소에 가시나요?

이장- 오늘 오전에 동네 분들 몇 모시고 다녀올 생각입니다.

나- 제가 부의금을 드릴 테니 대신 전달해주실 수 있나요?

이장- 예, 그렇게 하지요.

나- 조금 후에 내려가겠습니다.

이장- 예.


이제 돌아가신 분의 얼굴이 확실하게 떠올랐습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자주 얼굴을 뵈었고

말을 섞은 가장 가까운 분 중의 한 분이십니다.

말 몇 마디 건네보면 그분의 심성을 알 수 있는데,

그분의 심성은 따뜻했습니다.

다비아에 한번 사진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IMG_2082.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지난 구정 모임에서 제가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우리동네 최연장자이시거든요. 저 할머니 아들이 우리 동네에서 유일한 소키우는 집입니다. 소 두마리를 키웁니다. 쌀농사와 복숭아 농사도 짓습니다. 우리동네에서 가장 부지런한 농사꾼입니다. 저 할머지는 몇 년전에 크게 아파서 몸저 누웠다가 작년 초부터 다시 힘을 얻어서 바깥 출입을 했습니다. 우리집 근처까지 나와서 겨울철에는 양지 바른 곳에,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계시곤 했습니다. 저는 그분을 볼 때마다 한두 마디 말을 건네곤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분의 인생 여정을 들어볼까 생각했는데,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떠나보냈습니다. 지난 봄에는 우리집 아래 밭에서 나물을 캐고 계셨습니다. 뭐 하세요. 하고 물으니 뭐뭐라 답변을 하셨습니다. 심심해서 한다는 뜻인 거 같았습니다. 94세 나이에 비해 고우시지요? 젊은 시절에는 미모 한 자락 했을 법합니다.


오늘 아침에 장지를 이장이 말했는데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맑다골'이라고 했을까요? 우리 동네 어느 골짜기를 가리키는 거 같았습니다. 아침 7시부터 마을 광장에서 발인이 있었습니다. 비가 제법 쏟아졌습니다. 발인이 있기 전에 포크레인이 와서 준비를 하더군요. 저는 서재에서 내려다봤습니다. 저 할머니의 명복을 빌면서요. 우리집 바로 아래로 상여가 지나갔습니다. 순간적으로 제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렇게 한 인생이 마지막 순간 꽃상여를 타고 길을 갑니다. 그분이 시집 와서 칠십여년간 오간 길을 따라서 갔습니다. 나중에 유족을 만나면 몇 가지 할 말도 있있습니다. 유족이라야 대다수는 타지에 살고 원당에는 큰 아들 내외와 (멏번째 아들인지 모르겠으나 또 하나의) 아들 내외가 삽니다. 두 가족 모두 저와는 친하게 잘 지냅니다. 큰 아들은 전적으로 농사만 짓고 다른 아들은 농사를 지면서 택시 운전을 합니다. 아래는 비닐 덮은 꽃상여입니다. 오늘은 장사익의 '귀천'이라는 노래를 한곡 들어야겠습니다.

IMG_3046.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profile

[레벨:14]Lucia

October 07, 2017
*.139.69.49

오래 사셨다고 호상이라고 남들은 말할지 몰라도
자녀분들은 참 많이 슬퍼서 우셨을거예요.
마을 길가 어디에 앉아 계셨을 ..그모습이
우리엄마 같아서 눈물이 핑 돕니다.
어떻게 돌아 가셨을까요
많이 편찮으셨는지요..
우리엄마가 고생 안하시고 가시길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하실일이어서 ...모르겠습니다.
꽃상여..제고향에선 못봤는데
지금은 갖춰져있을지 모르겠어요
고향에서 본것은 무거워보이는 큰 상여로
무서웠는데...꽃상여는 느낌이 다르네요
목사님 장례소식은 오늘의삶을 돌아보게하지요
할머니가족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멀리서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October 07, 2017
*.182.156.135

예, 최말순 할매는 많이 편찮지는 않으셨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길에서 뵈었지요.

그분이 앉아 있던 자리가 바로 우리집 근처라서

종종 기억이 날 겁니다.

장사익의 첫 앨범 <하늘 가는 길>의 타이틀 곡인 '하늘 가는 길'을

한국식 레퀴엠이라 생각하고 들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NTSkDAfe374

10분이 넘는 대곡입니다.

5분가까이 가사 없이 흥얼거림이 계속됩니다.

어허어 어허여 아하아 어허여~~~~~~~

첫 가사는 '간다 내가 돌아간다 왔던 길 내가 다시 돌아를 간다'입니다.

그리고 후반부도 오래 동안 중얼거림으로 끝납니다.

죽음 앞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20여년 전에 처음 저 앨범을 구입하고 자주 들어서

곡조가 내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뜸했지만요.

'찔레꽃'를 비롯해서 10곡이 거기에 실려 있습니다.

모두 심금을 울리는 노래입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임동창 선생으로 인해서

노래의 맛이 더 깊어지고 풍부해졌습니다.

임동창 선생이 빠진 두번째 앨범은 첫번째보다

음악적인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잘 모르면서 그냥 느낌으로 하는 말입니다.


아래 링크는 '꽃구경'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세상, 인간, 삶, 역사 등등 모든 것은 '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L1AQQU0M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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