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3일, 금

루터(9)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1520년에 나온 세 편의 대표 저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우 긴박한 사태 가운데서 루터는 당시 교황 레오 10세에게 보내는 공개 변론문서를 쓰면서 동시에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썼다. 두 편의 글이 레오에게 보내졌지만 레오가 직접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교황에게 직접 보내는 글이니 루터가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말 번역으로 37쪽에 이르는 『그리스도인의 자유』 중에서 몇 대목을 발췌해서 인용하겠다. 우선 첫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쉬운 것으로 생각했으며,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것을 덕행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그들은 이 신앙을 체험하지 못했고, 또한 결코 신앙 가운데 내포되어 있는 위력을 맛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한다. 만일 시련을 당했을 때 신앙이 주는 용기를 어느 때고 경험하지 못했다면 신앙에 대해서 잘 쓰거나 혹은 신앙에 관하여 기록된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신앙의 맛을 조금만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 탁월하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서 충분히 기록하거나 말하거나 명상하거나 느끼기에도 벅찼을 것이다. 신앙은 그리스도가 요한복음 4:14절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영생에 이르도록 솟아하는 생수’이다.

나로서는 비록 자랑할 만한 신앙의 부를 가지고 있지 않고 나의 가진 것이 얼마나 적은가도 알고 있으며 내가 비록 여러 가지 큰 시험으로부터 습격을 받기까지 하였지만 나는 얕은 신앙에라도 도달하였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쓴 것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저 직역주의자들과 교묘한 논쟁자들을 대항해서 나는 전에 행한 것보다 더 고상하지는 못할지 모르나 확실히 더 요령 있게 신앙논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더 쉽게 전하기 위하여- 사실 나는 그들에게만 도움이 된다- 영의 자유와 속박에 대한 다음의 두 명제를 제시하려고 한다.(루터선집5, 301)

직역주의자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원문이 뭔지는 모르겠다. 이 번역은 독일어 판이 아니라 영어 판을 원본으로 한 것이라서 부분적으로 부정확한 표현들이 제법 눈에 띈다. 직역주의자라는 말은 문자주의라는 뜻이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고수하면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되며, 그걸 본인들도 알기에 편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시도한다. 교권을 내세우거나 공포심과 사행심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한결같이 한국 기독교인의 정서를 대변한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서 영혼이 둔탁해지지 않은 이들을 가리킨다. 잘못 배우면 배우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쁜 상태에 떨어진다. 기독교 신앙이 사람들을 그렇게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집단적 ‘노이로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그것이다. 그런 현상을 나는 지금도 한국교회 안에서 자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