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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저녁 손님들이 있어 대접하고 설겆이까지 마치고 돌아오니 늦었다.

하늘엔 초생달 옆에 샛별이 예쁘게 걸려있다.


함께 먹는 점심밥상이 끝났을 때

동네 어르신들은 무척 아쉬워 했고, 밥하는 우리들은 큰 과제를 마친 듯 홀가분했다.

매일 식단을 바꿔가며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해서 어르신들의 구미에 맞게 

밥상을 차려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떄문이다.

바베뜨 식당은 운영하는 지영 쌤이 확고한 철칙을 고수해서 화학 조미료 없이 요리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쌀, 참기름, 깨소금 고추가루, 설탕 등을 유기농을 쓰기 때문에 원재료 값이 상당했지만 

그 결과 집 밥 같다는 평을 들었다.


함께 밥상이 끝나고 나니 아이들 급식만 준비하게되서 매우 간단해졌다.

그나마 방학이 되니 준비하는 밥 양이 반으로 줄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부모들을 대신 해서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을 맡아 돌보는데

방학 동안에도 이 돌봄교실은 계속된다. 

그 돌봄교실 아이들과 유치원 아이들의 점심밥으로 30명 분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가할 줄 알았는데 여름 한철 그럭저럭 주문이 들어오고있다. 

전국에서 마을사업 견학팀이 오면 우리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가끔 공사일을 하시는 분들이나 놉을 얻어 쓰는 농사 일꾼들 밥을 주문하기도 한다.

이 때는 양을 좀 푸짐하게 준비한다. 땀을 흘려 일하시는 분들이라 짭조름한 국물도 꼭 있어야 한다.

때론 동네사람들이 도시에서 휴가차 내려온 친인척들을 위한 식사 예약이 들어온다.

더운 날 매끼 집에서 하는 게 어려우니, 한끼 정도는 식당에 부탁을 한다.

백반이나 볶음밥, 스파게티, 비빔밥 등이 주 메뉴다. 

 


오늘 저녁 대접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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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파게티 손님들에게 곁들이는 마늘빵이다. 

농사 지은 마늘을 바른다.

마늘빵의 생명은  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 따끈할 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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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타르 소스를 얹은 생선까스, 오일 스파게티  수박장아찌(이곳이 수박산지다.)  그리고 역시 지영쌤 밭에서 따온 신선한  방울토마토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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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스파게티


그러고 보니 디져트 사진이 빠졌다. 

디져트는 우리가 직접 만든 플레인 요거트에 역시 직접 따서 만든 보리수 쨈을 넣어 낸다.


 재료를 다듬어 썰고 볶고 삶고 끓이고 무치고...

더운 가스불 곁에서 힘들긴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요리의 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식재료를 썰 때 칼 끝에 전해지는 감촉, 고유의 향취,

또 원재료와 양념과 이루어지는 조화..

이런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면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재밌어 진다.

최대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싶어서 정성을 다한다. 음식은 식재료도 중요하지만

시간도 중요한 요소다. 시간이 지나면 음식의 맛이 반감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갓 만든 음식을 제공하려고 애쓴다.

정성을 다한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남긴 빈 접시를 

볼 때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음... 뭐랄까, 내가 정말 바베뜨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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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로 몇십년을 살면서 한 번도 밥하는 일을 재밌다고 여겨 본 적이 없던 내가

밥하는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되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일은 또 도시에서 농촌 봉사활동을 내려오는

교회 청년부 120명의 점심식사 예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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