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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

조회 수 1849 추천 수 0 2018.09.04 20:54:38

오늘 저녁 무렵 텃밭과 마당 일을 했습니다. 요즘 비가 많이 내려 텃밭이 잡초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오이는 이미 한달 전에 마름병에 걸려 죽었고, 토마토는 껍질이 갈라져서 먹지 못하고, 상추는 자라는대로 벌레가 먹어치우고, 가지도 시원치 않고, 겨우 고추만 딸 수 있습니다. 호박도 괜찮군요. 다 갈아엎었으면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음식 쓰레기를 모아두는 구덩이로 가는 길에 무성히 자란 잡풀을 뽑았습니다. 손으로 뽑고, 낫으로 베어내고, 곡괭이로 파내면서 땀을 흘렸습니다. 노가다도 이런 노가다가 없습니다.

앞마당으로 나오니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오늘은 남은 시간에 마음 먹고 소나무 손질을 하기로 했습니다. 전지가위를 들고 전지하는 중입니다.

IMG_0110.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옆모습 말고 정면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포즈를 잡았습니다. 아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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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면 자세가 편안하지만, 실제로는 위태로운 자세입니다. 전체 모습으로 봐야 합니다. 아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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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꼭대기 부분을 손질하려면 사다리의 계단을 하나 더 올라가야 합니다. 아직은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지만 곧 그런 날이 올 겁니다. 그 날이 오기 전에 소나무가 자리를 완전히 잡았으면 합니다. 평소에는 소나무를 옆에서 보는데, 사다리에 올가면 위에서 내려다 볼 수도 있습니다. 사다리 위에서 중심을 잘 잡으면서 직접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래입니다. 사진으로는 별로 실감은 나지 않겠지만 저로서는 아주 예쁜 모습을 본 거라서 특별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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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돋은 솔닢이 충분하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그게 아쉽습니다. 아마 작년 11월에 이식한 나무라서 뿌리의 역할이 원만하지 못했나 봅니다. 그리고 작은 가지들이 너무 촘촘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요. 그래서 겹치는 가지를 전지한 겁니다. 그 순간에 솔향이 은은히 퍼졌습니다. 솔향보다 더 좋은 향기를 나는 아직 모릅니다. 사다리에서 내려오기 전에 마당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아래 사진입니다. 한눈에 주인이 게으르다는 걸 알아볼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최선으로 돌보는 중이고 저런 모습으로 만족합니다.

IMG_0117.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은은하나 매혹적인 솔향을 실컷 맡았으니 오늘밤 단꿈을 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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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September 05, 2018
*.106.98.51

흐흐흐, 목사님 자세와 표정을 보니 은근히 쫄으셨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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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홍새로

September 05, 2018
*.151.83.22

목사님~

말씀과 삶의 일치로 인한 복, 마카리오스를 누리고 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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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9]인자무적

September 05, 2018
*.94.38.168

저순간 정용섭 목사님의 품격은 사라지고 정용섭 집사님(집안관리자) 의 즐거움이 서려있네요.

즐기면서 하시니 집사님이지 억지로 하셨으면 마당쇠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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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September 05, 2018
*.182.156.177

하늘연어 님, 쫀 거 표시가 나는군요. 장화를 신으니까 중심 잡기가 더 힘들더군요.

에스더 님, 그냥 재미에 불과한 사다리타기를 마카리오스라 말해놓고 보니, 그럴듯하군요.

인자무적 님, 집사 수준은 됩니다. 내가 모든 일에서 은퇴한 뒤에도 저런 일은

재미삼아서라도 하고 있을 테니 그때 놀러오세요. 막걸리 한병 사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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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9]愚農

September 06, 2018
*.41.134.70

소나무 전지를 할 수준이면 거의모든 나무의 전지가 가능하겠습니다.

마당의 상태가 아주 양호합니다.

저 정도 관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저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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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September 06, 2018
*.182.156.177

우농 님의 인정을 받았으니 저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껴도 되겠군요.

어느 사이에 눈이 시리게 푸르른 계절이 왔습니다.

이번 가을을 마지막 순간이라는 심정으로 살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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