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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조회 수 1761 추천 수 0 2018.09.15 19:16:00

어딘가 산책로를 걷다가 줄지어 늘어선 나무 중에서 뿌리를 드러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흔한 모습이기는 하나 몇 번이나 다시 봐도 가슴 뭉클하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텼기에 저런 형상에 도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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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설명이 필요없다. 저 생명력을 누가 감당하랴. 덮혀 있어야 할 흙이 어디론가 쓸려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히 나무 기둥을 받쳐주고 있다. 아래는 뿌리가 드러나지 않은 다른 나무의 모습이다.

IMG_0179.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위 아래 모두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런 뿌리같은 모습의 가수 노래를 어제 들었다. 지난 목요일 저녁 손석희의 '문화초대석'에 나온 김민기이다. 1993년에 그의 새로나온 음반 테이프를 사서 오래, 자주 들었다. 달성군 현풍면에 살던 25년 전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두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1) 그는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작곡할 때 어떤 목표나 결과를 정해놓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2) '아침 이슬'을 뺀 김민기는 무슨 의미냐, 하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함께 살아가는 늙은이!' 그의 노래는 오늘 밤 같은 분위기에서도 다시 들을만하지 않겠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jb1aGTyQnOE


<꽃 피우는 아이>

무궁화 꽃을 피우는 아이

이른 아침 꽃밭에 물도 주었네

날이 갈수록 꽃은 시들어

꽃밭에 울먹인 아이 있었네

 

무궁화 꽃 피워 꽃밭 가득히

가난한 아이의 손길처럼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져

꽃 피우던 아이도 앓아 누웠네

누가 망쳤을까 아가의 꽃밭

누가 다시 또 꽃 피우겠나

 

무궁화 꽃 피워 꽃밭 가득히

가난한 아이의 손길처럼

 

 

<친구>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앞에 떠오르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고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눈앞에 떠오르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고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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