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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주!!

조회 수 3267 추천 수 0 2019.04.02 21:34:34

지난 1월에 무안 심방을 갔다가 얻어온 더덕주를 오늘 개봉해서 마시기 좋은 작은 병에 옮겼습니다. 이 작업을 진작에 하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야 뚜껑을 열었습니다. 더덕주를 담근 날짜가 1999년 10월26일입니다. 10년이 아니라 자그마치 20년이 된 겁니다. 정말 약주입니다. 일단 날짜를 확인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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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 분명한 날짜가 찍혀 있지요? 20년 전에 더덕주를 담글 때 정 목사의 집에 갈 거라는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지요. ㅎㅎ 이러저런 사연으로 20년 된 더덕주가 이곳 원당까지 왔습니다. 술은 비주얼도 중요하니 옆 모습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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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이 실하지요? 둘레의 병은 안동소주가 담겨 있던 겁니다. 이제 한방울의 흘림도 없이 병에 담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때는 제가 설교 준비 외에는 모든 일들을 설렁설렁하는 편인데, 이번 일만은 손과 손가락 동작의 촉감까지 세밀하게 느끼면서 천천히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뚜껑을 열었을 때의 그 느낌을 어떻게 전해야할지요. 20년간 아무도 몰래 더덕과 알코올이 빚어낸 사랑의 향기가 감미롭고도 그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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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물감처럼 색깔이 잘 우러났습니다. 20년이나 담겨 있었으니 오죽하겠습니다. 아래는 클로즈로 찍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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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 더덕주를 통과하니 신비로운 광채를 내는군요.  더덕을 일단 집개로 건져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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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펴보니 더덕과 더덕 사이를 이쑤시개로 연결해놓았더군요. 아마 무안의 김*관 집사가 꼼꼼하게 처리한 것 같습니다. 더덕을 먼저 깨끗히 씻어야하는데, 이 작업은 아내가 했을지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니 이 더덕주를 담글 때 이 분들의 나아가 엄청 젊었겠군요. 수고 많았습니다. 20년 전이라 하면 제가 아주 작은 영천성결교회에 담임 목사로 활동하고 있을 때군요. 참, 세월이라는 게 어떤 때는 장난처럼 느껴집니다. 건져낸 더덕은 버려야할지 아니면 잘게 쓸어서 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될지 모르겠네요. 자기 역할을 다 했으니 이제 흙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예의일 것 같습니다. 아래는 더덕주로 가득한 병들입니다. 투명으로 된 병이어야 색깔이 드러날 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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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수주 병 11개로 모자라 붉은 뚜껑 수주병과 다른 약초술병을 찾아서 채웠습니다. 맨 앞에는 더덕주 첫잔입니다. 오늘 저녁밥 먹으면서 약주로 마신 겁니다. 매일 저녁에 한잔씩 마실 예정입니다. 한병에 7잔 정도 나옵니다. 전체 합치면 아마 100일 정도는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천천히, 살짝 입안을 적신다는 느낌으로, 한 방울 씩 맛본다는 그런 느낌으로 마실 겁니다. 그 순간마다  더덕이 땅속에서 자랄 때의 느낌과 알코올과 20년 지낸 느낌이 저에게 전달되겠지요. 오늘 첫 잔이 어땠냐구요? 그걸 묘사하려면 따로 글을 써야 합니다. 한 마디로 혀에 감기는 감칫맛이라고나 할는지요. 목사가 왜 술을 마시냐고요? 서양에서 술의 기원은 다 수도원이랍니다. 저는 사실은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고, 많이 마시지도 않습니다. 취해본 적은 아주 옛날 현풍과 하양에서 테니스 월례회에 참가했을 때 한두번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술의 느낌이 괜찮고, 특히 밥맛을 좋게 해주기에 건강을 위해서 포도주를 마셔두라는 바울의 권고대로 하루에 저녁 때만 반주로 조금 마십니다. 우리 좋으신 하나님이 이해해주실 줄로 믿습니다. 다시, 이 귀한 선물을 주신 무안의 김*관 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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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캔디

April 02, 2019
*.193.160.217

그러게요 목사님!

무안에 김집사 부부가 20년전에 이 더덕주를 담그면서 

멀~리 원당에 목사님께서 드실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귀한 약주를 목사님께 선물했다는것은

그분들이 그만큼 목사님을 귀하게 생각한다는 거겠지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 당장 밥맛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으셨는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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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03, 2019
*.182.156.135

ㅎㅎ 말할 필요도 없이 더덕주로 인해서 밥맛이 두 배는 좋아졌습니다.

몇 방울만 마셔도 그동안 먹던 음식 맛이 입안에서 깨끗해져서

어떤 걸 먹어도 새로운 맛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세 달 후에는 제 몸무게가 좀 늘어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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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김사관

April 04, 2019
*.160.198.36

목사님, 좋은 건 말로 다 표현 못하는 게 여기 또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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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05, 2019
*.182.156.135

ㅎㅎ 말로 표현 못할 정도는 아니고요.

삶에서 반짝이는 한 순간에 대한 경험인거지요.

그나저나 고성 산불이 크게 나서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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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April 08, 2019
*.86.237.246

색깔이 참 곱게 잘 나왔네요.

정성도 가득하니 향 또한 그윽할 것입니다.


강원도가 고향인 제게, 이 글이 어린시절 산길을 걷다 맡은 

짙고도 강렬했던 그 때의 산더덕 향을 코끝에 되살려냅니다. 


그 때만 해도 산더덕이 참 흔하기도 했었는데...., 

(더덕과 비슷한 잔대는 캐서 그 자리에서 먹거나 집에 가져가 들기름에 갠 고추장에 발라 구워먹기도 했지만,

더덕은 쓰고, 쌉쌀하고, 향이 너무 강해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커서는 잔대보다 더 훌륭한 맛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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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08, 2019
*.182.156.135

시음 기회를 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저는, 음, 요즘 20년 된 더덕주를 매일 저녁한잔씩

음복주를 대하듯이 마시면서 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ㅎㅎ

저 더덕주에 사용된 더덕은 무안 김*관 집사가 직접 3년 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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