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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무안 심방을 갔다가 얻어온 더덕주를 오늘 개봉해서 마시기 좋은 작은 병에 옮겼습니다. 이 작업을 진작에 하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야 뚜껑을 열었습니다. 더덕주를 담근 날짜가 1999년 10월26일입니다. 10년이 아니라 자그마치 20년이 된 겁니다. 정말 약주입니다. 일단 날짜를 확인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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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 분명한 날짜가 찍혀 있지요? 20년 전에 더덕주를 담글 때 정 목사의 집에 갈 거라는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지요. ㅎㅎ 이러저런 사연으로 20년 된 더덕주가 이곳 원당까지 왔습니다. 술은 비주얼도 중요하니 옆 모습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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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이 실하지요? 둘레의 병은 안동소주가 담겨 있던 겁니다. 이제 한방울의 흘림도 없이 병에 담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때는 제가 설교 준비 외에는 모든 일들을 설렁설렁하는 편인데, 이번 일만은 손과 손가락 동작의 촉감까지 세밀하게 느끼면서 천천히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뚜껑을 열었을 때의 그 느낌을 어떻게 전해야할지요. 20년간 아무도 몰래 더덕과 알코올이 빚어낸 사랑의 향기가 감미롭고도 그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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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물감처럼 색깔이 잘 우러났습니다. 20년이나 담겨 있었으니 오죽하겠습니다. 아래는 클로즈로 찍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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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 더덕주를 통과하니 신비로운 광채를 내는군요. 더덕을 일단 집개로 건져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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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펴보니 더덕과 더덕 사이를 이쑤시개로 연결해놓았더군요. 아마 무안의 김*관 집사가 꼼꼼하게 처리한 것 같습니다. 더덕을 먼저 깨끗히 씻어야하는데, 이 작업은 아내가 했을지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니 이 더덕주를 담글 때 이 분들의 나아가 엄청 젊었겠군요. 수고 많았습니다. 20년 전이라 하면 제가 아주 작은 영천성결교회에 담임 목사로 활동하고 있을 때군요. 참, 세월이라는 게 어떤 때는 장난처럼 느껴집니다. 건져낸 더덕은 버려야할지 아니면 잘게 쓸어서 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될지 모르겠네요. 자기 역할을 다 했으니 이제 흙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예의일 것 같습니다. 아래는 더덕주로 가득한 병들입니다. 투명으로 된 병이어야 색깔이 드러날 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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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수주 병 11개로 모자라 붉은 뚜껑 수주병과 다른 약초술병을 찾아서 채웠습니다. 맨 앞에는 더덕주 첫잔입니다. 오늘 저녁밥 먹으면서 약주로 마신 겁니다. 매일 저녁에 한잔씩 마실 예정입니다. 한병에 7잔 정도 나옵니다. 전체 합치면 아마 100일 정도는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천천히, 살짝 입안을 적신다는 느낌으로, 한 방울 씩 맛본다는 그런 느낌으로 마실 겁니다. 그 순간마다 더덕이 땅속에서 자랄 때의 느낌과 알코올과 20년 지낸 느낌이 저에게 전달되겠지요. 오늘 첫 잔이 어땠냐구요? 그걸 묘사하려면 따로 글을 써야 합니다. 한 마디로 혀에 감기는 감칫맛이라고나 할는지요. 목사가 왜 술을 마시냐고요? 서양에서 술의 기원은 다 수도원이랍니다. 저는 사실은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고, 많이 마시지도 않습니다. 취해본 적은 아주 옛날 현풍과 하양에서 테니스 월례회에 참가했을 때 한두번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술의 느낌이 괜찮고, 특히 밥맛을 좋게 해주기에 건강을 위해서 포도주를 마셔두라는 바울의 권고대로 하루에 저녁 때만 반주로 조금 마십니다. 우리 좋으신 하나님이 이해해주실 줄로 믿습니다. 다시, 이 귀한 선물을 주신 무안의 김*관 님, 고맙습니다.
그러게요 목사님!
무안에 김집사 부부가 20년전에 이 더덕주를 담그면서
멀~리 원당에 목사님께서 드실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귀한 약주를 목사님께 선물했다는것은
그분들이 그만큼 목사님을 귀하게 생각한다는 거겠지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 당장 밥맛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으셨는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