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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간

조회 수 2325 추천 수 0 2019.04.30 17:05:57

주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2박3일동안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다 줄이고,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봄비 치고 양이 많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이장을 만나서 물어봤더니 이제 완전히 해갈이 되었다고 좋아합니다. 비로 인해서 어제 저녁 6시부터 오늘 아침 10시까지 무려 16시간 동안 전기 없이 지냈습니다. 시골에서 살면 이런 일이 가끔 있습니다. 어제밤에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없어서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책 <우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강독 녹음을 했습니다. 촛불을 켰지요. 보실까요? 낭만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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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올라와서 제 모습을 보더니 '와, 정말 대단하시네.'라고 한 마디 하더군요. 대단한 거 뭐 있겠어요.

전기가 갑자가 나갔을 때 우리집 건물 북쪽 벽에 설치된 차단장치(일명 두꺼비집)를 확인했습니다. 이상하게 뚜껑이 옆으로 반쯤 열려 있더군요. 그게 문제였습니다. 늘 닫아두고 침수되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했습니다. 그게 왜 열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내는 새가 와서 부리로 쪼으면서 놀다가 그렇게 된 거 아니냐고, 말도 되지 않은 이야기를 합니다.  기가 막힌 상상력입니다. 내가 부주의해서 뚜껑을 꼭 닫지 않아 바람에 열린 건가, 하고도 생각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쯤 원인이 기억났습니다. 두주일쯤 전에 한전 점검단의 어떤 분이 와서 누전 차단기 안전점검을 하시더군요. 3년 전에도 자신이 왔다면서 외부에 있는 바로 그 차단기를 확인하 뒤에 집 안으로 들어와서 내부 차단기를 점검했습니다. 다 OK 사인이 났습니다. 아마 그분이 외부 차단기를 점검하고 뚜껑을 꼭 닫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전점검하러 왔다가 누전시킨 셈입니다. 어제 비가 와서 외부 차단기 안으로 물이 들어간 거지요. 어제 밤에 차단기 물기를 손수건으로 제거하고 건조시키기 위해서 부채질도 하고 심지어 촛불을 옆으로 대보기도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다시 시도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면 자동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아마 차단기 안으로 물이 들어갔나 봅니다. 어제 저녁에 두 군데 전업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비가 와서 못갑니다.'는 말을 들었고, 다른 한쪽에는 아예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아랫집 이장을 찾아가서 북안면에 전업사 아는 데 없냐고 묻자, 북안면 전화번호부에서 임포2리 어디를 찾으면 나온다고 하기에 그대로 따랐습니다. 쓸데 없는 이야기가 자꾸 길어집니다. 자칭 '북안 전기쟁이!'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자랑하는 그분이 우리집에 와서 차단기를 교체해주었습니다. 그분과 함께 보낸 30분도 저에게는 재미있었는데, 다비안들에게는 재미 없을 테니 그만 두겠습니다. 한 마디만 하면 그분은 북안면에서 가장 큰 교회 임포교회의 안수집사라고 합니다. 자기 딸이 분당우리교회에 다닌다면서 그 교회 목사 설교 자랑을 입이 마르도록 하시더군요. 차단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라서 아마 그분이 한 번 더 우리집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어제 비가 정말 많이 왔습니다. 비 장면을 담아주려고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여기 두 장만 여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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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놓인 양은 대야에 빗물이 고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양이 더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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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약간 주춤한 순간입니다. 아래 이장집 보일러 연통에서 연기가 올라옵니다. 화목, 기름 겸용 보일러를 사용합니다. 가까운 산에서 해온 화목이 마당 한쪽에 수북이 쌓였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바빴던 2박3일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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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May 11, 2019
*.86.237.246

저는 비오는 날이 너무 좋습니다.

빗소리도 듣기 좋고, 드러나는 숲의 녹색도 좋고,

운무에 숨는 자연의 모습이 좋습니다.


서울의 경우 빗소리에 소음이 묻혀 시끄럽지 않은 것도 좋습니다.

커피 한 잔에 그냥 멍 때리고 바라 볼 수 있는....

그래서 더 좋은  비오는 날!

그 날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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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두꺼비 집이나 차단기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집을 만들어 주면 좋을 듯.

배선에 물 닿으면 통전이 되어 차단기 떨어집니다. 그래야 정상이죠.

차단기 문제로 번거로우셨겠지만 지극히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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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May 11, 2019
*.182.156.135

이번에 차단기가 두 종류라는 걸 배웠습니다. 

누전 차단기, 합선 차단기.

저도 비를 좋아하는데 영천은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으로 인해서 

비가 아주 적게 오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포도 재배가 많고, 군부대 탄약고도 많습니다. 

비 가리개는 만든 뒤에 인증샷을 찍어보겠습니다. 

이제 1박2일 서울샘터교회 수련회 건으로 나가봐야겠군요. 

신경주에서 수서역까지 갔다가

내일은 밤에 서울역에서 신경주로 옵니다. 

짧지만 즐거운 나들이가 기대됩니다. 

하늘연어 님만이 아니라 이 대글을 읽은 모든 다비안들에게 

화려한 5월의 주말과 주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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