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이들에게 창세기의 처음 몇 구절은 이 질문에 대해 아주 간명하고
쉬운 답을 제시합니다. 다른 종교 문화권에선 지구는 항상 그렇게 처음부터 존재해 왔던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따라서 궁금할 것도 더 이상의 설명도 필요 없지요. 의외로 많은 지역의 신화와
전설에서 지구의 형성과정은 좀 더 복잡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신들의 투쟁 또는 신들간의
성행위를 통해서 지구가 만들어졌다는 신화, 설화들입니다. 이러한 창조신화나 설화에 대하여
궁금증을 갖고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겠으나 흔히 종교적 교리화라는 작업을 통해 쓸데없는
호기심을 억누르는고 보는게 일반적입니다.

과학적 견지에서 지구의 탄생에 관해 최초로 심각한 질문을 던진 이는 18세기의 칸트
(Immanuel Kant)가 아닐까 합니다. 그는 태양과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이 뜨거운 가스와 먼지
구름(성운, nebula)이 서서히 회전하면서 수축되어 만들어졌다고 추측했습니다.
곧이어 라플라스(Pierre Simon de Laplas)는 칸트의 견해에 알려진 물리 화학 법칙을 도입하여
성운설(nebular hypothesis)을 확립시킵니다. 라플라스는 회전하는 성운이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되면서 가열되어 태양을 만들었고 그 후 남은 성운들이 서서히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들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라플라스의 성운설에 의하면 지구와 같은 행성들은 태양에 비해 상당히 저온인 상태에서
기원하게 되고 이는 19세기 이후 물리학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소위 미행성설(planetesimal hypothesis)이라는 가설입니다. 수축하는 성운들이 곧바로
지구나 다른 행성을 형성하였던게 아니라 수 많은 작은 공 모양 입자들을 형성하였고 이
미행성이라 불리는 고체 또는 반고체 덩어리들이 이미 형성된 태양의 주변을 회전하고 있었다는
설입니다. 서로 다른 중력 때문에 이 미행성들은 서로 충돌하게 되고 이 때 많은 열을 발산하게
됩니다. 어떤 미행성은 충돌 횟수가 잦게 되어 그 크기가 커져가고 이는 보다 큰 중력을
부여하므로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미행성들을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그
당시 알려져 있던 지구를 포함한 8개의 행성과 행성에 딸린 달들이 만들어 졌다는 가설입니다.

미행성설의 변형된 형태가 챔벌린-몰튼(Chamberlin-Moulton) 가설입니다. 20세기 초 특히
미국에서 유행되었던 이 설은 태양의 기원에 대해선 성운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구를 포함함 행성의 기원에 관해서 독특한 가설을 주장합니다. 처음에 태양은 행성을
거느리지 않은 별이었는데 우연히 태양근처를 통과하는 별이 있어서 두 별사이에 힘이
작용하여 태양과 가까운 별의 내부에서 많은 가스가 분출되어 끈 모양을 이루었다가,
다시 두 별이 멀어지면서 이 가스가 태양계의 맨 바깥까지 퍼졌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퍼진
가스는 나선모양을 하고 있었다가 곧바로 냉각되어 액체모양의 물방울과 우주진과 같은
고체입자가 됩니다. 이들은 차츰 모이기 시작했고 큰 덩어리는 작은 덩어리를 흡수하여
소규모의 미행성이 만들어지고, 다시 미행성들이 모여서 행성이 되었다는 설입니다.
이 가설은 성운설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이론으로 실제 우리 은하에 두 개의 별이 서로
근접했다가 다시 멀어질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임에도 미국에서 한 동안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유럽이 장악하고 있던 물리, 천문학계에 맞서 보기 드물게 미국에서 제안된
이론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태양계와 지구 형성에 관한 오늘날의 정설은 라플라스의 성운설을 기본으로 미행성설이 적절히
가미된 형태입니다. 약 46억 년 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지름이 약 240억 킬로미터
정도인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의 소용돌이가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질량의 99.9 퍼센트가 함께 뭉쳐서 태양이 되었지요. 그리고 남아서 떠돌아다니던 물질들
중에서 서로 가까이 있던 작은 알갱이들이 합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지구라는 행성이
잉태되는 순간입니다.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태양계 전 지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서로 충돌한 알갱이 입자들은 점점 더 큰 덩어리로 뭉쳤습니다. 미행성체라 부를 정도로
커져갔고 이런 미행성체들이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부서지거나 합쳐지기도
하였습니다.
충돌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생깁니다. 승자들은 점점 더 커져서 자신들이 움직이는 궤도를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된걸로 보입니다. 먼지 알갱이에서
지름이 수백 킬로미터 정도의 작은 행성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불과 몇 만 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했으니까요. 어림잡아 2억 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지구가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오늘날과
같은 단단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초창기 지구는 주변에 떠다니는 파편들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겠죠. 아주 혹독한 환경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미행성들간의 충돌 과정은 태양계 형성 초기부터 시작하여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룡의 전멸을 가져왔던 운석의 충돌도 지구의 역사를 고려하면 상당히 최근의 사건이었으며
무엇보다 20세기의 지구인들은 1994년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여 사라지는 장엄한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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