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 뭐 그렇다고 아주 오래된건 아니고, 한 250년 전 쯤 – “도대체 화석이 뭐꼬?”라는 문제로 온갖 추즉이 난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암석의 미네랄 성분들이 특이하게 모여서 굳어진 것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지하세계에 사는 생물체들의 잔재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상당수는 노아의 홍수 시대에 죽은 생물체들의 유해라는 설을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독일의 의대 교수였던 베링거 (Johann Beringer, 1667-1740)는 화석은 ‘하나님이 심어 놓은 것’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화석에서는 보존되지 않는 비늘을 가진 파충류, 꽃의 꿀을 빨고 있는 벌 --- 심지어 거미줄 모습이 남아 있는 거미의 화석. 거기에 히브리어로 하나님이라고 새겨진 화석까지. 이 발견을 베링거는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했는데(1726년), 사실 그가 발견한 화석들은 그의 고집스러움과 거만함에 화가 난 동료들이 장난으로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책까지 출판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 동료들은 간접적으로 그 화석들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렸지만, 베링거는 단순히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시기하는 것이라 치부하고 그 정보를 무시합니다. 이 사건을 단순한 가십 정도로 여길 수 없는 것이 18세기의 시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베링거의 착각(?)이 아주 합리적인 사고방식이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당시에 화석이 생성되는데 얼마마한 시간이 걸리는 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요. 베링거로부터 백 년이 지난 뒤에도, 필립 고세(Philip Gosse, 1810-1888)란 유명한 동물학자는 “화석은 하나님께서 인간이 지구의 생명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진화과정을 거쳐 왔다고 생각하게끔 땅 속에 심어 놓은 것이다”라고 아주 진지하게 주장할 정도였습니다. 베링거는 그의 오만한 성격과 함께 당시 사회의 지적 분위기의 희생자라는 생각도 듭니다.

화석에 관한 가장 큰 수수께기는 화석이 유기물(생명체)의 잔재처럼 보이는데도 돌(광물질)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하 세상의 열풍과 지진활동이 지상의 암석에 광물질의 흐름을 그려 넣는 것으로 이 수수께기를 설명하려 하였습니다. 또한 화석에 새겨진 물체의 모양이 동식물을 닮은 점을 설명하기위해 그는 “주형(鑄型)력, vis plastica”이라는 새로운 자연의 힘을 도입하였습니다.

18세기까지 그리고 19세기 초반까지도 화석이 실재 동식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개념을 부정하고 신비의 주형력 또는 그와 유사한 개념들을 동원하였던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화석이 주로 암석 내부에서 발견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어떻게 화석이 커다란 암석의 깊숙한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까? 창조의 시기에 분명 동식물보다 뭍이 먼저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큰 돌맹이 안에서 나타날 수 있는가? 중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홍수에 의해 죽어간 동식물의 잔재라는 설명도 제시되기도 했으나, 곧바로 화석을 설명하기엔 홍수의 기간이 너무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화석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상들이 당시 관찰할 수 있는 동식물들과 많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생물종의 멸종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이죠. 신이 처음에 너무 많은 생물종을 창조했다가 불필요한 종들은 따로 저장해 놓은 것으로 설명하기도 했으나, 이는 신의 완전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들려집니다.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하여, 화석은 실제 동식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신비한 자연의 힘(주형력)을 불편하게 생각하였던 사람들은 화석이 아직 탐험되지 않은 세계의 동식물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지구의 나이가 수 천년에 불과하다는 고정 관념을 깨지 않는 한 그 근본적인 해결책은 요원한 것이었습니다.

화석의 정체를 밝히는데 또 하나의 걸림돌은 화석과 발견된 지층들을 순서대로 배열해 보았을 때 오래된 화석에서 최근의 화석으로 가까워짐에 따라 그 형태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진화라는 개념은 지구의 나이가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기에 너무 젊다는 이유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요. 프랑스의 해부학자인 큐비에(Geroges Cuvier)가 창조론과 진화론을 혼합한 듯한 타협안을 제시합니다: 과거에 여러 번의 창조가 있었다. 매 번 대대적인 멸종에 의하여 보다 오래된 종들은 사라지게 되었다. 화석의 시간대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고자 하였으나 그야말로 궁여지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곤란함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 있었던 필립 고세의 등장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1857년 고세는 Omphalos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그는 지구가 기원 전 4004년에 만들어졌다고 믿음을 깨지 않는 동시에, 당시 지질학, 천문학, 고생물학의 연구 결과 지구가 아주 아주 오랜 전에 생성되었다는 과학적 결과도 받아들이고자 하였습니다. 거기에 “아담의 배꼽 (navel = omphalos)”에 관한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하였지요: 아담은 배꼽이 있었을까요? 고세는 아담이 당연히 배꼽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탯줄과 연관되어서는 아니고 배꼽을 가진 상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지요. 아담은 완전히 성인의 상태로 탄생된 것입니다.

고세에게 있어 화석에 관한 모든 곤경은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이 전에 베링거가 당한 치욕의 교훈을 뒤로 한 채, 고세는 당당히 주장하였습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였다. 아담과 우주는 과거의 역사를 가진 채로 기원 전 4004년에 창조된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지질학자나 천문학자에게 지구와 우주의 역사가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제 그러한 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신이 그처럼 보이도록 이 세상을 창조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사건도 기원 전 4004년 이전에 실재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신은 자신만의 웅대한 계획에 따라 화석도 여기 저기에 심어 놓았습니다. 물론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말입니다. 고세의 가설이 갖는 유일한 아름다움(?)은 바로 그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반증 가능성이 없는 이론을 비과학적이라고 말하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고세의 이론을 예로 들자면 창조의 시간이 꼭 기원 전 4004년이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음, 한 5분 전이면 어떨까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정확히 5분 전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한 시간 전 침대에서 일어난 기억도 신에 의해 심어진 것이지 실재 벌어진 상황이 아닌 것입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임신하고 있던 때를 돌이켜 보나요? 그것도 심어진 기억일 뿐 실재 있었던 사건은 아닙니다. 당신의 아이들도 정확히 5분 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론 그 아이들의 모든 과거가 기억 속에 심어진 채로.

자, 세상이  모든 과거의 기억과 역사를 가진 채로 바로 5분 전에 생겨났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분, 주저하지 말고 시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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