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동물의 딜레마 -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1. 석유가 키우는 옥수수

오늘날 옥수수 농장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는 사람이 먹기 전에 가공하거나 가축에게 먹여야 음식이라는 상품이 된다. 1명의 옥수수 생산자가 약 130명을 먹여 살리고 있으나 이 1인의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들 사이엔 너무도 길고 복잡하며 불분명한 음식사슬이 양끝에 자리잡고 있어 그들 서로를 알래야 알 수가 없다.

현대사에서 옥수수의 중대한 전환점, 즉 오늘날 음식의 산업화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는 순간은 1947년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앨라바마주에 있는 군수품 공장이 화학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하던 해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 폭박물을 만드는 주요 성분인 질산암모늄이 남아 돌자, 정부에선 이를 비료로 농지에 뿌릴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였다. 전쟁 중 개발된 독가스로부터 개발된 살충제와 함께 화학비료 산업은 전쟁 수단이 농업에 이용된 대표적인 예이다.

그 전까지 농부들은 옥수수 때문에 지력이 바닥나지 않도록 옥수수와 콩을 번갈아 심었다. 또 결코 같은 밭에 5년에 3번 이상 옥수수를 심지 않았다. 물론 당시 농부들은 가축의 배설물을 밭에 뿌려 영양분을 공급했었다. 화학비료가 등장하기 전에는 토양에 함유되어 있는 질소의 양이 그 땅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양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러나 합성질소(비료)는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농장, 음식산업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모든 생명은 탄소와 질소에 의존한다. 탄소가 생명의 양을 규정한다면 질소의 생명을 질을 규정한다고 하겠다. 지구의 대기는 약 80%가 질소이지만, 이 질소원자들은 너무 단단히 결합되어 쓸모가 없다. 이 질소가 식물이나 동물에게 조금이라도 가치있는 원소가 되기 위해서는 결합을 깨고 나와 수소원자와 결합(질소고정)해야 한다. 한 독일 화학자가 1909년 화학적으로 그 방식을 알아내기 전까지 토양에 공급되는 유용한 질소는 콩과 식물의 뿌리에사는 박테리아에 의해서 고정되거나 적지만 번개의 충격에 의해서 생산되었다.

화학비료의 생산을 통해 우리는 자연을 조작하는 능력을 얻음과 동시에 양날을 가진 칼을 손에 쥐게 되었다. 인간이 질소를 공장에서 고정시킴으로서 대지의 생산력은 태양에너지가 아니라 화석연료에 현저하게 의존하게 되었다. 질소와 수소의 결합에 필요한 온도와 압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가 필요하고 수소는 기름, 석탄, 천연가스등의 화석연료로부터 직접 공급된다. 물론 이런 화석연료는 수십억 년 전 어느 때인가 태양에 의해 생성되었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재생되지 않으며, 이 점에서 태양광선을 받고 자란 콩과 그 뿌리에 공생하는 박테리아에 의해 고정되는 질소와는 다르다.

1950년대 거의 모든 농장이 질산암모늄 비료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농장의 생태계는 조용한 혁명을 경험한다. 콩이 옥수수를 키우고, 농장의 풀이 가축을 키우고, 가축의 배설물이 다시 콩, 옥수수와 풀을 키우는, 태양광선에 기반한 지역적인 생산 순환계가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제 농부는 옥수수을 원하는 만큼 심을 수 있게되었다. 콩이나 풀 가축의 배설물이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이다. 지력이 쇠토하는 것을 걱정한다면, 비료를 더 뿌리면 그만인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생물/생태학적 제약에서 해방되자 농장은 이제 산업 원리에 따라 관리되었다. 원료(비료, 살충제)를 넣고 옥수수를 산출하는 공장과 똑같아진 것이다. 농부들은 공장처럼 규모의 경제와 기계적 효율을 도입했다. 화학적으로 질소를 고정시키는 방법 덕분에 오직 태양에서 나온 음식을 먹던 인간은 이제 석유를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오늘날 만들어지는 모든 합성질소(비료)의 반 이상이 옥수수에 들어간다. 과거 옥수수가 자란다는 것은 태양광선을 포획하여 이를 음식으로 바꾸는 과정이었으나, 이제 이 작업은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를 음식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변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만들고, 트랙터를 몰고 옥수수를 수확, 건조, 수송하는 데 쓰인 화석연료의 양은 그 어떤 최종소비자의 상상도 가볍게 초월해 버린다. 예전 농장에선 1칼로리의 에너지를 투입하여 2 칼로리 이상의 음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었으나 이젠 1칼로리의 음식에너지를 얻기 위해 2칼로리의 화석에너지를 소비하게 되었다. 산업적 효율의 관점에서 보자면, 차라리 석유를 그냥 마실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렇게 음식을 생산하는 일은 생태학적으로 매우 값비싼 방법이지만, ‘생태학적’이란 말을 더 이상 산업의 규범이 되지 못한다. 싸고 구하기 쉬운 화석연료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옥수수를 생산하는것이 ‘경제적’으로 옳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이용한 예전의 방식은 생물학적으로 공짜나 다름없었지만, 서비스가 매우 느리고 양도 불충분했다. 공장식 방법에서는 시간이 돈이고, 생산량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생물학적 시스템과 비교할 때 공장방식의 한 가지 문제점은 오염이다. 농장에선 필요 이상의 비료를 뿌린다. 일부는 공기 중으로 기화하여 비를 산성화시키고 다른 일부는 지하수면으로 침투한다. 여분의 질소 중 나머지는 비에 씻겨 배수로로 흘러들어가고, 결국은 강에 유입된다.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질소가 가장 많은 봄이 되면 하류의 도시들은 어린이들에게 수돗물을 먹이지 말 것을 부모에게 경고한다. 물속에 있는 질산염은 아질산염으로 바뀌는데, 이 물질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의 기능을 손상시킨다 (청색아 증상).

합성비료가 등장한 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생태계는 큰 변화를 겪었다. 현재 세계에 공급되는 활용 가능한 질소의 반 이상이 인공적으로 생산된 것이다. 홍수처럼 범람하는 합성 질소는 일부 생물종에게는 이로움을 주었지만 (옥수수와 조류藻類), 수많은 다른 생물종에게는 해를 끼쳤다. 강에 유입된 비료 성분은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여기서 질산의 독성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우리는 옥수수를 키우기위해 전 세계에다 비료를 뿌림으로써 지구 생물종의 구성을 뒤바꾸고 그 다양성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옥수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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