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동물의 딜레마 -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2. 옥수수 제국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대부분은 바로 옥수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가공된 옥수수다. 과학적 조사를 해보면 인간의 조직에서 서로 다른 식물종들의 흔적을 보여주는 탄소의 동위원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는 우리 몸에서, 그리고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원소이다. 원래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탄소 원자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일부로 대기 중을 떠돌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분자들(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탄소 원자들을 흡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 바로 광합성이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 대기 중에서 얻은 탄소 원자를 물 그리고 땅에서 흡수한 원소들과 결합시켜 생명에 필수적인 유기 화합물을 생성한다. 이런 화합물을 모든 음식사슬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희박한 대기로부터 식물이 생명을 창조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옥수수는 다른 대부분의 식물과 비교할 때 광합성 과정이 조금 다르다. 옥수수는 광합성 과정이 다른 식물보다 훨씬 더 효율적일 뿐 아니라 자신이 흡수하는 탄소 원자의 동일성을 보존한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는 동안 탄소 원자가 세 개인 화합물을 생성하는 반면, 옥수수는 탄소 원자가 네 개인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1970년대 이후에서야 그 메카니즘이 확인된 이런 선택받은 식물 집단을 C-4 식물이라 부른다. C-4 식물의 전략은 물이 부족하고 온도가 높은 곳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특히 유용한 전략이다. 따라서 똑같은 양의 태양광과 물 그리고 기본요소를 가정할 때 옥수수만큼 많은 유기물과 칼로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식물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미국인은 표면상 옥수수보다는 밀을 훨씬 더 많이 먹는다. 한 해 옥수수가루는 11파운드를 먹는 반면, 밀가루는 114파운드를 먹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언제나 밀을 가장 순수하고 가장 문명화된 곡물로 여겨왔다. 그러나 오늘날 식물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은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처럼 보인다. 겉보기와는 달리 옥수수는 현대 수퍼마켓에 자리잡은 거의 모든 식품속에 숨어 있다. 옥수수는 소, 돼지, 닭, 칠면조, 양, 메기, 그리고 심지어 연어가 먹는 사료이다. 원래 유제품은 풀을 먹고 자란 소에서 생산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유와 치즈, 요구르트도 보통 평생을 실내에서 옥수수를 먹고 자라는 젖소에서 생산된다.

가공식품을 들여다보면, 더욱 복잡한 옥수수의 존재 형태에 대해 알게 된다. 예컨데 치킨너깃은 옥수수 덩어리다. 너깃에 쓰인 닭은 어떤 닭이냐에 상관없이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랐으며 접착제 역할을 하는 옥수수 전분, 반죽에 들어있는 옥수수 가루, 튀길 때 쓰는 옥수수 기름, 효모, 레시틴, 모노글리세리드, 트리글리세리드, 너깃을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는 금빛 착색제, 그리고 너깃을 ‘신선하게’ 유지시켜주는 구연산조차도 모두 옥수수에서 비롯되었다. 치킨너깃을 먹을 때 함께 마시는 거의 모든 청량음료 역시 옥수수 덩어리다. 현재 시판되는 거의 모든 탄산음료와 과일 주스는 고과당옥수수시럽으로 단맛을 내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음료의 주성분은 물을 제외하면 옥수수 감미료이다. 청량음료 대신에 맥수를 한 잔 마신다해도 여러분은 옥수수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맥주 역시 옥수수에서 정제한 포도당을 발효시킨 알코올이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이라면 뭐라도 좋으니 라벨의 구성 성분을 읽어보라. 화공 전분이나 순수 전분, 포도당시럽과 말토덱스트린, 결정 과당과 아스코르빈 산, 레시틴과 덱스트로스, 젖산과 리신, 엿당과 고과당옥수수시럽, L-글루타만산나트륨과 폴리올, 카라멜 색소와 검 성분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이 보는 것은 옥수수이다. 옥수수는 커피 크림과 치즈, 거의 모든 즉석 요리 제품, 케첩과 사탕, 수프와 스낵과 케이크, 다양한 샐러드 소스, 마요네즈와 머스터드, 핫도그와 소시지, 마가린과 쇼트닝, 그리고 비타민에도 들어간다. 여기에는 식품 외의 다른 물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치약과 화장품에서부터 일회용 기저귀, 쓰레기봉투, 표백제 그리고 계산대에서 여러분의 눈을 사로잡는 잡지 표지의 광택제까지 모든 게 옥수수다. 어느 식품점에서 오늘 옥수수가 없어 못 판다고 말하더라도, 그곳에서 여전히 엄청난 양의 옥수수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북미에 사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옥수수종족인 것이다. 미국인은 사실상 걸어다니는 가공 옥수수라 불러야 한다. 그 유연성과 적응성 때문에 옥수수는 밀 종족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 식물 하나가 초기 정착민들에게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야채와 저장할 수 있는 곡식, 섬유, 가축의 먹이, 가연성 연료와 술을 제공했다. 돼지고기는 농축된 옥수수였고 위스키는 옥수수의 칼로리가 농축한 정수(spirit)였던 것이다. 건조된 옥수수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상품이었다. 수송하기도 쉽고 손상될 걱정도 없었다.

인간과 또 다른 협력세력(농업정책과 콩)의 도움으로 옥수수는 동물과 동물들이 먹는 작물을 땅에서 몰아냈고 기존의 방목장과 들판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혀나갔다. 뒤이어 옥수수는 사람을 몰아냈다. 옥수수와 콩에 의해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농장들은 예전과 달리 인간의 노동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옥수수를 기르는 건 그냥 트랙터를 몰고 제초제를 뿌리는 일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듣는 여타의 많은 성공담처럼 옥수수 성공의 내면에는 정부가 맡은 역할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옥수수의 도매 시장가격은 생산비용보다 낮다. 이는 실제 옥수수를 기르는 농부를 제외하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시장이 생산비도 지불하려 하지 않는데 왜 농부들은 계속 더 많은 옥수수를 심고 있을까?

바로 고전적 수용와 공급의 법칙을 무시하는 왜곡된 농업경제와 큰 관련이 있다. 한때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즉 농부들의 삶을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정부 농업 프로그램들은 이제 무조건 생산량을 증대하고 동시에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용히 바뀌었다. 달리 말하면 정부는 농부를 후원하는 대신에 옥수수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가격을 유지하고 생산량을 제한하는 정책은 그 시작부터 강력한 적들을 만들었다. 왜 농업을 다른 경제부문과 다르게 취급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자유방임 경제 관료들, 과잉생산과 낮은 곡물가격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는 식품가공업자들과 곡물 수출업자들, 너무 많은 농부들이 있는 것이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정계와 제계의 지도자들이 그들이다.

농업에서 자유 시장이라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가족 농장의 경제는 회사의 경제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회사는 직원을 해고하거나 공장을 쉬게 하여 제품을 덜 생산하면 된다. 그러면 마침내 시장은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식량에 대한 수요는 탄력적이 않다. 먹을거리가 싸다고 해서 사람들이 음식을 더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공급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농부(와 가족)을 해고 시킬수도 없는 것 아닌가. 설사 농부를 해고하더라도 땅을 해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왜 다른 작물은 안 심고 옥수수와 콩만 심는가? 옥수수는 현대 산업적 음식사슬의 맨 밑바닥에 존재한다. 대부분의 축산물(양식어류를 포함)에게 먹일 단백질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옥수수 농장이다. 바로 시장이 옥수수와 콩만 심으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도 옥수수 생산량에 근거하여 농부에게 지급할 다양한 보조금을 계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값싼 옥수수라는 역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농부들은 가난해지고(미국이나 미국의 곡물을 수입하는 나라에서나) 토질은 저하되고 물을 오염되고 정부의 재정은 악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이익을 거두어 들이는 곳은 바로 종자회사, 비료회사, 살충제회사, 곡물카르텔, 식품가공업체들이다. 이들은 옥수수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가격이 떨어질수록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정부를 향해 더 강력하게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이다. 거대한 산처럼 쌓인 값싼 옥수수를 처치하기 위해 옥수수를 소비할 인간과 동물과, 옥수수를 먹고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옥수수를 흡수할 새로운 상품, 옥수수를 수입해 줄 가난한 국가들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산업적 농업으로 인해 자연 환경에 엄청난 양의 바이오매스(biomass)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소비 시장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소비에 관련된 일들이 언뜻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는 몇 가지 현상을 설명해준다. 공장식 농장의 확대와 패스트푸드 산업의 거대화에서부터 미국에서 유행하는 비만과 식중독까지, 그리고 처음으로 옥수수가 재배되었던 라틴 아메리카에서 농부들이 북쪽에서 유입된 값싼 옥수수로 인해 농장을 잃어가고 있는 사실까지 말이다. 옥수수의 특성은 너무나 변화무쌍하고 역설적인 탓에, 산더미처럼 쌓인 이런 옥수수를 처분하는 일은 비만과 기아를 동시에 유발했다.

이처럼 값싸게 필요 이상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는 옥수수가 도착하는 곳은 대개 공장식 농장이다. 물론 이런 공장식 농장은 옥수수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도 없었다. 이곳에서는 한때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과 목축장에서 살았을 수억 마리의 식용 가축들이 함께 살면서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옥수수를 먹어치우고 있다. 여기서 옥수수는 고기가 된다. 전체 옥수수 사료의 60% 정도를 소가 소비한다.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는 일은 특히나 대담하고 단호한 노력이 필요하다. 원래 소는 옥수수를 먹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된 경제는 남아 도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옥수수는 기필코 소비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옥수수를 먹어야만 하는 소가 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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