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9월13일 새벽에 us오픈 테니스대회가 다닐 메드베데프(25세, 랭킹 2회, 국적 러시아)와 노박 조코비치(34세, 랭킨 1위, 국적 세르비아)의 남자 결승 시합을 끝으로 2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결과는 3대0, 메드베데프의 승리다. 남자 테니스계에 세대 교체의 바람이 분명하게 부는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 20년 동안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가 남자 테니스계를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세계 4대 그랜드슬럼 대회의 대부분을 이 세 사람이 사이 좋게 각각 21승씩 나눠가졌다. 이번에 조코비치가 이겼다면 여러가지 신기록을 세울 뻔했다. 이런 기록은 지금까지 테니스 역사에서 일어날 적이 없었다. 기록을 의식해서인지 그는 이번 결승에서 1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시합은 상대적이라서 조코비치가 못했다기보다는 메드베데프가 너무 잘한 건지 모른다. 어떤 시즌에는 테니스 발생지인 영국의 앤디 머리를 포함해서 4명을 손에 꼽지만 머리는 세 명에 비해서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미국의 로딕도 한 해에 걸쳐서 1위가 되기도 했지만 길게 가지 못했다. 세 명이 20년을 압도했다. 너무 지루했다. 몇 년 사이에 신예들이 등장했으나 세 명으로 인해서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우승한 메드베데프, 3위 치치파스(23세, 국적, 4위 즈베레프(24세, 국적 독일) 등이 대표주자다.  나달(35세)과 페더러(40세)는 여전히 10위권 안에 들어있지만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 세 명 중에 조코비치가 발군이었다. 이번에 졌다. 그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지 못한 게 그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서 그는 게임이 풀리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중간에 울었다고 하는데, 세계 남자 테니스계를 위해서는 잘된 일이다. 명실상부 세대 교체가 일어나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특히 체력이 중요하다. 30대에 들어서면 약점이 드러난다. 대개 세계적인 선수는 20살 전후에 두각을 드러내고, 20대 중반에 전성기를 거쳐서 30세까지 뛰다가 그 뒤로 하향 곡선을 긋는다. 40세인 페더라가(우리나라 나이 계산으로 42세?) 여전히 10위 권 안에 들어 있다는 건 체력 조절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보였다는 증거다. 그가 언제 은퇴 선언을 할지가 테니스계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우리나가 남자 테니스 선수로는 권순우가 83위로 유일하게 100위 안에 들어가 있다. 한때 이름을 날렸던 정현 선수는 거의 잊혀진 선수가 되었다.  30대 중반의 조코비치와 나달, 40대에 들어선 페더러가 없었다면 지금 20대 중반에 들어선 메드베데프와 치치파스와 즈베레프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많은 우승 경력을 쌓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운이 없다. 영웅다운 면모가 있었으나 앞서 세대의 영웅들이 너무 막강해서 기를 피지 못했다. 앞선 영웅들을 극복하지 못했으니 이들 신예들을 영웅이라고 부를 수 없을지 모른다. 이번 메드베데프의 승리가 명실상부한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남자 결승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에 여자 결승전이 열렸다. 이 시합은 남자 결승전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엠마 라두카누(18세, 랭킹 140위, 국적 영국)가 레일라 페르난데스(19세, 랭킹73위, 국적 캐나다)를 2대0으로 꺾었다. 10대끼리 결승전을 벌인 경우가 세계 테니스 역사에서 아주 드믈다. 두번째였다고 한다. 라두카누는 아버지가 루마니아 사람이고 어머니는 중국 사람이다. 캐나다에서 출생했으나 2살 때 영국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국적도 영국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번에 영국은 발칵 뒤짚어졌다. 테니스의 본고장이었으나 근래에 세계 테니스계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이번에 라두카누가 큰일을 벌였기 때문이다. 영국 여왕에게서 훈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나라인 중국도 들썩인 것 같다. 라두카누는 예선전부터 뛰어서 본선에 진출했다. 결승까지 10게임을 뛰었다. 보통 정신력과 체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모든 게임을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2대0으로 승리를 일궜다. 라두카누가 세운 이번 기록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에 그녀의 활동이 기대된다. 앞으로 10년은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준우승에 머문 페르난데스도 특별한 선수다. 아버지는 에콰도르 사람이고 어머니는 필리핀 사람이다. 라투카누와 페르난데스 모두 동양인의 피가 섞인 선수들이라서 그런지 친근감을 느낀다. 사진 몇장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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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조코비치, 오른쪽이 메드베데프다. 우승 상금은 대략 30억원(?)이고 준우승은 그 반절이다. 시합 직후 사진인데, 조코비치의 은은한 미소 안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조코비치는 이번에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중간 쉬운 시간에 수건을 가리고 울기도 하고, 실수한 뒤에는 라켓을 부스기도 했다. 사진기자들은 그런 장면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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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라켓인데 ... 메드페데프는 우승이 결된 순간에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스로운모션처럼 코트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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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베스트 정산에 오른 산악인의 심정과 비슷한 것이다. 메드베데프는 이번에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했다. 라투카누도 우승이 결정된 순간에 코트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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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급 선수들은 타고난 운동 신경도 있지만 연습벌레처럼 연습한다. 거기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이렇게 큰 대회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운 선수가 우승했다는 건 기적이다. 남자 메드베데프는 그래서 랭킹이 2위였으나 라두카누는 올해도 400위였다가 이번 시합 전에 140위 정도로 올라오긴 했다. 자동으로 본선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100위 안에 들어야 한다. 이 소녀는(이번에 대입 시험을 보았다고 한다.)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줄로 알고 예선이 끝나는 다음난 영국으로 돌오갈 비행기 표를 사두었다고 한다. 도박사들은 라두카누의 승리 확률을 거의 제로로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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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후반의 어린 선수들이 이번에 정말 큰 사건을 만들었다. 참고로, 일본의 여자 테니스계 우상인 오사카 나오미(20대 초반)는 2년 전에 us 오픈을 우승했다. 랭킹은 지금도 상위이지만 큰 시합에서 주춤한 상태다.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적도 있다. 어린 아이에 그랜드슬램을 우승하는 데서 오는 정신 문제다. 정상급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두 테니스를 통해서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오자 교정하지 않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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