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소위 검수완박국회 결의안이

어제 정부 의결 공포로 완성되었다.

나라가 온통 이 문제로 시끄럽다.

세부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는

너무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내가 왈가왈부하기 어렵다.

그냥 대한민국에 사는 한 사람으로,

나름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알고

어느 정도는 상식이 있는 사람으로

이해 안 가는 대목만 한 가지 짚겠다.

검찰 측의 반대가 강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부터

대검찰청 간부들과 일반 검사들까지

모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다수 검사가 반대하는 듯하다.

그냥 의견으로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군사 독재 시절에 민주 투쟁하던 운동권 사람들처럼

확신에 차서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반대한다.

반대하는 이유는 이 법으로 인해서

일반 시민들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모든 법은 그걸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악용되고 저렇게도 선용된다.

검수완박은 잘못된 표현이다.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게

저 법의 핵심이다.

수사권도 여섯 개 항목 중에서

두 개는(?) 남았다.

앞으로 그것마저 분리해도 된다.

수사권이 검찰에서 경찰로 간다고 해서

그게 어떻게 시민들에게 불이익이 되나?

검찰은 수사를 잘하고 경찰은 못 한다는,

검찰은 공정하게 수사하고

경찰은 눈치 보면서 불공정하게 수사한다는 말인가?

그게 바로 검찰 엘리트주의다.

자신들이 정의의 화신이나 되는 듯이 주장하고 있으나,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없게 만들지 않았나?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은 조금도 없고,

자신들을 일제하에서 독립운동하던

애국지사로 여기는 듯하다.

나는 검사들이 평범한 시민들 편에서 일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일하는 검사들이 많다 하더라도

그건 당연한 일이니 내세울 건 없다.

검사 개인이 모두 부도덕한 건 아니다.

검찰이라는 조직이 그들을 이상하게 만든다.

라인홀드 니이버는 도덕적인 인간과 부도덕한 사회에서

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으나

사회 안에서는 얼마든지 부도덕하게 변한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검찰 체제 안에서는

법조 카르텔이 작동하는 것이다.

아주 옛날 김두식 교수의 헌법의 풍경에서

이에 관한 실증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검찰의 이런 반대가 결국은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의 밥그릇 때문이라는 비판을

믿고 싶지 않지만, 또 믿지 않을 수도 없다.

만약 내가 검사라면

수사와 기소 분리를 찬성하겠다.

검사의 업무를 크게 줄여주는 거 아닌가.

비유적으로,

교회에서 목사의 역할을 줄이는 거와 비슷하다.

목사는 교회에서 목회는 하지 말고

예배와 설교만 감당하라는 방식으로

교회 정관을 개정한다고 하자.

목회해야만 설교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내가 목사라면 목회와 설교권 분리를 찬성하겠다.

사례비를 반만 받으라고 한다면

더 고민해야겠지만 말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고 해서

검사의 연봉이 줄어드는 건 아닐 것이다.

검사들의 전문적인 법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다른 업무를 줄여주겠다는 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왜 그렇게 일의 욕심이 많으신가?

왜 수사를 맡게 될 경찰을 믿지 못하시는가?

내가 너무 순진하게 이 문제를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한 나라의 모든 법적 권력을,

이른바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하려는 욕심이 아니라면,

또는 세상의 모든 악을 자신들만이 근절할 수 있다는,

그러니까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라면,

교회도 간혹 그런 삐뚤어진 사명감에서 휘청이기도 하는데,

요즘 검찰이 보이는 행태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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