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베이스 인생론

조회 수 1893 추천 수 1 2014.12.02 21: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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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영웅, 위인, 1인자  혹은 1등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런 심리를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 나름대로는 인생을 열정적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그것이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겠지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누구나 좋은 집에 살고 싶고

누구나 유명해지고 싶고

누구나 높은 자리에 앉고 싶고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지요.

그것 자체를 어떻게 신랄하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삶을 마음으로 간절히 소원해도

세상의 현실을 보면 소원하는 바대로 되지를 않지요.

모든 사람이 다 부자가 될 수도 없고 좋은 집에 살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다 유명해질 수도 없고 높은 자리에 앉을 수도 없고

또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것이 이 세상의 현실이지요.

 

저는 언젠가부터 사람의 목소리와 제 개인의 목소리를 생각하면서

'베이스 인생론'을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

 

'베이스 인생론'이라는 게 특별한 건 아닙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보통 성악적으로 분류하면

여성은 높은 음역 순서대로 소프라노 - 메조 소프라노 - 알토,

남성은 높은 음역 순서대로 테너 - 바리톤 - 베이스이지요.

교회 찬양대처럼 혼성 4부 합창을 하는 경우는

소프라노 - 알토 - 테너 -베이스 이렇게 구성되죠.

그 중에서 가장 낮은 성부가 바로 베이스입니다.

제 목소리가 바로 이 베이스인데요.

 

베이스는 가장 낮은 파트로서 합창 전체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합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등 다른 모든 파트들을 밑에서 떠받쳐 주죠.

합창에서 베이스가 소프라노처럼 멜로디를 맡는 경우는 거의 없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베이스 파트를 아주 쉽게 생각하거나(소리를 무조건 "어~~~~~~~"하면서

깔면 다 되는 줄 알죠. ^^) 별로 중요하지 않은 파트라고들 인식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합창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가 베이스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베이스  파트가 없으면 합창 자체가 되지를 않습니다.(물론 여성합창은 제외입니다.)

베이스가 없는 남성합창이나 혼성합창 또는 찬양대의 찬양을 상상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다른 파트들이 다 있어도 베이스가 없으면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다른 모든 파트들이 다 소중하지만 베이스는 정말 큰 역할을 하는 파트입니다.

합창을 집이나 건축물로 비유하자면 베이스는 밑바닥 내지는 기둥이라고 말할 수 있죠.

베이스! 말 그대로 기초(bass, base)입니다. 튼튼한 기초, 든든한 반석이 바로 베이스이지요.

 

여러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베이스'같은 사람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이스로 한평생 살기보다는 소프라노나 알토, 테너로 살아가길 원하죠.

베이스 같은 인생을 한평생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베이스 같은 인생은 굴욕적인 인생, 별 볼 일 없는 인생, 크게 될 수 없는 인생, 심지어는 '찌질한'

인생이라고까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베이스로 살아가길 자처하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한심하다고 할 겁니다.

베이스 인생을 살아가지 않으려고 코피 터지도록 공부해서 명문대 졸업하고 외국 유학도 갔다 오고

좋은 회사에 기를 쓰고 들어가서 고액의 연봉도 받고 좋은 가문의 이성과 결혼도 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명예와 출세를 위해서 피나는 노력들을 하면서 한평생을 살아가죠.

사회에서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그렇게 합니다. 사회에서도 높아지고 싶어하고 교회에서도 높아지고 싶어합니다.

 

제가 맨처음에 언급했듯이 높아지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덮어놓고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자식 키우는 부모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자식들이

다 높아졌으면 좋겠고 다 1인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런 것과 일치하지 않는, 오히려 역행하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한평생을 '베이스'로 사는 것입니다.

제 원래 타고난 목소리가 베이스인 것이 다 이유가 있다고 저는 나름대로 생각합니다.

제가 베이스 목소리로 타고난 것은 곧 베이스 인생을 사는 게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

그리고 목소리를 떠나서 생각해 봐도 베이스 인생은 참 멋있고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어디서나 공동체 전체를 받쳐주는 인생, 다른 사람들을 빛나게 해주는 인생,

든든하게 후원해 주는 인생,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인생, 조용하게 자기 일을 하면서

공동체 전체에 유익을 주는 인생, 겉으로 보기엔 별 볼 일 없는 인생 같지만 실제로는

사회에서나 교회에서 기초를 닦아서 그 기초 위에 모든 것이 잘 세워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헌신하는 인생!

그런 인생이 베이스 인생이고 그 베이스 인생은 너무나도 멋있는 인생이고 보람 있는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다 저처럼

베이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 목소리가 여러 색깔이 있듯이

어떤 사람은 '테너'로서 인생을 살아가면 되고 또 어떤 사람은 '소프라노'의 개성을 가지고

어떤 사람은 '알토'의 매력을 발산하면서 또 어떤 사람은 '바리톤'의 색깔로서

자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한평생을 멋지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사회에서도 그렇고 교회에서도 그런 것입니다. ^^

다 소프라노로 살 필요도 없고 다 테너로 살 필요도 없고 다 베이스로 살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 인생의 파트가 무슨 파트인지, 자기 인생의 음색이 어떤 음색인지를 잘 파악하고

그 음색에 따라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가면 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베이스 인생론!

저는 제 타고난 목소리 베이스 그대로

한평생 다른 모든 사람들을 받쳐주는 사람으로서,

어느 공동체, 어떤 삶의 자리에서든지 튼튼한 기초를 놓는 사람,

든든한 반석의 역할을 하는 사람,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런 사람으로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저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베이스가 아닌 다른 음색으로(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이 세상에서 살아가실 또 교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실 모든 분들의 인생을 응원하겠습니다. ^^

 

 

 

 


profile

[레벨:24]또다른세계

2014.12.02 21:37:31
*.62.173.115

베이스 인생론~ 정말 멋진데요~

지금은 찬양대를 하지 않지만 저도 혼성일 때는 

베이스파트라서 더 공감이 가네요~^^

르네상스님 말씀처럼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저마다의 

자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정확한 파트가 어딘지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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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12.02 22:55:18
*.94.91.64

르네상스 님의 베이스 음성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베이스 인생론'이라,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수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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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4.12.03 16:24:40
*.104.192.137

르네상스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많이 좋아하는 작품이 떠오르는군요.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라는 모노드라마 형식의 소품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독백인데 르네상스님의 생각과 비스무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모노드라마라서 제가 각종 음향같은 거 마련해서 혼자 녹음도 해보고싶을 정도여요.

안읽으셨으면 추천합니다~

 

[레벨:12]staytrue

2014.12.03 17:50:54
*.72.188.140

아 ~ 너무 멋진 글입니다.

많은 교회들에서 연례행사처럼 사회에서 성공한 기독교인들을 초청해서 간증집회를 여는 모습이,

이제는 지치다 못해 가증스러워지는 시기인데, 이런 글을 만나니 참 반갑습니다. ^^


저는 고딩 때 중창단을 했습니다. 

당시 세컨테너를 맡았지만, 성적은 베이스로써 항상 다른 학우들을 빛내주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당시, 서울대간 친구놈은 저에게 고마워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모르고 살겁니다. 녀석도 ... 참 ...


아무튼, 저도 베이스 같은 역할을 하며 살아봐야겠습니다. 근데, 베이스 솔로도 바리톤이나 테너 보다 소름돋을 때가 많습니다 ^^

profile

[레벨:38]클라라

2014.12.04 22:55:59
*.227.122.192

참 따스하게 읽혀지는 글이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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