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란 무엇인가?

조회 수 7133 추천 수 49 2005.07.01 23:15:21
기적이란 무엇인가?

성서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는 사건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구약성서에서 우리는 대표적으로는 홍해 사건, 만나와 메추라기, 태양과 별의 운행 정지, 여리고 성 붕괴, 엘리야의 불 수레 승천 사건 등등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신약성서에서 마리아의 동정녀 출산, 포도주로 변한 물, 오병이어, 장애인들의 치유 등등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성서가 묘사하고 있는 그런 기적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 성서는 일점일획도 틀림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니까 성서의 기적 이야기를 묘사된 그대로 믿을 뿐이지 유한한 인간의 지성으로 분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성서의 진술이 인간의 지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즉 자연과학과 모순 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라 성서 기자들이 기적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근본이 무엇인지 구별하는 것이야말로 옳은 성서읽기라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유지될 때만 성서 텍스트와 독자와의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기독교인들이 이런 대화에 소홀한 채 무조건적인 믿음만을 강조한다면 그건 역사를 향해 열려 있는 기독교의 참된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작은 종교적 경험을 절대화하는 사이비 이단들의 열광주의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도대체 기적이라는 게 무엇일까? 일단 우리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사건이 바로 기적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늘 바닷물로 채워져 있어야 할 홍해가 일시적으로 갈라졌다면 그건 분명히 자연법칙이 깨진 사건이다. 물이 어느 순간에 포도주가 되었다면 그것도 역시 자연법칙에 위배된다. 오병이어(五餠二魚)로 5천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면 그건 분명히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사건이다. 따라서 우리가 성서에 진술되고 있는 기적을 이해하려면 자연법칙에 대해서 질문할 수밖에 없다. 만약에 성서가 기적적인 현상으로 묘사한 것들이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성서의 그 이야기를 굳이 기적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헬라의 철학자들로부터 최근의 황우석 박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자들이 밝혀내는 자연법칙은 자연이 작동되는 일정한 규칙이다. 삼각형 세 꼭지의 합은 180도라거나, 지구에는 일정한 크기의 만유인력과 관성이 작용한다거나, 유전자 지도는 이중 나선형 구조로 되어 있다는 사실들은 모든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자연법칙과 원리들이다. 그런데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간주되고 있는 자연법칙에는 기본적으로 공간과 시간의 범주라는 전제가 따라다닌다. 즉 만유인력은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만 통용되는 원리일 뿐이지 우주 공간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또한 배아복제를 통한 줄기 세포는 지금까지 밝혀진 유전공학의 패러다임 안에서만 타당한 것이지 새로운 패러다임이 밝혀지게 될 미래에는 거의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핵심은 자연과학이 밝혀주고 있는 자연법칙이라는 게 시공간을 초월한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성서의 기적 이야기를 이런 자연법칙의 잣대로 재단하는 건 별로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성서의 기적 설화는 자연법칙을 뛰어넘는 절대적 진리라는 말일까? 물론 그런 뜻도 아니다. 성서의 기적 설화가 생성되던 시기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자연과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성서의 기적 설화를 오늘의 자연과학과 연결해서 사실이니 아니니 하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고대인들은 이 우주를 하늘과 땅과 지하라는 삼층의 구조로 보았고, 모든 자연에 주술적인 힘이 잠재해 있다고 보았으며, 화산 폭발을 매우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현현으로 인식했고, 인간에게 임한 재앙을 신의 진노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성서 기자들은 기적 설화를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하나님의 계시 사건 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었다. 이 대목을 이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다. 성서 기자들은 오늘의 우리와 달리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서 자신들의 운명과 역사에 야훼 하나님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을 뿐이다.
성서 시대와 전혀 다른 과학의 시대에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들은 기적 설화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기적 설화가 하나님의 계시를 인식하기 위한 고대인들의 해석학적 도구였다고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들의 미숙한 세계관으로 복귀할 게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적합한 해석학적 도구들을 새롭게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 말은 곧 오늘 우리가 절대적인 것처럼 생각하는 현대의 자연과학도 역사가 흐른 다음에는 미숙한 세계관으로 떨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종말에 이르기까지 늘 새롭게 자기를 계시하는 하나님에게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한편으로 성서의 중심을 놓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자연과학 의해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기적 논의에서 오해될 소지가 있는 한 가지 문제를 간단히 짚어야겠다. 예수에게 발생했던 부활도 역시 이런 유의 기적에 속하는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성서는 예수의 부활을 위에서 언급한 기적과 전혀 다른 지평에서 접근하고 있다. 성서의 기적들은 그것의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간의 작위가 개입되지만 부활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자들이 예수의 부활을 위해서 무덤 앞에서 기도했다거나 예수의 사체에 손을 댔다는 언급이 전혀 없다. 또한 앉은뱅이의 치유에서 볼 수 있듯이 기적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인식되었지만 예수의 부활은 일정한 사람들에게만 인식되었다. 여기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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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0]새하늘

2007.09.13 00:25:52

기적이란 무엇인가?
내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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