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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살면 자주 교회에 가게될 줄 알았는데, 주말마다 일이 생겨 이사온 후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가질 못 했네요. 스스로 섭섭한 맘을 금할 길 없습니다.
지난 주말엔 거의 십여 년 만에 잠깐 귀국하신 장인어른을 뵙느라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갔습니다. 본래 평양 분이신 장인어른은 많은 이북분들이 그렇듯 독신한 크리스찬이십니다. 함께 월남하신 고교 친구분을 만나신다기에 함께 자리했더니 그 분도 크리스찬이셨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집사람네 식구들은 거개 교인들인데, 바로 위 처형과 동서는 성당을 다닙니다.
부산을 여러번 다니러 갈 때마다 묵는 바로 위 동서네에서 일요일이 되면 우리 식구는 또 다른 처형내외가 다니는 교회를 가길 위해 집집이 따로 예배를 드린 다음 점심에 다시 모이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여러 상황으로 계속 가던 교회를 가지 못할 것 같아 집사람과 함께 동서 내외가 다니는 성당엘 갔습니다. 그 동안 그 성당 신부님의 강론에 대해 익히 들었던 저희들은 미리 예상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익히 들었던 내용이란게, 설교말씀이 걱정되는 여러 목사님들의 일들을 이런 저런 얘기로 나눌 때 동서내외가 다니는 성당에 새로 부임하신 신부님께서 정말 걱정스러울 정도의 강론을 하신다면서 농담 반 진담 반을 했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전 과연 어떻길래 신부님께서도 라는 생각을 가지고 태어나 처음 성당을 갔습니다.
그런데 설교시간이면 사투를 벌렸던 졸음을 이 강론시간엔 그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첫째, 앉았다 섰다로 이미 육체적인 운동이 심박수를 적당히 조절하여 약간 흥분된 상태로 이끌더니
둘째, 조용하면서 높은 기도문에 특유의 리듬이 있는 천주교 미사 예전의식에 순간 반전을 기하시는 신부님의 부산 사투리성 열변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한 편의 희극을 연출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강론 중에 회중을 향해 일상의 당연함에도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는 주제로 강론 하시면서 (여기까지 천주교 특유의 톤이었습니다.)
신부님: (갑자기 회중을 향해) "와요 안와닿습니꺼! 마 죽을 똥 살똥 해도 모르끼구마는"
컥하고 강론 중에 실소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물론 저뿐 만이 아닙니다.
또 이러십니다. 어버이 주일을 맞이한 관계로 이와 관련하여
신부님: "요즘에는 한 팔십은 무야 마 어버이 소릴 듣심더, 육칠십가꼬는 택도 없심더"
이러자 회중에서 "칠십군데예"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집니다. 그러자
신부님: "칠십구라꼬예, 마이 뭇네예, 그래 일년이 아무것도 아닝거처럼 보이지예, 조심하이소"
그러자 자신도 좀 심하셨다고 생각하셨는지
신부님: " 마 농담임니더" 그러고 넘어가십니다. 물론 회중들은 박장대소합니다.
미사 후 예배당을 나가면서 동서내외가 서울서 온 저희들을 신부님께 소개시킬 때 였습니다.
형님: 신부님 저희 동서 내외와 함께 왔습니다
신부님: (저희들을 보시면서) 그래예 잘오셔심니다
형님: 성당 처음 온 겁니다.
신부님: (살짝 놀라시며: 이 성당의 대다수는 나이드시고 오래되신 성도 분들이 주로 출석합니다) 그럼 이자 안오겠네.
형님: (웃으시며) 신부님 까칠한 강론은 이미 알고 왔습니다. 그리고 개신교인들입니다.
신부님:(웃으시며) 어데서 오셨습니까
저: 예, 서울에서 다니러 왔습니다.
신부님은 이래저래 믿으니 다 좋네요 하시면서 맞아 주셨습니다. 나름 나이드신 어른들을 대상으로 힘겹게(?) 강론하시는 신부님(저보다 두어살 밖에 안드셨으니 젊다면 젊은 분입니다.)이 방법을 터득하신 모양입니다. 비록 젊은 사람들이나 좀 정제된 어투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턱턱 막히게 들릴수 있지만 저는 이제까지 나이드신 분들이 졸지않고 초롱초롱한 모습으로 설교를 듣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어 다음에도 꼭 다시 가고싶은 맘이 들더군요.
아 물론 미사포때문에 할머님들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지 못한 점도 있기 합니다만...
나이스윤> 그 신부님 말씨만 서울 말씨면 윤집사님의 유머감각에 버금갈만한 분이셨습니다.
은빛그림자>님의 얼굴도 모르는데 제 얼굴이 가물가물하신다면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하네요. 교회에서 퉁퉁하고 안경쓴 사십대를 찾으시면 접니다. 너무 평범한 소개인가요??? 그러나 목사님 말씀대로 옆에 은발의 사십대 아주머니가 있다면 틀림없는 접니다. 그럼 교회에서 뵙죠.
목사님>안그래도 기꼬를 읽고 보내줄데가 있는데 교회가면 박승수님께 부탁드리지요. 그때는 일찍 가야할 일이 생겨 받지 못했습니다. 그 때부터 일이 겹겹이 생기더니 교회에서 얼굴 뵙기가 어렵게 되버렸네요. 이번 주에도 장담하기 어려운게, 금요일에 상경하실 장인어른 모시고 아마 이리저리 안내해야 할 일이 생길 듯 합니다. 본인은 걱정없다고 하시는데 옆에서 보는 저희들은 만으로도 여든다섯되시는 분을 그냥 다니시게 하기에는 불안해서요. 큰 일없이 교회갈 수 있길 바랍니다.
정선생님~ 바쁘셨군요..^^
거침없는 강해에 부산사투리를 더하면 서울뺀질이들은 내용에 관계없이
웃고만 있을듯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