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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우디, 별을 참 좋아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밤마다 봤던 별들이었는데....

청년이 되어서는 별을 볼 수 없는 서울 밤 하늘을 투덜대며 기어이 밤바람을 쐬곤했습니다.

 

별에 얽힌 이야기 하나 ..."자, 필름 돌아갑니다."

(반응 별 볼일 없거나 억지스런 호응이면 이야기는 눈치껏 하나에서 끝납니다.)

 

 

작대기 한개시절,  (이등병시절)

모든 것이 어색하고 어눌하고 무척이나 힘들고 철저히 혼자인 외로움에 몸서리 치며

수없이 어금니를 꽉꽉꽉 깨물던 때가 있었습니다.

 

성질 더러운 고참과 새벽 경계근무를 나갔었지요.

이 고참은 언젠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누가 군대에서 사투리 쓰라고 그렸어? 한 번만 걸리면 콱 죽여불텡게!"

자신의 말대로라면 벌써 자살을 했어야할 이 고참이 그 날은 나의 사수였습니다. (사수 : 군인이 짝을 지어 경계근무를 설 때에 고참을 가리킴)

고참 왈, "새꺄, 나 잘텡게 감시 잘혀, 한 번 보겄어."

잔다면서 어떻게 보겄다는 것인지...

그래서 하늘같은 고참은 뒤집어져 자고, 나는 또 혼자였습니다.

 

 초병.jpg

 

땅아, 꺼져라 하면서 조심스레 한숨을 내몰고는 '엄니~' 하며 하늘을 보았습니다.

옆에 나무를 잡고 흔들면 당장이라도 후두두 떨어질 듯 그렇게 수 많은 별들이 나무가지 사이사이에 달려있던 그 곳, 강원도 홍천!

정말 무슨 소설마냥 유난히 눈에 띄는 별이 꼭 한개 있더군요.  혼자 멀리 떨어져 빛나고 있었던....

나는 쓸데없이 총을 들어 별을 겨누어 보았습니다.

가늠쇠 구멍으로 우리는 두 눈이 마주쳤습니다.

왠지 죄 짓는 듯한 기분에 곧 총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외로운 처지에 총부리를 대다니...'

그 적막하고 긴 밤, 수십광년의 거리를 우리는 말 없는 대화 속에 수 없이 오가며 어느새 오랜 친구 같았습니다.

 

별밤.jpg

 

' A, 이런 젠장찌게같은 ... ,

뤼브롱 산에서 양치던 목동이 ★을 쳐다볼 땐 천사같은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어깨 위로 살포시 머리를 고였다던데

내가 ★ 좀 보려니까 지지리도 분위기 모르는 고참이 잠이 깼습니다, 참 ★ 일입니다.

 

고참 : 야, 재미난 야그 좀 혀봐.

 

우디 : 저기 저 ★ 보이십니까..... 어쩌구, 저쩌구, ★★★...

 

고참 : 이 놈이 참 ★난 놈이네, 그런거 말고 껄쭉한 女, bed, 男  애기 몰러?

 

우디: 몰라, 이 자식아. 그런 얘기 닳도록 들어서 앞 부분만 들어도 속편에 아류작 스토리까지 줄줄 읊어대는 놈이, 질리지도 않냐?

          로맨스는 모르는게 빗나간 섹스만 알아가지고...(차마 속으로만 욕했습니다.)

 

"어이쿠, 필름이 다 돌아갔네요."

 

청년 우디는 혹시 그 때 그 별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하늘을 보고 걷다가 마빡만 깨질뻔 했습니다. (마빡이 왜? 해답은 아래에)

 

쫄따구 시절 그 별을 만난 이후로 나는 이 시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저녁에

 

                                 김광섭 詩

                                 유심초 歌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두움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별.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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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April 27,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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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April 27, 2010

제가 청년시절 살던 동네에는 전봇대에 광고지를 많이 붙였습니다.

월세 얼마, 이삿집센타, 무슨무슨교회 대부흥성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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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April 27, 2010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옛날에 신나게  따라 부르던 곡이네요.

 

나도 월세가 먼 말인지 궁금하다는 ...

아시는분 해석좀 해 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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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April 28, 2010

별 좀 보려고 하늘 쳐다보고 걷다가 월세방 광고 붙은 전봇대에 꽝! 하면서

번쩍거리는 별들이 보이더라는 얘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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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April 27,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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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April 28, 2010

그 셀파넘이 혹시 저랑 근무섰던 그 넘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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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April 28, 2010

우하하.. 집사님,

사실 저 무지 궁금한게 있는뎅..

군대건빵 별사탕하고 이 셀파넘 하고 먼 관계가 분명히 있기는 있었던 거쥬?

이 넘이 그 때 전역 3달짜리 였거등요.ㅋㅋ

아이코..우짜스까..

라라글이 이상하게 흘러가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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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April 27, 2010

김용성 집사님의 글솜씨가 대단하군요.

교회에서는 큰 일군,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이나 아빠,

직장에서는 성실한 직원,

깊이도 있으면서

유모 감각도 있고요.

나도 군대 시절이 기억나네요.

그 젊은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니,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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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April 28, 2010

목사님... 이런 얘기는 사람들 많은데서 크게 해주세요.ㅋㅋ.

목사님 쓰신 글들 중에 고독과 신앙에 관한 글이 있었죠.

아마도 저에겐 이등병 시절이 있어서 그 글이 더 현실감이 느껴졌을거에요.

힘들고 고독했을 때 뭔가 깊이 있는 세계로 들어가게되는 문이 열려지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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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April 28, 2010

와~~ 우디님 솜씨 환~타 스틱이다

사진에 그림에 거기다 노래까지.......

정말 말깔스런 글입니다

홍천! 아 그옛날 나으 나와바리 였었엇는데

처음 자동차를 사고서 운전하는게 넘 좋아 후딱하면 만만한 홍천

그리고 양수리 카페촌을 ~~~두루 섭렵하며 드라이브를.......

지금도 홍천은 그 옛날의 보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마~니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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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April 28, 2010

저는 부대내의 홍천 밖에 모릅니다.

그저 억눌린 중에 해방을 바라며 하늘만 쳐다보던 모습이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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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

April 28, 2010

왜케 찡하지.....

가뜩이나 그리운데 말입니다.


홍천이라... 같은 곳인지 모르겠으나 저 11사 나왔다는.

그래서 홍천에서 3년 살았지요. 은새도 거기서 낳고.

제대후 한번도 발 붙이지 못했는데

다시 갈 날이 있을라나요.

홍천에 맛집 몇 개 아는데... 아 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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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April 28, 2010

앗 저도 거기입니다.

자대는 다른 곳이지만 11사에서 신교대 훈련을 받았어요.

홍천 부대내에는 별 정말 많았어요.

경계근무서다보면 별이 휙하고 꼬리 긋고 지나가는 모습도 종종 보고요.

별이었는지 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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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

April 28, 2010

11사 신교대 나오셨으면
사자교회 출석하셨었겠군요?

제가 거기서 2년간 초코파이 나눠줬지요 :)

괜히 징하게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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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April 28, 2010

아하..사자교회!

저 거기서 검정고시(학습 제끼고)로 세례도 받았습니다.

성당에서 초코파이 2개에 커피까지 준다고 해도

초코파이 1개주는 교회로 꼬박꼬박 나갔었어요.

저도 무쟈게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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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April 29, 2010

복학생시절 막판에 대화가 군대 얘기로 흐르면 여학생들이 재미 없어 하던일이 생각납니다

  우디님은 글쓰기 재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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