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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교우님들 안녕하세요.

 

7월 25일(주일) 독서모임을 재차 공지합니다. 오후 2시까지 샘터교회(한글회관 지하)로 오시면 됩니다. 점심식사는 따로 하지 않을 계획이고요, 쪽지 주시면 배고픈 참가자분들을 위해 제가 참치김밥 사 가겠습니다. 차나 음료수 같은 간단한 간식거리는 근처 편의점을 이용하면 되니 그리 문제되지 않을 겁니다.   

 

알려드렸다시피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게르하르트 로핑크)를 가지고 얘기를 나눌 계획입니다. 교회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소급될 것 같은데요, 책에서 몇 가지 세분화된 주제를 뽑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개인주의 신앙 비판

로핑크는 복음생활의 개인주의적 경향을 비판적으로 거론합니다. 아돌프 하르낙 (1851-1930)과 같은 자유주의적 기독교 사상가를 예로 들면서 개인주의적 신앙이 본질적으로 교회 공동체를 염두해 둔 신약의 메시지를 곡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는군요. 하지만 기독교사에서 개인의 등장이야말로 복음확장의 핵심 동력이 아니었던가요? 서양사에 "개인"이 누구였던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겠군요.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봉건체제를 붕괴시킨 부르주아 계급이야말로 개인의 자유를 강조했던 집단이었군요. 그들이 지향한 자유는 상업활동의 자유, 사유재산 취득의 자유였었죠. 직업소명설과 구원예정설였었나요? 부르주아의 개인 신앙을 뒷받침했었던 게. 그러고보니 개인주의적 신앙이라는 게 반드시 보편적으로 등장했던 것은 아니군요. 중산계급의 쌍생아였던 프롤레타리아도 신앙에 의지했을테니까요. 통제불능의 자본주의가 가져온 삶의 비참함 속에서 이들의 신앙은 현세지향적 개인주의보다 내세지향적 구원주의로 기울었을 수 있겠군요. 이들이 믿었던 기독교를 칼 마르크스는 "비정한 세계의 심장이자 무기력한 처지 속의 활력이며 인민의 아편"이라고 묘사했더군요. 이들은 어쩌면 그래도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있었던 중세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관점에 보니 로핑크의 공동체 신앙에 조금은 솔깃해지는군요. 그냥 "고립된 신앙생활은 않좋다"는 메시지 이상의 뭔가가 담긴 건 아닐까요?

 

2. "끝난 아버지 노릇"

로핑크의 공동체 강조가 중세체제로의 귀환을 설파하는 것이 아님이 이 대목에서 분명해집니다. 교회 공동체가 가부장적 질서를 대체하는 어떤 것으로 부상하는군요. 로핑크는 예수님은 당신의 추종자들이 "집도, 형제도, 자매도, 어머니도, 자녀도, 토지도" 모두 되찾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지만 그 안에 "아버지"라는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발견에 감격해 하는군요. 부가적인 설명은 차치하고라도, 이 대목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선후배 문화(누군가는 이것을 "형님문화"라고 표현했는데요 저는 싸가지 문화라 불러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가족주의, 연고주의 등의 온갖 군사문화적 폐단들이 가부장제적 논리에서 그 정당성을 얻는 것을 보면 성경에서 혹은 교회 공동체에서 요즘 말하는 대안문화의 논리를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설렙니다.   

 

3. 대조사회

결국 교회 공동체가 세속 사회와 대립선을 그으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산 위의 도시")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조사회"라는 개념이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조사회의 구체적인 작동원리는 폭넓은 사색을 요구하는데요, 일단 세속사회와의 대조 원리가 뭐냐는 질문이 생깁니다. 로핑크는 신약에서 강조하는 사랑과 형제애 등의 실천윤리는 일단 교회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교회가 사랑의 전초기지가 되는 거겠죠. 그런 다음 그 외연을 넓혀가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로핑크가 강조하는 바 기독교적 사랑은 섣불리 "사해동포주의" 등의 인본주의적 박애사상과 혼돈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는 귀담아 들을 만합니다.    

 

4. "속박의 안전이냐 자유의 모험이냐"

로핑크가 쓴 말은 아니지만 "자발성의 체제"라는 말로 교회 공동체의 운영원리를 파악해볼 수 있겠습니다. 로핑크가 주장하는 바, 바울을 필두로 한 초대교회 지도자들은  동료들을 지배하고 지도하려 하기 보다 이들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 은사를 운용하도록  활동의 여지를 마련했다고 하는군요. 즉 "속박의 안전"을 버리고 "자유의 모험"을 감행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조직에 활력과 생산성이 생기기 때문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우리가 토론의 주제로 삼아볼 수 있는 것은 교회의 건설과 운용에 창조성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성경이 마련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입니다.

 

오늘 다소 장황하게 토론주제를 설명 드린 이유는 독서모임에 참가하고 싶으나 독서는 하지 못했다라고 말씀하시는 교우분들이 계셔서 입니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주제만 생각하고 모임에 나오셔도 괜찮습니다. 더불어 제가 제시한 주제는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또 책 속에서 더 중요한 주제들을 끄집어낼 수 있기 때문에 그저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한 주 동안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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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그림자

July 19, 2010

책은 아예 주문도 못했는데요..ㅠ.ㅠ

식사를 안 한다면.... 저는 안 가겠습니다.ㅋㅋ

아! 참치 김밥이라.........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치즈 라볶이.....가 추가된다면 확실히 참석..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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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July 20, 2010

산행도 온다하고 안온게 두번이신 분

분위기를 띄워서 흥행을 위한 CF에 일조하시고

정작  본 프로에서는 볼 수 없는 분. 마치 그림자처럼...

과연 독서토론회에는 출현하실 것인가!

치즈 라볶이에 출연여부가 달렸다니...

서울샘터의 /풍/선/껌/ 그대는 은빛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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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July 20, 2010

치즈...라볶이.... 이거.... 어떻게.... 만드는 거죠? 치즈에 라볶이를 넣나요? 아니면 라볶이에 치즈를? 제가 치즈를 가져갈테니 누가 라볶이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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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July 20, 2010

체호프 선생님

summary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고 또 읽고, 많이 생각, 생각하며 서울 샘터를 그려 봅니다.-----공동체로써

북경 디원 수도원에 민간인들이 꾸역 꾸역 모여 드네요.  안 하던

주방장, 청소부, 세탁에 올인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있었던 고독속에서의 행보가 아스라합니다.

무지 덥지요?  이곳도 서울 옆집이니까,   마찬가지...... 저는 온도보다 습도가 무섭습니다.

교우님들!!!!!!

작열하는 태양,     열정적인 뜨거운 공기,     여름답지 않습니까?

기꺼이 즐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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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July 20, 2010

노 집사님, 요즘 뜸하셔서 가족끼리 바캉스 떠나신 줄 알았더니 아니, 수도원 주방장 하시고 계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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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July 20, 2010

집사님, 안녕하신지요^^.

잊지 않고 찾아주셨군요. 북경도 서울처럼 덥고 찐다니 이상한 기시감이 드느군요. 저도 언젠가 그곳에 있었을 것 같은...

<호우시절>이라는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중국이 배경인 한국영화거든요. 사람들이 집단체조같은 거 하는 공원장면이 나오는데 제가 거기서 막 빠져나와 제 방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왜 느닷없이 삼계탕이 먹고싶은지 모르겠군요...이런 것도 영화에 있었나...)

빨리 서울에 오셔서 맛집 순례를 함께 하기로 하지요.

너무 무리하시지 말고 건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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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July 19, 2010

흐흐.. 저는 오늘 주문했슴다..^^

체호프님이 뽑아논 주제만 봐도 책 내용에 살짝 구미가 땡기는군요.

실은 요 책은 설렁설렁 넘어가고 8월꺼 코엘류에다 코 박을려고 했는뎅..^^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책 껍데기부터 솔솔 향내가 나는 게 속은 보통내기가 아닐 것 같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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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July 20, 2010

라라님!!!!

공원에 운동나가기 일보 직전, 막간을 이용해서 안부드립니다.

라라님과는 님의 댓글을 통해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양 방향이 못되어도 전 좋아요. 책을 읽듯이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어면  통하는 느낌으로 참 기쁩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게> 제목도 멋지고 작가도 내가 짱 좋아하고

전 노동의 향연 속에서 책 하나 시작했는데, 읽었는지 궁금하네요

움베르토 에코의  '로아나' 부제는 여왕의 신비한 불꽃

일단 에코에 기대감이  있으니까 

몸이 약하신 듯 하던데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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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그림자

July 20, 2010

우디 님!! 댓글 내공..이라고 들어 보셨는지..ㅋㅋ

제가 일빠로 좀 달아줘야 분위기가 업!!!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이오?

글구, 산행 불참은.... 우디 님이 여성의 비애를.. 아시오?

(모르면 말을 말어~~ㅠ.ㅠ)

거참! 자세히 말을 할 수도 없고.. 암튼 사정이 있었단 말이오.

 

체호프 님처럼 명석한 분이 치즈 라볶이를 모른다는 저 거짓 만발 문장에

내 속지 않으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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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July 21, 2010

치!

 

체호프

體호프

體HOF

 

체질적으로 맥주를 좋아하겠군요.

(우우 ~ 비난의 소리가 마구 들린다. 저 원래 이런거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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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July 21, 2010

은빛 님과 우디 님의 코멘트에 뭔가 의미심장한 답글을 달아야 할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그냥 오는 주일에 치즈라볶기를 안주로 생맥주나 한잔 하실까요? 70년대 초반 출신들의 결사를 도모하심이 어떨는지요.

우디 집사님께서 깃발을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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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July 21, 2010

'대조사회'는 조어처럼 들리는데,

원어로 나와 있나요?

더 적당한 우리말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딱 떠오르지 않네요.

서울샘터교회 독서모임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군요.

꾸준히 가다보면

우리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2천년 기독교 역사의 중심에 풍덩 들어가 있는 걸 알고

흐믓한 미소를 보낼 날이 올 겁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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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July 21, 2010

네, 목사님.

책을 들춰보니 Kontrastgesellschaft라는 말을 대조사회로 번역했군요. 로핑크는 같은 맥락에서 Gegengesellschaft라는 말도 쓸 수 있다고 했는데 번역자는 이 단어를 대척사회라고 했군요.

글을 하나 올려놓고 보면 댓글에 신경도 쓰이고 기다려지기도 해서 다비아 사이트를 시시각각 방문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목사님께서 권장하신 "다비아 폐인"이 되어가는 건가요.

그런데도 제 전공 논문은 왜 이리 진도가 안나가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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