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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는 학원에 지연이라는 아이가 있어요.
나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현재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지요.
말이 좋아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지 실상은 그냥 교실에 같이 앉아 있을 뿐입니다.
지연이는 지적 장애 3급입니다.
아버지는 고물을 팔아 생활하시고,
어머니는 무슨 사정인지 안 계십니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가 계시지만 본인 몸 추스르시기도 쉽지 않으십니다.
일반 초등학교 특수반에서 수업을 듣고,
끝나면 학원 차를 타고 학원에 옵니다.
지연이야 세상에 심각할 것 하나 없습니다.
바지에 오줌을 싸고 나서도 히히히~~ 웃으며 "선생님 오줌 쌌어요" 합니다.
진흙탕에 앉아 놀다가 양말이며 신발이며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또 그 "히히히"를 합니다.
그걸 보는 저는 짜증이 왈칵 쏟아져 감정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요.
남의 눈을 의식할 겨를이 없습니다.
"바보처럼 왜 오줌을 쌌어?"
"얼굴이 그게 뭐니? 빨리 안 씻어?"
"누가 땅에 떨어진 거 먹으랬어?"
"지연이 놀린 사람 나와! 누가 지연이 놀리래? 응?"
극성쟁이 엄마들이 하는 멘트가 고스란히 제 입에서 쏟아집니다.
그나마도 시험 대비 기간이 아닌 때에나 가능하죠.
시험 대비에 들어가면 지연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습니다.
가슴께가 뻐근하게, 턱 밑이 아릿하게 통증이 옵니다.
심리적 거리 조절이 잘 안 되는 탓이겠지요.
요즘 지연이는 그 어느 때보다 놀림을 많이 받습니다.
극성스러운 3학년 아이들 때문이에요.
한 명이 놀리면 자연스럽게 다들 따라서 합니다.
선생님 눈을 피해서 말이죠.
눈치가 없는 녀석들은 대놓고 자기 근처에 오지 말라고 합니다.
훈육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정말 싫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그 모습을 보면 이해도 됩니다.
언젠가 장애인 기관에 청년들과 봉사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식사 준비를 돕고 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속이 울렁거려 당장이라도 구토가 나올 것 같았거든요.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제가 딱 그 수준인데 어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요?
당연히 냄새나는 거, 더러운 거, 싫겠지요.
지연이 아버지는 지연이를 계속 학원에 보내고 싶어하십니다.
아주 기초적인 학습이라도 반복해서 하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시거든요.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 교육입니다.
지연이는 여자이니 좀 있으면 초경도 하게 되겠지요.
그 생각만 하면 제가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생리 중 신변 처리가 안 돼서 처참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자주 있거니와
임신이 가능하게 되면서 겪지 않으면 좋을 일들을 겪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종종"이 아니라 참 많이도 있지요.
"현실"이 그렇습니다.
어제 지연이 아버지께 전화를 했습니다.
지연이에게 알맞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앞으로 여성이 되기 위해 준비할 것들이 있는데 아버지께서 그런 교육을 해주시거나
그게 어렵다면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학원에서 나가라는 건가... 조금 섭섭해 하시는 기운이 전화선을 타고 제 볼에 번지더군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알아 본 몇 군데를 정리해서 내일 또 지연이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야 합니다.
마음 상하시지 않게 잘 말씀드려야 할텐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현실" 속의 "장애인"에게는 낭만이 없어요.
하루를 잘 버텨내는 것이 투쟁이거든요.
먹고, 자고, 싸고, 씻고... 이 모든 것이 사투입니다.
나중에, 지연이가 "생명"이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혹여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저를 찾았으면 좋겠군요.
저는 그 녀석 등을 두들기며 심드렁하게 말할 겁니다.
너만 그런 거 아냐. 나도 그래.
은빛,
오랜만이에요. 참 만나고 싶은데 기회가 잘 안 닿네요. 그날이 오겠죠.^^
지연이 얘기, 맘이 참 아프네요.
엄마가 계셨으면 좋았으려만, 3급 정도면 어느 정도는 일상 생활이 가능할 텐데....
내가 사정은 잘 모르지만,
지연이로서는 은빛같은 선생님을 만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학원에도 계속 나오면서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건가요?
요새 나도
현실 속에 장애인에게는 낭만이 없고,
먹고 자고 씻고 싸고 하는 것이 하루하루 사투이며,
너만 그런 게 아냐, 나도 그래. 라는 그 심정을
직접 체험하고 있어요.
좀 힘들 때마다 은빛 생각을 해요. 나도 힘을 내야겠다고...
지연이 잘 좀 도와주세요.
저도 장애인들과 한 일년쯤 생활해 본적이 있습니다. 짜증도 많이 나고 , 느낀점도 많고, 우리가 앞으로 개선해야할 점들도 분명히 보이기도 하더군요.
은빛그림자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같이 있으면서 내가 느낀것과 그들을 대하는것이 달라질때가 많아요.
영화 글러브를 보지는 못했지만 청각장애인들은 의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 도둑놈으로 보이지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목회하시는 목사님도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시더군요.. 청각장애인을 상대로 설교하시며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고요.. 글러브는 아마 낭만에 해당되는 부분일수 있겠군요.. 그래도 글러브가 종영하기전에 봐야겠습니다. 오늘 저녁이 좋을까요?
재미 있는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니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과 제가 함께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후천적시각장애인이었고, 청각장애인은 보청기를 끼우면 어느정도 들을수 있는 사람인데 보청기를 사용하면 귀에서 물이 나와 잘 끼우지 않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청각장애인은 말은 할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날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서로 이야기를 합니다.
청각장애인: (나를 손으로 가르키며 다른 한손으로는 시각장애인을 툭치면서) 배가 많이 나왔지요? (내 배가 많이 나왔다는 말)
시각장애인: (나를 가르키는 말인줄을 모르고 ) 내 배가 많이 나왔어요?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이 묻는말을 듣지 못했기에) 아니 배가 많이 나왔다고...
시각장애인: (자기 배를 만지며)운동을 많이 해야겠네요.. 근데 많이 나온것 같진 않은데....
이 이야기를 앞에서 듣는 저는 배꼽이 빠지는줄 알았습니다. 동문서답....
장애인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는걸 저도 들어 압니다.
아이가 청각장애가 있으면, 부모들은 빨리 수화를 배워서 아이가 어렸을때부터 수화로 이야기하면 아이는 언어를 배우듯 수화를 배워서 사용할수 있는데도 부모들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 병원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고쳐보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교육의 기회를 놓치고 말지요..
지적장애아들도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는걸 알았습니다. 지적장애아들도 어렸을때부터 글을 가르치면 대부분 글을 깨우치고 책을 읽으며 어느정도 발전을 할수 있습니다. 방치하면 장애와 무지가 겹치게 되는거지요.
<사흘만 볼수 있다면> 이책은 셀러반이 어떻게 헬렌켈러를 가르쳤는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으며, 그 부분에 대한 더 자세한 묘사는 영화 "블렉"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의 변화가 있다면 많은 것들이 해결될수 있을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장애인 비율이 평균 10%, 우리나라는 4%가 안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오히려 더 색안경 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을 도와줘야 한다." 란 운동이 선함이나 봉사차원이 되면 안된다고 봅니다.
내가 4%속에 안들어간 것으로 끝난다면 운이 좋았거나 흔히 말하는 택함?을 받은건가요? (4% 를 책임지는 일에 대한 택함이겠죠)
나머지 90%가 10%를 책임져야 하는 사회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제도개선과 또 기본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 같네요.
제친구도 장애인이 있습니다만 자꾸 '정상인'으로 그친구를 관찰합니다.
습관이 그렇게 들었습니다. 잘 안고쳐지더군요. 그래서 자꾸 짜증이 나죠.
자꾸 연습해야죠. 대책도 세워야 하구요.
누나 힘내세요~ 애쓰는 은빛님의 수고가 열매가 되길 바랍니다.
어제 저녁 때쯤인가... 지연이 아버지께서 학원으로 전화를 하셨습니다.
원장님께서 받으셨는데 거의 한 시간도 넘게 통화를 하셨죠.
약주를 좀 하신 모양이었나 봅니다.
우리 애가 뭐가 그렇게 부족하다고 학원에서 내보내려 하느냐고.
잘 적응하고 다니고 있는데 왜 또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느냐고.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겠느냐고.
각오를 하긴 했었는데 막상 저렇게 나오시니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더 이상 강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여기까지가 내 할 일이다 생각하고 물러서려구요.
- 신 목사님 : 직업이 직업인지라 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납니다. ㅎㅎ
- 무위 님 : 언젠가 까마귀 님이 올리신 글을 읽어서 언니의 상황을 대충 알고 있어요. 힘드시리라 생각합니다.
짜증 나면 짜증 내시고 되는 대로 하셔요. 너무 잘 하겠다는 생각하면 오래 못 합니다.^^
- 웃음 님 : 저는 자녀를 낳아 본 경험이 없지만 여러 학부모님들을 매일 대하면서 느끼는 것은
자녀에 대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분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스스로를 향한 "인정"도 어렵지만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더라구요.
지연이 아버지가 현재 저의 제안(?)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계시지만 한편으론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되기도 합니다.
- 에레마 님 : 저는 매일 에레마 님이 엄청나게 부럽습니다요.^^
- 라라 님 : 낭만이라..... 거룩한 낭비라..... 글쎄요... 저는 평생 그 수준은 안 될 것 같아요.ㅎㅎ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 째려보기, 벽을 탕탕 치기, 전봇대 발로 차기, 입장 바꿔 보시라고 하나님께 항의하기..
이런 일들을 행해줘야만 숨쉬기가 됩니다요.^^;;
- 햇살 가득 님 : 아름다운 마음.... 그런 거 전혀 없는뎁쇼?ㅋㅋ
- 낙타 님 :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에이..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저도 인식이 잘 안 바뀌는데 그게 쉽겠어요.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열등함"에 대해 너그럽지 못한 경향이 있다고 봐요.
언능 예수님이 오셔야 이 모든 게 해결될텐데.. 당최 뭐하시는지..ㅋㅋ
웬 잠을 이리도 늦게 들어요?
새벽 2시 반이 다되어 글을 올리셨군요.
사실 저도 1시 반에 잤어요.
<설교란 무엇인가?> 그거 다 읽고 잘려고...
3시간 자고 새벽기도 사역한 후 이렇게...
영화나 드라마 속 장애인들 이야기를 대할 때면 낭만도 있고 아름다움도 있더니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지연! 참 이쁜 이름이예요. 제 예쁜 조카도 그런 이름을 갖고 있지요.
그런데 현실 속 지연이의 삶은 정적 보는 이들에게 아픔이로군요.
이른 아침에 찡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매일 올빼미 생활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