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이 세상에서의 사명을 다했을 때 주어지는 은총입니다>
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씀인지요!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힘이 나는 것 같지요?
<죽음은 삶의 완결입니다>
절대자의 명제와도 같이 들리는 이 말씀엔 죽음을 부정하고 밀쳐내기보다 오히려 삶의 완결인 죽음을 향해 이 삶을 가동시켜가고
싶기조차한 단호한 지혜가 담겨 있지요?
<'사랑하는 이들에게만 죽음이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없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신문에
실려있는 부음을 단지 정보로만 읽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죽음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심정으로
통감합니다. 그와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죽어간 사람이 지금보다도 더더욱 강한 생명으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의 가슴에 언제까지나 살아있으니 행복하기까지 한 듯 합니다.
아울러, 주님의 깊은 위로와 함께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졸시 <아버지께 쓰는 편지>도 함께 보내드립니다.
아버지께 쓰는 편지
여든 넷 호상이라는 문상객들 위로 속에
영안실은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로 한바탕 연극무대 같습니다
국화 향 알싸한 공간에
BGM으로 교우들의 연도소리 이어집니다
기억에서 걸어나온 사람들과 함께 먹는 국밥
난 국밥을 비빔밥처럼 자꾸만 섞어댑니다
커튼 콜도 없는 아버지의 무대는 이제 막을 내렸답니다
생명의 지휘자가 정녕 그 온기를 거두실 때가 된 것이란 말입니까
이제 세상의 옷을 벗고
천상의 옷을 입으실 차례가 왔다고 하네요
정갈한 명주 옷에 꽃신까지 신고 절대평화 얻으신 모습
육신의 껍데기 벗어버리고나니 한결 편안하신지요
아버지를 태우고 마지막 드라이브를 합니다
당신을 키워 준 고향 산천으로 향합니다
처음 드려보는 산 위의 예배,
처음 불러보는 바람 섞인 찬미가 낯설기만 합니다
한 줌 한 줌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 나가는 아버지
훗 날 당신은 흙이 되고 나무가 되고 한 송이 꽃이 되시겠지요
난 아버지의 죽음 앞에 떨고있는 한 마리 작은 새
어리석은 딸자식은 이제야 당신이 내 생명의 뿌리였음을 알았습니다
강물되어 흐르는 눈물에
사랑의 포만감으로 눈멀었던 막내딸도 당신을 사랑하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은마리아 님의 시에 저의 마음도 담아
노영숙 님의 슬픔에 함께 합니다.
모두 주님의 평화가 임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