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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연 여유가 생기고 즐겁습니다.
물론 쉬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생계의 위협을 느끼며
다시 예전처럼 짜증학 박사로 돌아갈 수도 있겠으나
현재는 저, 말랑말랑합니다. 풉.ㅎㅎㅎ
오늘은 한가롭게 운동을 하고 찜질방으로 올라가니 사람도 얼마 없고 참 좋더군요.
내친김에 좌욕실로 향했습니다.
여탕 앞 한 켠에는 좌욕실이 있습니다.
사용료 만 원을 내면 약 40-50분 정도 좌욕을 할 수 있지요.
쑥 냄새가 그윽하게 올라오며 땀이 쫘악 나는데.. 제법 느낌이 좋습니다.
아, 장면을 상상하시지는 마십시오.
호기롭게 묘사했으나 누군가의 상상 속에 저, 좌욕하는 여자로 등장하고 싶진 않군요.
좌욕실은 아주머니들의 밀담 장소이기도 합니다.
주로 누군가를 대상으로 격렬한 육담이 오가죠.
대부분 저는 듣고만 있습니다.
웃음이 많은 성격인지라 너무 원색적인 내용이 오고가면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버립니다.
나는 아주머니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던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입니다.
오늘은 옆 좌석에 앉으신 아주머니 한 분과 드디어 안면을 텄습니다.
배에 바르면 지방을 자연적으로 연소해 준다는 무슨 크림을 제게 권하더군요.
평소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입니다만, 저는 요즘 말랑말랑하니까 조금 발라보았습니다.
아주머니의 일장 연설이 시작됩니다.
작심하고 추임새를 넣어드립니다.
아주머니들은 흥이 나면 꼭 종교 얘기를 하십니다.
기도 열심히 하고 예배도 여기저기 다니며 드렸더니 prp 시술이 아주 성공적으로 됐다며 자랑하십니다.
저에게 교회를 다니는지 물으시더군요.
"응, 어디? 어디 다녀?"
"예. 대방동에 있는 샘터 교횝니다."
"쉼터???"
"아뇨. 샘! 터! 어디 다니세요?"
"응. 나 여의도 순복음!"
아주머니는 순복음이라는 단어에 얼마쯤 뻐기는 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저,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요동합니다.
"아, 조용기 목사님.. 배임 혐의 때문에 요즘 난리던데..ㅎㅎㅎ"
"아니, 뭐, 그런 거 따지고 그러면 안 된다구. 신앙의 연조(?)가 짧은 모양인데.."
"모태 신앙이고 올해 마흔 한 살이니까 짧지는 않아요. ㅎㅎㅎ"
"어, 그래? 아니, 사실, 뭐 사람이 실수 안 하고 사나, 다 단점도 있고 그러는 거지. 그런 거 너무 파헤치고 그러면 못 써."
동의 안 한다는 표현으로 침묵합니다.
"엘리 제사장도 사실 뭐 그랬잖아.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도 아들 잘 못 키우고 실수도 하고 그러니까."
"엘리 제사장은 목이 콱 뿌려져 죽었죠?"
"어, 그래? 아니.. 왜 이렇게 자꾸 은혜 떨어지는 얘길 하고 이래? 응? 가만 보니까 신앙이 없구먼. 성령 충만 받어! 그게 먼저야!"
슬몃 웃고 맙니다.
많이 발전했지요.
예전 같았으면 참지 못하고 성령이 뭐냐, 충만이 뭐냐 일갈했을 겁니다.
웃는 모습이 아주머니를 더 돌게 했나 봅니다.
아주머니, 땀을 뻘뻘 흘리시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시더니만 이내 소리를 지르시는군요.
"아, 아주 은혜 떨어지는 소리 그런 거 듣기도 싫어. 나한테 뭐 어쩌고 저쩌고 하지마! 나 살기도 바쁜데 무슨 목사 비리까지 내가 참견해?"
"아유, 그렇죠.ㅎㅎㅎ"
"지금은 은혜 시대야, 은혜 시대. 꼬치꼬치 따지고 그러는 거 보니까 진짜 신앙이 하나도 없네. 잘못을 했으면 감옥 가고 뭐 그러면 되는 거지!"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은혜 시대니 조용기 목사도 은혜롭게 감옥간다는 얘기일까요?
저, 못된 구석이 있습니다.
"아, 그렇죠. 조용기 목사도 감옥 가야죠.ㅎㅎㅎ"
"아니, 왜 이렇게 자꾸 은혜 떨어지는 소릴 할까? 응?"
아주머니, 단단히 화가 나셨습니다.
그만해야겠습니다.
"조용기 목사, 분명 잘 못한 것 같은데요.ㅎㅎㅎ"
"....................... 아, 그런 거 참견 하지 마!"
"예! ㅎㅎㅎ"
공손히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남겨진 아주머니, 화가 많이 나셨겠죠?
순진한 권사님을 놀렸으니 오늘은 회개를 해야할까 봅니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면 무엇인가를 "인정"하는 것이 그토록 힘든 것일까요?
(참 저 돌아왔습니다. 다음 주에 뵙지요 모두들)
제가 있던 곳에 한국식 호사스런 찜질방이 생겼습니다.
정확히 가격이 기억나지 않지만 좀 센 가격이었다는 것만 분명합니다.
집사람이 뜨거운 곳을 그리 즐겨하지 못하는 저혈압체질이라 주로 적당한 온도의 소금방에 갑니다.
둘째와 집사람 그리고 제가 들어가니 한켠에 경상도 말씨의 중년의 아주머니와 그 딸로 보이는 분이 계십니다.
저희가족이 소근소근 얘기를 하니 대뜸 저희들 대화에 '끼어' 드십니다.
이 끼어들기는 저에겐 너무 황당하고 생경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하는 마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인 특히 '아줌마'에게 목욕탕이란 특유의 입담이 오가는 '마당'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남녀가 같이 있는 찜질방에도 아주머니들의 입담은 목욕탕에서 가져온 수다라는 유전자를
온전히 진화 발전시킨 독특한 유전특징을 발휘히시지요.
그런데 그 분의 말씀이 재밋습니다.
조금전에 따님과 얘기하다가( 경상도 특유의 억샌 게다가 경북사투리는 그 성조가 남다르지요, 저도 경상도지만)
다른 분에게 꾸지람을 들으셨나봅니다. 조용히하라고. 아마 싫은 내색을 하신 분은 나가셨나 봅니다.
" 아니 여기가 도서관도 아니고 좀 얘기할 수 있지 않냐" 라고 하시면서 우리에게 동조를 '강요'하십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게, 그 아주머님의 뒷쪽 벽에 영어와 한글로 '정숙'을 요청하는 글귀가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여기 조용히 하라는 글귀가 있어 그러시지 않으셨을까요?" 라고 했더니,
"조용히 하는 것도 정도지 어느 정도는 얘기해도 돼요. 안그러습니까?"
그 분은 그곳에 오신지 삼십년이 되셨고, 자녀 분들 자랑에 침이 마르지 않으셨는데,
그 곳의 기본적인 생활 습관인 규칙준수를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시고 사시는 듯 했지요.
"아예~" 하고 슬며시 빠져 나와 다른 곳으로 갔지요.
은빛님 말씀처럼 나이드시면 다른 걸 인정하지 못하는 건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기준이 고착되어 쉽사리 바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 기준이 보편적이 되도록 항상 스스로를 반추해야 겠지요.
아니면 정목사님 표현대로 영적인 긴장을 늘 하고 살아야 겠지요.
이거이 리얼리티구만요. ㅋㅋ
대박~~~
소동 2탄 기대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