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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신학의 흐름11-1
 
자연신학 논쟁 중 '접촉점' 부분에서 두 사람의 신학이 첨예하게 대립한다고 하였는데,
그 연장으로 오늘은 '2) 은혜의 우선성'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2) 은혜의 우선성
 
칼 바르트의 '은혜의 우선성'은 바르트의 저서 사도신경 해설(2012. 크리스챤다이제스트)
에 잘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 (알라딘에 검색해 보니, 정용섭 목사님이 번역하신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해설'도 있네요.^^) 이 은혜의 우선성은 나중에 다른 표현 형태인 '복음의 우선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먼저 은혜에 대해 살펴보고, 다음으로 바르트 신학에서 복음이 어떻게
율법보다 앞서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사전 작업으로 바르트가 말하는 '은혜''자연'의 범위를 알아야 하겠죠.
 
[은혜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기독교 전승 속에서 사용되어 왔다. 바르트도 '은혜'
때로는 복음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 때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 대체로 넓은 의미로 사용될 때는 예수 그리스도 자체가 우리에게
무한한 은혜라는 의미이다
. 그러나 본 책에서 '은혜의 우선성'이라고 할 때는 이런 넓은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 우리는 이 용어를 좁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인데, 은혜가
우선된다는 말은 하나님을 아는 것에는 은혜가
'자연'에 대해 우선성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바르트의 말입니다.
"은혜는 자연보다 우월하고, 모든 자연과 은혜의 결합보다도 우월하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신앙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신케 하며
, 신앙인이 빠질 수 있는
수많은 오류와 약함과 헛됨 가운데서도 확신케 하고
, 가장 큰 불확실성과 모든
불확실성의 위험 속에서 조차 확신케 한다
."
 
여기서 은혜가 자연보다 우월하다는 표현은 '자연으로는 하나님을 알 수 없고
오직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바르트가 말하는 자연은
단순히 생태환경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르트는 은혜가 자연보다 우월하다고 할 때, 은혜를 자연물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연에는 자연물과 같은 피조물도 포함된다. 그러나 자연은 이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 바르트에게 자연은 하나님의 계시의 사건이 아닌 모든 '자연적인 것'
의미한다
. , 인간의 타고난 이성, 관념, 역사, 윤리, 자연물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이쯤 되면 '자연'이 무엇인지, '오직 은혜로써만 하나님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대충 아실 것 같습니다. 바르트는 인간의 어떠한 '자연적' 능력으로도
하나님을 알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이 이성, 역사, 자연, 문화이든지.......
하나님을 아는 지식 모든 게 은혜라는 겁니다.
 
[바르트에게는 하나님의 계시 사건을 알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이다
......은혜가 먼저 오지 않으면 하나님을 향한 길은 열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르트는 인간이 타락하여 죄를 짓게 되고 이 죄로 인해 은혜가 오는
도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마치 우리가 죄를, 은혜를 받는 원인인 것처럼 환영해서는 안 된다. 죄와 은혜는
원인과 결과와 같은 순서로 서로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
 
놀라운 말입니다. 우리는 보통 해석을 떠나 바울의 말처럼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더한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죠.
 
이제 '은혜 -> 자연''복음 -> 율법'의 관점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루터, 칼뱅으로
대표되는 종교개혁 시대에도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
오직은혜'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었지만 '율법'의 기능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대체로 '율법 -> 복음'의 순서로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이 도식이 보편적인 해석으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목사님들의
설교로 자주 듣는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바르트는 복음이 율법보다 앞선다고 주장합니다.
 
[왜 복음이 우선되는가? 그것은 복음이 우리에게 계시될 때, 우리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즉 하나님의 말씀인 복음이 우리에게 들려져야 우리는 우리가
죄인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
. 엄밀한 의미에서 복음이 우리에게 선포되지 않으면,
우리는 죄를 깨달을 수도 없다. 물론 율법도 우리의 죄를 일깨워 줄 수 있다. 이 경우에
율법의 기능은 은혜와 같은 것이다
. '은혜'가 율법의 형식을 취한 것이지, 은혜와
분리된 율법 자체가 그런 기능을 가진 것은 아니다
. 그러므로 복음이 우리에게
들려지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인 것이다
.]
 
사실상 결론적인 말입니다. 바르트에게 '복음'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예수가 빠진 단순한 계명은 인간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이죠. 물론 바르트도 율법을 하나님의 계명으로 보았습니다.
다만 인간이 죄로 인해 율법의 내용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율법의
내용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바르트는 '복음 없는 율법'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한국교회가 꼭 들어야 할 말을
언급합니다.
 
[복음이 우선되지 않는 율법은 인간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 복음에 대한
각성 없는 성서 해석 자체도 얼마나 위험한지를
......복음이 우선되지 않는 성서해석은
인간을 더욱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 복음 없는 인간의 자기 열심은 노골적이니
''보다도 더 위험하다.]
 
바르트의 율법에 대한 견해를 더 보태 보겠습니다.
 
[바르트가 율법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율법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볼 뿐 아니라
, '율법도 역시 은혜'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율법도 '복음 안에' 들어 있다
......즉 율법이 복음과 함께, 복음의 내용이 그리스도를 증거 하는 목적에 사용될 때
율법은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
.]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르트가 '율법과 복음'을 절대 분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율법을 "은총을 내용으로 삼는 복음의 필연적인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평안하십시오.

profile

天命

May 03, 2013

자연신학 논쟁 맛뵈기를 끝냈는데
고 사이에 은혜의 우선성을 또 올려주셨네요. !

오늘은 옮겨다 놓고 떠먹기 바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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