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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22
모든 이별에 앞서가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모든 이별에 앞서가라, 마치 이별이
네 뒤에 있는 것 처럼, 막 지나가는 겨울처럼.
겨울 중 어떤 것은 끝없는 겨울이라서
겨울을 나며 네 마음은 그냥 견뎌야 하리니.
언제나 에우리디케 안에 죽어 있어라, 더 노래하며 올라가라,
더 칭송하며 순수한 연관 속으로 돌아가라.
이곳, 사라지는 것들과 함께, 쇠락의 왕국 속에 있어라,
울리는 유리잔이 되어라, 울림 속에서 이미 깨져버린.
존재하라 - 그리고 동시에 비존재가 그 조건임을 알아라,
너의 내밀한 진동의 무한한 근거를 알아라,
그리하여 네 진동을 이번 한번에 완수할 수 있도록.
충만한 자연에서 써버린 것과 묵묵히 말 없는
비축분,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총합에
환호하며 너를 더하고 숫자는 없애버려라.
(독일 대표시전, 모든 이별에 앞서가라, 창비세계문학 91, 239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