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을 위한 책갈피입니다. 나누고 싶은 책 내용이나 소개하고 싶은 글들은 이곳에 올려주세요~


=>라이프니츠의 편지 계속
11. 모든 것이 왕의 개입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왕에 대한 비유는 현재의 논의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끊임없이 만물을 보존하시며, 그분 없이는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왕국은 결코 명목상의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어떤 왕이 처음부터 백성들을 각자의 위치에 적합하도록 훌륭히 교육하고, 생계를 보장하는 데 신경 써 그들이 왕에 대한 충성심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결국 백성들 사이에서 무엇이든 수정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면, 그런 왕을 단지 명목상의 군주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12. 결론적으로, 만약 하나님이 자연의 질서를 수시로 수정해야 한다면, 이는 반드시 초자연적으로나 자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초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적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는 가설을 귀류법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적이라면 무엇이든 쉽게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하나님은 더 이상 '초월적 지성'(intelligentia supramundana)이 아니라 사물의 본성 아래 포괄되는 존재, 즉 세계의 영혼으로 이해될 것이다.  

클라크의 두 번째 답변
1. 내가 "철학의 수학적 원리들은 물질주의자들의 원리와 대립된다"고 말했을 때,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물질주의자들은 자연의 구조가 단순히 물질과 운동의 기계적 원리, 즉 필연성과 운명에서 비롯되었다고 가정하는 반면, 철학의 수학적 원리들은 사물의 상태(태양과 행성의 체계)가 오직 지적이고 자유로운 원인에서 비롯되었음을 증명한다. 명칭의 적절성에 관해 말하자면, 수학적 원리로부터 형이상학적 결론이 논증적으로 도출되는 한, 수학적 원리는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형이상학적 원리로 불릴 수 있다.  

"모든 사물은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와 그렇게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갖는다"는 명제는 참이다. 따라서 원인이 없는 곳에는 결과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충분한 이유는 종종 단순히 하나님의 의지 그 자체일 뿐이다. 예를 들어, 모든 물질에 대해 공간이 절대적으로 동등하다고 가정할 때, 특정 물질 체계가 한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창조된 이유는 오직 하나님의 의지뿐이다. 두 물질 체계(또는 입자)가 동일하다면, 그 위치가 바뀌어도 결과는 동일했을 것이다. 또한, 만약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사물도 미리 결정된 원인 없이는 작용할 수 없다면, 이는 모든 선택의 능력을 박탈하고 운명론을 도입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2. 피니키아인들로부터 철학을 전수받았으나 에피쿠로스에 의해 타락한 많은 고대 그리스인들은 물질과 진공을 인정하기는 했으나, 이러한 원리들을 수학적으로 적용해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물질의 양이 아무리 적더라도, 하나님은 그 위에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행사하시는 데 결코 제약을 받지 않는다. 물질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도 동등하게 하나님의 권능과 지혜가 발현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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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5.04.21 20:21:51

물리학, 철학, 수학 등등, 모든 분야에서 절정의 지식을 자랑하는 이들의 글이라서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으나, 뭔가 세상의 오묘한 깊이를 다룬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군요.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를 듣는 느낌이랄지...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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