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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커스 보그 & N. 톰 라이트 공저, 김준우 역, 『예수의 의미』(한국개신교연구소, 1999),103-130쪽.


2) 김창락, 「20세기 후반기의 역사적 예수연구 동향」, 김진호 편 『예수 르네상스: 역사의 예수연구의 새로운 지평』(한국신학연구소, 1996), 43-84쪽.


3)  ‘EXPLO '74대회'(1974),’‘77 민족 복음화 대성회’(1977), ‘’80세계복음화 대성회‘(1980),’‘86 아시아복음화 대성회’(1986)


4) 동아일보 2006년 6월15일 문화면 특집기사 < ‘위기의 개신교’ 돌파구를 찾아라.> 참조.


1. 한국 개신교회의 비판적 자기성찰: 4가지 유형적 예수像의 전일성 회복의 과제

1960 년도 이후, 한국 개신교회는 크게 보수교단과 진보교단이라는 두 흐름을 이루며 발전해왔고, 근래는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소속교회 흐름과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 소속 교단교회 흐름으로 대별되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한다면, 교회는 역사적 예수나 부활의 그리스도의 존재를 닮게 마련이다. 신약성서가 전하는 그리스도 예수像(Gestalt of Jesus)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네 가지 범주로 대별되며, 교단소속을 초월하여 실질적인 한국 개신교회의 모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그 각각의 이름을 (i) 치유자이신 영 그리스도 예수(Pneuma Christ Jesus as Healer) (ii)속량자이신 로고스 그리스도 예수(Logos Christ Jesus as Redeemer) (iii) 사회 변혁적 예언자 그리스도 예수(Prophetic Christ Jesus as Transformer) (iv) 교사이신 지혜자 그리스도 예수(Sophia Christ Jesus as Teacher)라고 명명해두자.

한 국 개신교회의 유형은 이상 네 가지 예수이미지 중 어느 것을 핵으로 삼고 나머지 이미지를 핵주위에 어떻게 배열하고 결합시키느냐에 따라 해당 교회의 자기정체성과 특성을 달리 나타내었다. ‘역사적 예수’ 연구자 마커스 보그(Marcus J. Borg)는 예수 그리스도를 부활절 이전의 유대인 신비가로서 ’역사적 예수‘와 부활절 이후의 개신교가 고백한 메시아 그리스도를 구별하고, 부활절 이전의 역사적 예수의 유형적 이미지로서 4가지 예수 상을 제시하였다.1)

발제자는 20세기 후반기 신약성서 신학계에서 시도해오는 새로운’역사적 예수연구‘의 학문적 관심과 연구 동기에 주목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2)

그 렇지만 부활절 이전 역사적 예수와 부활절 이후 케뤼그마 예수를 철저하게 구분하려는 극단적 학자들의 견해를 발제자는 수용 않는다. 구원사건․구원신앙․케뤼그마(증언)이라는 삼자관계는 논리상으론 구별될는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석학적 ‘페리코레시스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1.1. 한국 개신교회 첫째유형: 치유자이신 영 그리스도 예수를 강조하는 교회들


한 국 개신교회 유형의 첫 번째 형태는 ‘영 그리스도론’을 강조하는 교회들이며, 1907년 대부흥운동의 신앙기질과 신앙유산을 가장 자연스럽게 물려받고 이어가려는 교회들이다. 성령을 물 붓듯이 받아 충만한 영적카리스마로서 병자를 치유하고, 기적을 행하며, 귀신을 쫒아내면서 그의 영적권능의 현존이 곧 하나님나라의 실현을 가시화시키는 ‘치유자로서 영의사람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as man of Spirit with healing power)를 강조한다. 죄의 권세에 짓눌려있는 심령을 그 질고에서 해방시키며, 심령의 억압상태에서 발생한 질병과 풀리지 않는 삶의 꼬인 멍들을 풀어주어 영적 피돌기를 원활하게 해준다.

초 대교회 전승층 중 가장 시원적 예수론이며, 오순절 성령강림체험 이후, 베드로가 첨으로 세상을 향해 선포한 ‘케뤼그마’ 내용의 핵심 구성소이다. “하나님께서 나사렛 예수로 큰 권능과 기사와 표적을 너희 가운데 베푸사 너희 앞에서 그를 증거하셨다.”(사도행전 2:22). 이러한 기본 관점을 중심부에 배열하는 교회들은, 한국 개신교회사에서 성령운동을 통한 교회부흥운동을 주도해온 오순절체험과 복음주의적 성령부흥운동을 주도해온 교회유형들이다. 목회자들로서 대표적 상징인물을 든다면 신현균, 조용기, 김준곤, 이만신, 김장환 목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개신교회사에서는 1970-80년대에 ‘치유자로서 영의 사람 그리스도 예수’를 전하려는 부흥운동의 열기가 가열 차게 지속되었다.3)

‘치 유자로서 영의 사람그리스도 예수’ 이미지에 닻을 굳건히 내린 오순절 운동 계열과 통칭 복음주의를 표방하면서 대중적 부흥회를 통한 전도와 교회성장론을 강조하는 교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1970-80년대에 양적 급성장을 이루고, 1960년대 초기에 300만 구령운동 목표를 세웠던 한국 개신교교세를 1,000만 명 선으로 끌어올린 대내외적 원인분석은 아직 충분하게 신학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한국사회의 급격한 공업화, 산업화, 도시화, 시장경제화등 사회의 급변동 속에서, 익명성과 군중속의 고독과 무한경쟁에 불안해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치유시키며, 성령 안에서 ‘적극적, 긍정적 사고방식’을 함양시킨 목회적 대중 접근성을 높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 첫 번째 교회유형은 ‘속량자이신 로고스로서 그리스도 예수’ 이미지를 강조하는 보수정통신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한기총’의 신앙형태의 두 기둥이 된다. 그리하여, 한국 개신교회는 오순절신학․근본주의신학․경건주의신학이 혼융된 특이한 신앙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치유자로서 영의 사람 그리스도예수’이미지에 뿌리를 둔 한국 개신교회들은 다음 같은 몇 가지 점을 진지하게 보완하거나 회개해야 한다.


(i) 헤브라이즘 영성의 화산맥이자 하나님나라 운동의 또 하나의 본질인 사회적 정의와 평등실현을 추구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거의 도외시하고 복음을 개인영혼의 내면세계로 옮겨 한정 시켰다. ‘사회변혁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잃어버리고, 정치경제적으로 보수적 계층과 구조에 편승하거나 야합하였다.

(ii) 교회의 양적 성장에 치중하다보니 ‘교사로서 지혜자 그리스도 예수’이미지를 소홀하게 다루어, ‘성숙’이 ‘성장’과 병행하지 못하는 비판을 사회로부터 받게 되었다. ‘성공적으로 잘살기’ 신앙지향성이 ‘바르게 잘살기’ 생활신앙을 따라잡지 못했다. 20세기 전반기 한국 개신교회의 보수주의 신앙은 경건․청빈․절제․종파를 넘어서는 사랑실천이 특성이어서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 신앙집단이라는 초월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기 한국 개신교회 보수주의 신앙은 축복․번영․개발성장․종파인 편애를 사회에 보여줌으로서 영적․도덕적 신뢰성과 감동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원로사회학자 박영신 교수 표현을 빌리면 “교회가 가족주의와 경제주의에 갇혀 세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김진홍 목사의 성찰을 빌려 말하면 “개신교지도자들이 물량주의적 사고에 젖어 올바른 대처를 못했다.” 4)

(iii) 해외선교 열정은 좋으나, 그 선교신학이 15-19세기 동안 서구 개신교 선교신학이 지녔던 정복적․공격적․독선적 선교신학으로 무장한 채 새로운 선교신학 패러다임 전환에 태만함으로 인하여, 선교지에서 갈등과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1.2. . 한국 개신교회 둘째유형: 속량자이신 로고스 그리스도 예수를 강조하는 교회들


한 국 개신교회의 둘째유형은 ‘속량자이신 로고스 그리스도’ 이미지를 교회의 기초로서 삼고, 베드로의 빌립보 가이샤라에서 고백 속에 교회방주의 닻을 내린 한국개신교회사의 보수적 정통교회들을 말한다. “주는 그리스도이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태복음서 16:16)라는 베드로의 고백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로마서 8:1-2)는 바울의 케뤼그마에 중심을 둔다.

이 둘째유형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적 죽음을 통한죄인들의 속량과 천국에서의 구원받은 자들의 영생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성서의 영감적 계시경전으로서의 절대권위를 강조하며, 열려진 ‘역사적-비평적 연구방법’(historical-critical method)이나 현대신학동향을 용납하지 않는다. 세상나라에 속한 정치사회문제와 하나님나라의 관계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하고 보수 정치적 입장을 노정한다. 한국 교계에서 이러한 둘째유형의 대표적 목회자를 상징적으로 예시한다면 한경직, 강신명, 김창인, 김선도, 정진경, 곽선희, 옥한흠 목사 등을 사례로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째유형 곧 ‘속량자이신 로고스 그리스도 예수’이미지를 강조하는 한국 개신교회들의 장점과 공헌은 주요하고 매우 컸다.

무엇보다도 

(i) 기독교 신앙을 성서말씀 위에 정초시킴으로써, 첫째유형의 교회성장운동과 성령부흥운동에 동참하면서도, 부흥회적 기질의 한국 개신교회 신앙운동이 지나친 열광주의적 혼란과 무질서 속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안전핀 역할을 하였다.

(ii) 예배의 거룩성과 엄숙성을 지켜감으로서 복음주의적 경건신앙의 세속화를 방지하는 안전핀 역할을 하였다.

(iii)기도의 영성․ 말씀의 영성․봉사의 영성을 통전적으로 강조하는 균형 잡힌 목회신학을 기조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둘째 유형의 교회들은 보완되어야하고 쇄신되어야 할 점들을 갖고 있다.

(i) 이 유형의 교회신학의 기초는, 로고스 화육론(요한복음서 3:16)과 유대교적 고난당하는 메시야의 속죄신앙이 통전된 것이다. 헬레니즘 정신풍토 속에서 형성된 니케야공의회의 정통교의 신학을 불변적 교리체계로 경직화시킴으로서, 거듭거듭 새로운 문화상황 속에서 기독교 진리의 재해석과 새롭게 표현해야 할 과제를 금기시 하였다.

(ii) 정통 신앙적 교리신학체계를 성서의 절대적 권위성과 계시성 위에 정초하기 때문에, 현대 역사 비평적 성서연구나, 제3세계 해방신학적 성서해석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서 개신교 신앙공동체를 반(半)계몽주의적 신앙집단으로 게토화시킨다

(iii) 개신교 전래이전의 한국 사람의 심성과 영혼을 교화시켜온 불교와 유교 등 한국전통종교문화와 문화갈등관계를 조성하여, 국민의 80%에 해당하는 개신교인 이외 사회인들로부터 개신교를 독단적이고 독선적 종교집단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개신교 가정 안에서 문화갈등을 겪게 한다.

(iv) 정치 이념적으로 반공주의적․친미적․친자본주의적 성향을 가짐으로서, 교회가 하나님나라를 지향해가면서 담당해야할 이념 비판적 기능을 포기하고 특정시대의 정치경제이념에 예속되어, 복음의 역사 변혁적 열정을 상실하였다. 교회가 ‘세계 내 초월적 집단’이 되지 못하고, 20세기 세계자본주의 문명에 함몰된 ‘문화적 개신교’가 되어가고 있다.

R. Niebuhr가 『Christ and Culture』 에서 문화와 개신교와의 관계 맺는 모델 5가지 패러다임 중에서 ‘Christ of Culture’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문화란 좁은 의미에서 문화가 아니라, 해당시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말한다. 1960년대 이후, 성장한 대표적 한국 개신교회의 이념지향성은 오늘날 ‘세계화’ 라고정치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세계의 정치․경제․군사․문화의 주류적 강대국의 이념에 대하여 ‘갈릴리 복음의 관점’에서 전혀 비판적 의식을 갖지 않는다.


1.3.  한국 개신교회 셋째유형: 사회 변혁적 예언자 그리스도 예수를 강조하는 교회들

기 독교는 갈릴리 예수의 예언자적 전통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예언자 전통은 제사장전통과 더불어 이스라엘 신앙의 양대 산맥이지만, 예언자 전통을 빼놓고서 성서적 신앙은 그 혼을 잃어버린 것이 된다. 예수 안에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영의 사람으로서, 지혜의 사람으로서, 마침내 십자가를 짊어진 대속적 속량자로서 삶을 살았을지라도, 예수의 심장의 중심 맥박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망이요, 그 혼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예언자전통에서 온 것이다. ‘사회 변혁적 예언자 예수’ 이미지는 개신교를 지중해문화권의 영지주의나, 헬레니즘 철학적 지혜종교나, 샤머니즘적 축귀와 병 고침의 종교운동이나, 단순한 종말론적 말세신앙으로부터 그리스도교를 구별해주는 복음의 원형질이다.

1960 년대 이후, 한국 개신교회의 흐름 속에는 이 세 번째 뚜렷한 맥이 흐른다. 불의에 대한 거룩한 분노와 사랑의 저항, 가난한 사람들과 변두리 바닥사람들(the poor and marginalized)에 대한 함께 아파하는 열정(compassion), 억압, 착취 하는 정치체계와 야합하는 어용종교들에 대한 비판, 힘을 추구하고 우상화하는 정치권력과 정치이념체계의 우상화에 대한 비판적 저항,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을 대망하는 미래 전망적 비전’등이 예언자정신의 핵심 구성요소들이다. 이러한 성서의 예언자 종교전통이 ‘지혜의 종교들’로서 가득한 동아시아 문명 속에 들어와서 가루 서 말 속의 누룩처럼 효소처럼 변화시켜가고 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사건의 직접적 원인이 사회 변혁적 예언자로서 예수의 말씀과 행동 때문이었다는 것은 성서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바이다.

이 러한 예언자 정신을 토대로 한 교회공동체는 특히 1960년대 이후부터 한국 기독교 교회협의회(KNCC) 주류를 형성해왔다. 그들 교회의 예언자 예수정신은 약자들에 대한 복음, ‘마리아의 찬가’(누가복음서 1:46-55), 야고보서에서 강조하는 ‘히브리적 경건의 실천’(야고보서 1:27), 그리고 성전숙정사건(마태복음서 21;12-17,마가복음서 11:15-19, 누가복음서 19:45-46, 요한복음서 2:13-22)속에 잘 나타나 있다. 1970-80년대, 한국사회의 근대공업화와 산업화를 최단시기에 성취하려는 군부독재정권의 시대에, 인권과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위하여 희생된 한국 진보적 교회의 사회 변혁적 예언자 전통을 무시하고서 오늘 한국사회의 정치적 민주화나 노동․인권운동의 활성화를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제3의 교회유형을 이끌었던 많은 인물들 중에서 상징적 인물들로서 김재준, 강원룡, 김지길, 장기천, 문익환, 박형규, 은명기, 홍근수 등 제씨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개신교회 3번째 교회유형에 속한 교회들의 다음과 같은 공헌들은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i) 성서적 복음신앙의 본주조음은 ‘하나님의 나라’이며, 그것은 항상 역사를 넘어서지만 역사로부터의 이탈은 아니며, 정치를 넘어서지만 메시아적 정치 실현을 거쳐야하며, 개인영혼의 구원을 담보하지만 공동체적 사회구원을 요청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했다.

(ii) 복음은 역사로부터 구원(salvation from)이 아니라 역사의 구원(salvation of history)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샬롬공동체 실현의 필요조건인 ‘자유․정의․평등․평화’가 예수 그리스도 제자직의 실천 안에서, 사회와 문화를 변혁시키는 누룩이 되어야 한다.

(iii) 교회는 항상 가난하고 약한 자를 배려 할 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개혁과정치적 저항과 변혁도 두려워 말아야한다. 민족분단과 형제살해의 죄를 회개하고 평화통일의 과제를 신앙고백차원에서 각성시켜왔다.


그러나 제3의 유형 안에도 보완되고 쇄신되어야 할 다음과 같은 점들이 있다:


(i) 정의를 요청하는 당위의 윤리는 용서․화해․사랑이라는 복음신앙의 본질에서 이탈하여 정치 투쟁적․ 세속적 유토피안 운동단체와 교회공동체 사이의 구별을 모호하게 하였다.

(ii) 정치사회적 개혁과 개인 심령의 메타노이아, 사회구원과 개인구원은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처럼 불가분리적인데, 사회 변혁적 참여 신앙은 개인 심령의 영성수행에 소홀히 한바 컸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역사적 교회는 그 부족한 현존에도 불구하고, 복음전도와 사회봉사의 전진기지여야 할진데, 한국 개신교회 제3유형은 교회의 양적 성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건전한 교회성장 자체마저도 비판적 안목으로 보았다.


1.4.  한국 개신교회 넷째유형: 교사이신 지혜자 그리스도 예수를 강조하는 교회들


한 국 개신교회의 넷째유형은 규모나 숫자는 작지만, 분명한 색깔과 특징을 가지고 한국 개신교의 일면을 드러내는 크리스천 회중들의 모임이다. 그것은 때로는 독립교회 형태, 초교파 교회형태, 퀘이커모임 같은 형태, 때론 성서연구회 같은 모임형태를 갖지만 맑은 옹달샘 샘물처럼 많은 새 시대 주역인 청년들과 사람이 영혼의 갈증을 그런 제4교회형태 속에서 해갈한다. 예들면, 서울 강남 청소년 수련관을 빌려 모이는 평신도 중심의 초교파교회 새길 교회, 여성교회, 성남과 인천의 외국인 노동자교회, 서울 신촌 퀘이커모임, 이대여대 대학교회, 생명살림 농목교회 운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상징적 지도자들의 면모를 보면 안수 받은 목사들도 있지만, 평신도들도 있다. 유영모, 함석헌, 변선환, 유동식, 김흥호, 길희성 등이 상징적 인물이었다.

한 국 개신교회 넷째유형은, 예수 그리스도 이미지 중에서 지혜자 예수의 가르침에 주목한다. 이스라엘의 지혜전승을 계승하면서도, 서기관이나 사두개인이나 유대랍비들의 인습적 율법해석과는 판이하게 다른 참신성․파격성․혁명성․권능성이 지혜자 예수의 비유들(parables)과 수많은 경구들(aphorism)안에 담겨있었다. “안식일이 되어 회당에서 가르치시니, 많은 사람이 듣고 놀라 이르되 이 사람이 어디서 이런 것을 얻었느냐? 이 사람이 받은 지혜와 그 손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권능이 어찌됨이나?”(마가복음서 6:2).

마 가복음서가 증언하는 대로, 초대교회가 예수에게서 받은 강한 인상은 그의 지혜와 영적 권능은 분리되지 않고 함께 현존했다는 점이다. 지혜(sophia)․영(pneuma)․말씀(logos)은 함께 작용하는데, 때와 장소에 따라 어느 한 면이 전면으로 나타나고 다른 두면은 후면에서 뒷받침 해주는 구성소로서 작용했다. 지혜는 영성과 말씀성을 하나로 통전시켜주는 끈이자 결실물이다. 지혜는 지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혜자 예수는 보통 말하는 학교교사가 아니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고,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시키는 힘이 있었다. 자기중심적 존재(egocentric being)에서 실재 중심적 존재(Reality centered being)에로, 가난한자들과 주변으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경멸과 무관심에서 자비(compassion)와 연대성(solidarity)에로 전환시키는 변화를 일으켰다.

이러한 지혜는 ‘말씀’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해석학적 지평확대로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 개신교회의 넷째유형은 다음과 같은 장단점을 갖는다.:

(i) 대형집회나 영 체험의 집단적 과잉흥분보다는 내면적 눈 뜨임과 차분하게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가 구별되면서도 상호 내주 회통하는 것을 환히 꿰뚫어보고 삶속에서 실천하는 생활신앙을 함양했다.

(ii) 지혜(sophia)는 하나님의 현존방식의 한가지요, 하나님의 존재양태(seinsweise Gottes)이므로, 이스라엘종교사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세계적 보편성을 가진다고 확신함으로, 불교․유교․노장사상 등 동아시아의 종교적 유산과 기독교와의 대화 협력의 길을 열어놓는다

(iii) 평신도의 만인 사제직, 여성신학의 의미 확대심화, 그리고 특히 생명평화운동 면에서 기층 풀뿌리 기능을 수행한다.


결정적 단점으로서는

(i) 교회의 조직력과 전도 선교 면에서 약하다

(ii) 교회가 하나님 백성들의 ‘회중공동체’라는 의식보다도 개인 심령 안에 임하는 것으로 강조되어 개인주의적 신앙을 신앙주체성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될 위험을 갖는다.

(iii) 예배에서 말씀에 대한 일방적 집중은 ‘성례적적 의식’(Sacramental Ritual) 약화를 초래한다.


제 3장의 중간결론을 요약해보자.1960년대 이후, 한국 개신교의 다양한 면모중 대표적인 유형으로서 4가지 유형은 각각 장점을 가짐과 동시에 단점이나 보안할 점을 갖고 있다. 다양성은 좋은 것이지만, 교회는 사도성․우주적 보편성․일치성․거룩성이라는 4가지요소를 반드시 겸비해야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특성만을 성공적으로 갖춘다고 해서 자랑할 것이 못된다. 치유자 영 그리스도예수교회․속량자 로고스 그리스도예수교회․ 예언자 그리스도 예수교회․ 지혜자 그리스도 예수교회는 모두가 다 ‘하나님나라’를 이뤄나가는 ‘그리스도 몸으로서 교회’의 필수적 구성요소들이다.

각 각의 특성교회들이 다른 유형의 교회들을 존경하고 자신이 속한 교회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형제교회라고 생각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에큐메니칼 정신을 살려나가야 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조직구조 통합도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형제교회를 자기보다 더 존경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겸손한 자세’ 가 절대요청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기독교 대한 하나님의 성회(기하성) 와 정교회가 KNCC에 가입하고, 2007년 부활절 연합예배를 한기총과 한기협이 합심하여 실천해낸 것은 감사 할 일이지만, 그 파급효과가 한국 개신교를 쇄신시킬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참된 의미에서 상호 영적회개와 겸손, 타 교단교회를 자기교단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형제교회로 받아드리는 연대의식의 각성이 절실하게 요망되는 한국 기독교회의 역사적 카이로스 시점에 와 있다 할 것이다. 근래 교회개혁특징과 에큐메니칼 정신을 가지고 교회를 개혁해가려는 ‘한국목회자 협의회’(손인웅 목사 등)의 활동이 기대된다.

출처: 한국교회와 신학의 회고적 책임(김경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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