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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우 <불임기>

조회 수 2066 추천 수 0 2015.05.18 14:03:05

'두 아이가 마을로 돌아왔다. 혓바닥이 똑같이 뭉툭하게 잘려진 채로...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어느날, 그 두 아이는 마치 오래 동안 망각 속에 숨겨져 온 어떤 두려운 약속처럼 그렇게 홀연히 성 밖 마을 사람들의 눈 앞에 불쑥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은 유난히도 길고 무더웠던 어느 해 늦은 봄날 새벽, 삼백 아흔 아홉 명의 마을 아이들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흔적조차 없이 증발되어 버리고 만 그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일어났던 날로부터 여러 해가 지나고 난 뒤였다. 그리고 그 두 아이는 바로 그때 실종되어 버린 아이들 가운데서 마을로 되돌아온 최초이자 최후의 증인들인 셈이었다.'

 

임철우의 <불임기> 첫 대목입니다.

5.18 광주를 알레고리 방식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는데, 5.18 광주와 세월호가 겹쳐 떠오르는군요.

오늘이 5.18 광주 35주년이라는데,

35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형인 것 같습니다.

 

<불임기> 뒷 부분의 이야기는 고통스러워 읽어내려가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돌아온 두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지만,

완강하고도 운명적인 침묵을 통해,

당신들은 그 때, 아이들이 없어지던 그날, 어디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살아 남은 이들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35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 물음이 무겁게 다가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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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5.18 23:08:01

1980년 5월의 광주,

저는 바로 그때 그곳에 있었습니다.

시민군도 아니고 진압군도 아니고,

군종장교 훈령생으로

광주보병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지요.

연병장에는 양평 지역 어디선가 내려온 진압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수많은 시민군들이 체포당해서 그곳에 끌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때 쓴 일기를 보니 분위기가 전쟁 비슷했습니다.

우리를 교육했던 장교들은 그들을 폭도라 불렀어요.

한민족의 근현대사는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비참하네요.

일제식민통치,

남북 전쟁,

5.18광주 민주화운동,

강기훈 사태,

세월호 대참사 등등.

하나님이 살아계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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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갈매나무

2015.05.19 16:40:51

네. 목사님도 그 사건의 한모퉁이를 갖고 계시는군요. 

저는 그때는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고

그뒤 5공청문회 때 TV에서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알아오던 것과는 다른

어둡고 두려운 세계를 처음 대면한 것이지요.

불임기의 작가 임철우는 그 무렵 황석영이 주도하던 극단 광대에서

공연 준비를 하다 이 일을 겪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죽지않고 살아남았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5ᆞ18  광주를 집요하게 소설로 씁니다.

불임기라는 제목은 5ᆞ18의 광주뿐만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에 대한 상징으로 읽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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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여름비

2015.05.20 00:32:35

얼마전 한 강의 <소년이 온다>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몇 장 읽고 도로 반납했습니다.

게으르기도 했거니와 너무 아픈 글이어서 끝까지

읽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읽어내고 알아야 하는 게 우리 남아있는 사람들의

숙제일텐데요..

어디서 올려주신 <불임기>  단편을 구할 수 있을까 하고 검색하다

우연히 대구의 K대학 카페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전문이 파일로 올려져 있네요.

제가 아는 분(^^)께서 올리신 것 같더군요.

(이런 우연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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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갈매나무

2015.05.20 16:12:29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읽어봐야겠네요.

고통스러운 글을 고통스럽게 읽는 것도

동시대의 고통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불임기>를 읽어보자고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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