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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23
'두 아이가 마을로 돌아왔다. 혓바닥이 똑같이 뭉툭하게 잘려진 채로...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어느날, 그 두 아이는 마치 오래 동안 망각 속에 숨겨져 온 어떤 두려운 약속처럼 그렇게 홀연히 성 밖 마을 사람들의 눈 앞에 불쑥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은 유난히도 길고 무더웠던 어느 해 늦은 봄날 새벽, 삼백 아흔 아홉 명의 마을 아이들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흔적조차 없이 증발되어 버리고 만 그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일어났던 날로부터 여러 해가 지나고 난 뒤였다. 그리고 그 두 아이는 바로 그때 실종되어 버린 아이들 가운데서 마을로 되돌아온 최초이자 최후의 증인들인 셈이었다.'
임철우의 <불임기> 첫 대목입니다.
5.18 광주를 알레고리 방식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는데, 5.18 광주와 세월호가 겹쳐 떠오르는군요.
오늘이 5.18 광주 35주년이라는데,
35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형인 것 같습니다.
<불임기> 뒷 부분의 이야기는 고통스러워 읽어내려가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돌아온 두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지만,
완강하고도 운명적인 침묵을 통해,
당신들은 그 때, 아이들이 없어지던 그날, 어디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살아 남은 이들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35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 물음이 무겁게 다가오는군요.
1980년 5월의 광주,
저는 바로 그때 그곳에 있었습니다.
시민군도 아니고 진압군도 아니고,
군종장교 훈령생으로
광주보병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지요.
연병장에는 양평 지역 어디선가 내려온 진압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수많은 시민군들이 체포당해서 그곳에 끌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때 쓴 일기를 보니 분위기가 전쟁 비슷했습니다.
우리를 교육했던 장교들은 그들을 폭도라 불렀어요.
한민족의 근현대사는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비참하네요.
일제식민통치,
남북 전쟁,
5.18광주 민주화운동,
강기훈 사태,
세월호 대참사 등등.
하나님이 살아계신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