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을 위한 책갈피입니다. 나누고 싶은 책 내용이나 소개하고 싶은 글들은 이곳에 올려주세요~

  경험적으로 근거가 확실한 주제를 논할 때 중요한 것은, 용어의 문

제와 더불어 그 주제의 역사적 연속성과 발전의 문제다. 그것은 다

양한 시대 상황에서 다양한 원인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분석함으로

써 비로소 규명될 수 있는 것이다.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광볌위하게

퍼져 있던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비유대 세계에서 유대인

만이 유일하게 유일신 사상을 갖고 있었으며, 그드르에게는 유대교만

이 유일한 진리와 최고의 도덕적 가르침과 선민 교리를 지닌 종교였

다. 독립된 사회적, 종교적 집단으로 존재할 것을 고집한 것도, 까

다로운 음식법이나 안식일 준수 및 국제 결혼 금지 등의 이유로 다

른 사람들과 섞이는 것을 거부한 것도 유대인들이었다. 무엇보다 유

대인만이 다신교적 신앙을 따르는 다수 가운데 영적 지상주의를 내

세운 유일한 소수 민족이었다.

  그러한 유대인들의 특성이 다른 사람들에게 적개심이나 원한을

불러일으킨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라면 인

종적, 종교적인 타 집단들의 유대인 혐오적 편견은 자연스러운 현

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별난 사회적 단결심, 응집력, 그리고 종

교적으로 재가裁可된 배타성 등으로 묘사되는 유대인의 독특한 성

격은, 반유대주의의 원인이 유대인 자신들에게 있음을 의미하기보

다는 반유대주의가 그러한 성격에 대한 다른 집단의 반응에서 비롯

된 것임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반유대주의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타

인의 관점이 배제될 수 없다.

  기독교 탄생에 앞서 진행된 유대인에 대한 적대적 태도, 즉 비유대

인의 반유대적 경향은 그 토양이 기독교 세계에 그대로 상속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초기 기독교가 스스로를 규정해가는 과정에

서 유대교를 부정否定함으로써 역사의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대교에 대한 신학적 변증을 통한 초기

기독교의 자기 정체성 확립이야말로 다른 종교나 문화에서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활기찬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것

은 유대인을 '신의 살해자'로 낙인찍었다는 사실이다.

  기독교의 반유대주의(Antijudaism 혹은 Antisemitism)는 전반적으

로 새로운 신학적, 형이상학적 차원을 덧붙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유대인에 대한 하나님의 선택과 약속은 파기되었으며 이제 교회가

새로운 하나님의 약속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교리다. 유대인의 방랑

과 고난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저버린 백성이 치러야 하는 정당한 대

가로 해석되었다. 교부들의 저서에서 유대인의 종교적, 문화적 가

치에 대한 거부는 중요한 주제였다. '신을 죽인 백성'이라는 유대인

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신학 서적, 사제의 설교, 고난극, 민속,

민담, 민요, 예술 등을 통해 보급되었다.

  유대인에 대한 망상은 중세 기독교 세계에서 보다 발전해 유대인

을 기독교를 대적하는 자, 제의적 살해자, 우물에 독을 타는 자, 성체

聖體를 모독하는 자, 기독교도 어린이를 죽여 피를  빨아 먹는 자,

세계 지배를 도모하는 자, 적그리스도의 대행자, 고리대금업자, 무

당, 흡혈귀 등으로 묘사했으며, 이로써 비유대 세계의 박해자들이

만들어놓은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에 새로운 것들을 추가시켰다. 기

독교인 특유의 이러한 반유대적 이미지는 유럽 문화에 흡수되어 오

늘날까지 정형화되어 내려왔으며 이슬람, 세속적 정치, 종교인, 나

치즘과 볼셰비즘에 의해 재차 채택되었다.

  이렇게 고정관념회된 유대인 혐오는 더 이상 직접적인 유대인 접

촉을 통한 구체적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유대인의 현존 여부

와 상관없이 유대인 혐오의 감정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고정관념은

문화적 역동성(힘)을 발휘하는 법이어서, 중세시대인 1290년대에 영

국에서 그리고 1492년에 스페인에서 유대인 대추방이 있었으며, 제

정 러시아에서도 유대인 대박해가 일어났다. 또한 홀로코스트 이후

대부분의 유대인이 폴란드,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등지를 떠났음에

도 이들 지역에는 '유대인 없는 반유대주의' 현상이 여전히 남아 있

다. 반유대주의를 단순히 '구체적인' 유대인 현존과 관련된, 즉 유

대인의 행동과 행태와 전통을 직접 접하는 과정에서 싹트는 '자연

적'  혹은 '병리적' 반응으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

지를 반증해주는 부분이다.

  심지어 르네상스, 종교 개혁과 더불어 시작된 인문주의의 발흥기

에도 중세의 유산인 유대인의 부정적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에

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같은 개혁가조차 인본주의자로서 유대

인에 대한 관용을 가르치는 일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루터

Martin Luter 역시 유대인에 대한 중세적 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였

다.

  종교 개혁이 반유대주의를 누그러뜨리는 데 실패했다면, 18세기

의 계몽주의는 좀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계몽주의자들은 기독교

의 불관용을 비판하면서 유대인 박해를 비난했다. 1789년 프랑스 혁

명에서는 반교권주의와 인권의 보편적 원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유

대인의 지위와 관련해 새로운 개념을 불러일으켰다. 유대인은 더 이

상 분리된 한 집단으로 간주되지 않고 '개별적인' 인간으로 취급되

었다. 이로써 유대인에 대한 집단적 박해가 사라지고, 유대인을 하

나의 종교 또는 인종 집단으로 취급하는 의식이 수그러들었다. 유대

교를 야만적 사교邪敎로 규정한 볼테르Voltaire에 대한 프랑스 혁

명가들의 태도는 냉담했다. 그러나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19세기

의 계몽된 유럽인과 그 후예들은 반유대주의가 유대교를 공격하거

나 '기독교의 유대교 기원'을 알릴 때마다, 기독교가 유대교보다 월

등한 종교임을 내세우면서 이러한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적 또는 인종적 시각을 도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볼테르

Voltaire, 바우어Bruno Bauer, 바그너Richard Wagner, 뒤링Eugen

Duhring 등은 유대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적대 관계를 확산시키는

데 주역을 맡았다.

  나치는 모든 유대인에 대한 기독교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물려

받았다. 결국 유럽 사회에 동화된 유대인이건 세례받은 유대인이건

나치로부터 죽음의 판결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른바 '마지막 해결',

즉 세계의 정화淨化는  '유대 문제Jewish question'를 해결하는 기독교

인의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히틀러Adolf Hitler와 나치즘은 유럽

기독교 문화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이는 아우슈비츠가 기독교의 논

리를 바탕으로 나치즘 이전부터 계획된 것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랫동안 기독교라는 보호막 아래서 자라난 반유

대주의가 독일식 변형을 통해 강한 독성을 지닌 하나의 징후로 나타

난 것이라고 하겠다.

  홀로코스트 이후에도 반유대주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외자,

일반적 사회 규범을 따르지 않는 비협조자, 이형異形적 존재, 질서

파괴자 등의 유대인 이미지는 19~20세기의 세속적인 이념의 흥망

속에서도 여전히 생존해왔다. 전후戰後 상황에도 반유대주의는 여

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고, 이스라엘의 독립과 냉전, 아랍-이슬람 세

계의 도전 그리고 최근에는 팔레스타인과의 갈등 문제에 그대로 변

형되어 나타나고 있다.

 

 <기억과 편견>- 반유대주의의 뿌리를 찾아서 , 최창모, 책세상,

  22~2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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