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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신학의 흐름16

조회 수 4637 추천 수 0 2013.06.04 15:49:38
 
현대신학의 흐름16
 
오늘은 제3장 계시와 세속 : 본회퍼 / '4. 현대세계의 이중성'을 연재하겠습니다.
어느 신학이나 신학자든지 시대의 아들들이기 때문에 그 신학과 신학자가 몸
담았던 시대의 성격을 먼저 이해하는 게 바른 순서이겠죠. 특히나 본회퍼 신학의
꽃인 '비종교화'가 태어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천천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4. 현대세계의 이중성
 
일단 저자는 본회퍼의 세상 이해가 상당히 복합적이라고 언급합니다. 좋게 이야기
하면 복합적이고, 반대로 이야기 하면 복잡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본회퍼 신학의 토대가 기독론이라면 그의 핵심 사상이 표출되는 것은 '비종교화' 이라는 겁니다.
 
[그가 이해한 세상은 그가 몸담고 있는 구체적인 '현대사회'를 의미한다. 추상적인
세계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 다가올 피안과 대조되는 포괄적인 의미의
이 세상도 아니다
. 본회퍼가 인식한 현대세계는 그 이중성으로 이해된다. 하나는
성숙성이고 다른 하나는 무신성이다
.]
 
 
첫째, 현대사회가 가지는 성숙성 혹은 자율성
 
본회퍼는 오래전 서구문화를 중심으로 세상은 자율을 향해 전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율성이 특히 확대되는 계기를 르네상스 시대로 보고 있습니다. 본회퍼의 말입니다.
 
"대체로 13세기에 시작한 인간의 자율성을 향한 운동은 우리 시대에 있어서 일종의
완성에 도달했다
......인간은 모든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하나님'이라는 작업가설
(working hypothesis)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처리하는 것을 배웠다. 이것은
과학과 예술과 윤리의 문제에 있어서 이미 아무도 그것을 감히 움직일 수 없는
자명한 것이 되었다
."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 세계의 자율성이 확대되다가 그가 살던 시대에 완성된 것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대충 성숙된 세계라 함은 과학, 사회생활, 국가생화라, 예술, 윤리,
종교 등이 발달한 세상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런 세계를 성숙한 세계, 혹은
성인된 세계라고 부릅니다.
 
이 책을 처음 연재할 때 르네상스, 계몽주의를 다루면서 세계 판단의 기준이 신으로부터
인간의 이성으로 옮겨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같은 시각으로 본회퍼도 인간의 자율성에
의해 유지되는 세계는 신을 위한 공간이 점점 더 줄어든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외부로부터의 힘, 곧 초월적인 힘을 거부하도록 교육받는다. 현대인은 이
세상에서 초월적 요소를 배제 한 채 이 세상에 잘 적응하고 뿌리박도록 노력한다
......
현대세계에서는 자신과 세상에 대해 더 이상 종교적 규범에 의한 타율적 형식을
적용할 수 없다
. 성숙한 세계는 그 자체에 자율성의 근거를 가지며 자율적 해석을 요구한다.]
 
본회퍼가 이런 세계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세계가 되었다는
것을 말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자율성이 주어진 만큼 책임성도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물려받은 사회와 자연을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입니다.
 
 
둘째, 현대세계가 가지는 무신성과 허무성
 
성인된 세계가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신의 도움 없이도(신 없이도) 모든 것을
처리해 나갈 수 있게 된 현실을 '무신성', '허무성'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모든 것은 예전처럼 '하나님' 없이도 여전히 잘 진행되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마치
과학의 영역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 보통 일반의 영역에 있어서도 '하나님'은 끊임없이
그 활동의 범위를 억제 당하고 있으며 지반을 잃고 있다
."
 
본회퍼는 이 자율성이 세상살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종교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종교에서도 신에게 의존하는 일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죠.
이렇게 인간이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기에 이 세계는 성인이 되었지만, 동시에
이 세계 속에서 신을 위한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 세계는 '무신성' 세계라는 것입니다.
 
[물론 신을 믿는다고 말하는 얼마의 사람들은 아직 있지만, 그들 역시 이 사회의 자율성의
기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면 그들은 종교적 무신론자이다
. 이런 의미에서, 현대에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실제적으로는 종교적 형식 안에 거하는 무신론자이다
.]
 
본회퍼는 현대세계에서 ''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주제가 되지 못하며, 무신론 자체가
'세속화'돼 버렸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이런 '' 부재에 대한 무신성은 인간에게
허무주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1944627일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십계명을 주해하면서 우상숭배에 대해 고심한
부분을 보겠습니다.
 
"우상은 숭배되는 것이며, 우상숭배는 사람들이 아직도 어떤 것을 숭배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아무것도 숭배하지 않으며, 심지어 우상조차 숭배하지
않는다
.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정녕 허무주의자들이다."
 
결국 세속화의 총체적 귀결은 무신성 이었고 성인된 세상에 속한 현대인에게는 허무주로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본회퍼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율성과 무신성을 동시에 가진 이 현대세계에서
어떻게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가
?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복음을 의미 있게 말할 수
있는가
? 이에 대한 답변이 다음 절()에서 다룰 "기독교의 비종교화"이다.]
 
다음은 비종교화에 대해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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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天命

June 05, 2013

"내일 죽을 것처럼 살며, 영원히 살 것처럼 공부하라 ! "
 간디가 우리 샘터 가족에게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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