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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기독교의 형태와 본질)

 

기도

 

인간이 하나님께 자신의 약함과 한계를 아뢰고 그분의 긍휼과 은총을 바라는 기도는 기독교에서 추구하는

매우 귀한 종교 행위다. 신구약의 인물들은 물론이거니와 2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했던 인물들은

한결같이 기도의 사람들이었다.

 

기도는 일반적으로 영적인 호흡이라고 한다. 이는 곧 자기 삶을 영적인 지평으로 올려놓는 행위다. 자기의 삶을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는 삶의 태도다. 기독교인의 삶은 외면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일상적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그 일상에 영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자기를 절대화하지 않고 하나님을 향해

마음을 열어놓는다. 자신의 모든 행위에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복권이 당첨되기를 바라는 식은 아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그런 투기에 내맡기지

않는다. 오히려 치열한 삶의 한 복판에서 서서 최선을 다한다. 따라서 기도하는 사람은 겉으로 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가장 강한 사람이다. 자기를 열어 놓는 것보다 강한 게 있을까? 이게 곧 기도생활이다.

 

기도의 전형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주기도’(6:5-15). 예수님은 기도의 자세에 대해서

말씀하시기를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하지 말고, 은밀한 중에 기도하며, 중언부언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구하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안다고 하셨다. 얼마나 놀라운 선언인가. 이어서 기도의 한 형식을 가르쳐

주셨다. 주기도의 내용은 하나님의 뜻, 일용할 양식, 죄용서, 시험과 악에서 벗어남이다. 이것뿐이다.

다른 것은 없다. 우리가 기도하는 목적은 이런 주기도의 가르침을 깨닫고 그렇게 살기 위함이지 그 이외에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교회 현실에서 몇 가지 기도의 왜곡 현상을 본다. 우선 기도()의 남발이다. 흡사 기도 조급증,

기도 신경증에 걸려 있는 듯한 모습을 본다. 일종의 기도 만능주의라고나 할는지. 일이 잘 풀리면 기도를

많이 한 탓이라고 하고, 어렵게 되면 기도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나무나 단순하고 명쾌한 해법을

가지고 산다. 기도를 도깨비 방망이나 요술램프와 같이 이해하는 데는 몇 가지 함정이 놓여 있다.

 

첫째, 경쟁사회에서 나와 내 가족이 잘 되면 다른 이가 안 되는 것이 세상 이치인데 자기만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것은 기독교적인 신앙과 근본적으로 대치된다. 내가 열심히 기도해서 내 자녀가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면, 또 다른 학생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둘째, 기도를 통해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것은, 항상 그런 것도 아니지만, 다른 종교에도 거의 똑같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할 수 없다.

 

기도를 기도답게, 기도를 기독교 정신에 맞게 해야 한다. 기도는 자기 의지의 관철이 아니라, 반대로 자기

의지의 포기이다.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도는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무작정 매달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아닌 것을 빨리 깨닫고 받아들이는 자기 결단이다. 결국

기도에서는 기도하는 자가 아니라 기도 받는 자가 주체다. 하나님이 기도의 주체가 된다면 무슨 기도를

드려야 할지 그 방향은 분명해진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원하는 것을 기도하게 된다. 예컨대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질서, 생태계 질서, 통일, 지체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양심수와 장기수, 미혼모와 동성애자,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기도의 제목들이 있다.

 

기도와 같은 종교적 행위가 인간을 의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진정으로 겸손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기도를 열심히 할수록 말씀으로 새로워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헌금

 

한국교회 신자들은 헌금을 정성스럽게 많이 한다. “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6:21)

예수님의 말씀처럼 헌금을 드리는 사람들은 그만큼 신앙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또한 실제적으로 이런 헌금이

있어야만 교회의 복음 활동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헌금 행위는 기독교인에게 귀한 신앙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당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앞서 예배항목을 언급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법적인 의무와 복의 수단으로 여긴다고 말한

것처럼 이 헌금 문제에도 해당된다는 것이 한국교회의 실정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신앙을 법으로 이해하고

복 받는 일에 매우 약한 한국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시켜 헌금을 강요하고 있다. 그 소박한

신앙심을 책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성숙한 신앙을 위하여 잘못된 것은 교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대표적으로 십일조다. 유대인들의 전통인 십일조 헌금을 오늘의 한국 신자들에게 그대로 적용시킨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유대인들의 십일조 제도는 여러 전승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에 일목요연하게 다시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심만 뽑는다면 레위지파의 생활, 빈민구제, 그리고 국세의 개념이 포함된다.

이런 점에서 고대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실행된 십일조 제도와 현재 한국교회에서 시행되는 십일조 개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의 십일조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일종의 나눔과 연대성이다.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취약한 이들과 삶을 나누는 제도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인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단단하게 연대하는 행위다. 유대인들은 그런 사회적 안전장치를 율법화했다. 인간이

이기적이고 욕망지향적이기 때문에 그런 강제적 제도를 통해서라도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해 보려고 했다.

따라서 오늘 우리의 관심은 십일조 제도의 근본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다. 벌 받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 아니면

복 받으려고 헌금하는 게 아니라 원래의 십일조가 지향하던 그 본질로 돌아가면 된다.

 

헌금 문제는 근본적으로 법이 아니라 은총에 속한다. 생존의 위협에 처한 이들과 연대하고 생존조건을 나눈다는

사실도 역시 은총론에서 출발한다. 생명을 은총으로 안다면 우리는 새로운 마음으로 헌금에 임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껏 돈 몇 푼이 대수인가. 십일조가 아니라 십이조나 십구조도 가능하다.

 

하나님의 도둑질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한다면 헌금하지 않는 편이 낫다. 더구나 인간 주제에 어떻게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다. 우리는 잠시 빌려 쓰다 흙으로 돌아갈 운명들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것을 훔쳤느니 아니니 하면서 헌금을 인간의 소유에 준해서 판단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망령된

일이다. 우리가 십일조 헌금을 드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망하거나 굶어죽는 일은 없다. 역으로 단돈

십원도 빼먹지 않고 온전한 십일조 헌금을 드렸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우리의 은행잔고가 차고 넘치는 일도 없다.

마음을 비우고 헌금을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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