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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기독교의 형태와 본질)

 

 

성찬식

 

교회 예배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설교와 성찬식이다. 카톨릭의 경우에 비록 잔은 사제가 독점하고

있지만 빵 만은 매 미사 때마다 신자들에게 분배되는데 반해서, 우리 개신교의 경우에는 비록 잔과 빵이

함께 신자들에게 분배되지만 그 성찬식 자체가 매우 드물게 실행된다. 예배가 설교와 성찬식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데도 성찬식을 생략한다는 것은 기독교의 뿌리를 소홀히 여기는 태도다. 교회에서 성찬식을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명령일 뿐만 아니라, 교회가 예수님을 구원론적으로 믿고

있다는 데 있다. 기독교의 구원론의 핵심이라 할 예수님의 대속적 죽음을 종교적 의식으로 형상화한 것이

바로 성찬예식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근본적으로 성만찬 공동체라고 불린다.

 

초대교회 때 성만찬은 두 가지 형식으로 발전했다. 하나는 신자들이 함께 먹거리를 나누어 먹는 애찬식이며,

다른 하나는 포도주와 작은 빵 조각으로 의식을 거행하는 성찬식이다. 식사를 함께 할 때는 모든 신자들이

참석하지만 성찬 의식은 세례 받은 자들만 참석했다.

 

성만찬의 궁극적인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구원론적 종교의식이며, 다른 하나는 구원론적 삶의 태도다.

종교의식이라는 것은 성만찬에 참여한 자들이 예수의 대속적 죽음을 회상하고 감사한다는 것이며, 삶의

 태도라는 것은 같은 빵과 포도주를 나눈 이들 사이에 형제애를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의 구원론적 본질인 성만찬은 예배순서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로 복원되어야 한다.

 

종교의식적 면은 다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생략하고, 삶의 태도와 연관된 문제를 짚어 보도록 하자.

기독교의 모든 종교의식이 그렇듯이 성찬식도 역시 인간의 삶, 그 생명과 연관되어 있다. 성만찬에 참여한

신자들이 세상에서 성만찬적 삶의 자세를 가지라는 뜻인데, 그것은 곧 빵의 나눔이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밥의 나눔이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통해서, 그리고 최후의 만찬의식을 통해서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떡으로

주셨듯이 그분을 믿는 자들은 세상에서 그런 나눔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 기독교의 성만찬은 이 세상에

참된 구원이 밥의 나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성만찬을 관념적으로만 접근한다면 그 의미를 축소시키는 꼴이다. 성찬식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은혜와 십자가의 고난에 눈물을 흘리고 깊은 한숨으로 주여!’를 외치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밥을 나눌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성만찬 때의 빵과 포도주를 받으면서 굶주리는

북한 동족과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아름답고 귀한 신앙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헌금이 넘쳐나는 도시의 대형교회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농어촌 교회와 성만찬적 연대성을

회복해야 한다. 물질과 영이 일치되는 세계, 밥과 말씀이 하나가 되는 세계, 모든 인간이 같은 밥상에 둘러앉은

세계, 더 나아가 인간과 모든 생물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생명을 이루어가는 세계가 바로 성만찬의 궁극적 미래다.

 

 

목사

 

이제 언급할 것은 조직으로서의 교회 형태다. 먼저 목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을 졸업한 후 3년 과정의 신학석사 학위(M.Div.)를 취득하고 2,3년 간의 목회임상을 거친 후,

목사고시(필기, 구술)에 합격해야 한다. 목사직은 실제적으로 전반적인 교회 업무를 실행하는 위치다.

가장 중요하고 고유한 업무는 설교와 성례 집행이지만 실제로는 교회당 유지나 사무정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일을 지도 감독한다. 성공회나 구세군같이 감독 체계가 확고한 교회에서는 상급기관이 목사를

파송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개교회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목사를 청빙한다.

 

한국교회에서 목사에 대한 인식은 두 가지 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목사의 신격화이다. 목사가 하나님의

대리자인 것처럼, 하나님과 인간의 중간에 있는 존재인 것처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목사는 평신도와 달리

특별한 능력이 있다거나 목사의 말을 듣지 않으면 저주가 임한다는 식의 인식들이다. 신자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어떤 목사들은 자신의 권위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로마 카톨릭과

달리 만인제사장론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목사만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모든 신자가 같은 무게로

하나님과 마주한다.

 

또 다른 하나는 요즘 부쩍 그런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는 현상으로 목사직에 대한 피고용인 의식이다. 기업이

월급 사장을 공채하듯 교회가 목사를 그런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교회가 담임목사를 공개채용

형식으로 뽑는다. 교회 행정을 투명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형식이

교회를 순전히 기업적 차원에서, 즉 상업주의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오늘의 목사직은 여전한 주술적 기대와 새롭게 대두된, 그리고 합리주의로 위장된 도구적이고 기능주의적

성직자관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이런 결과는 이 시대의 속물적 상업주의나 어느 특정한 집단의

정치적 책략이라기보다는 목사 자신의 탓이다. 그 동안 교회를 민주적으로 지도하지 못했고, 신격화되는

현상들을 통제하지 못했으며, 교회성장 이데올로기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고, 때로는 교권적 파당

만들기에 힘을 쏟았고, 더욱이 신학적 전문성을 발전시키지도 못함으로써 평신도의 불신을 받게 되었다.

 

목사는 세계 구원을 외치는 전문가로서 계속적으로 구원론적 깊이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누가 알아주고

아니고는 덮어두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깨닫게 된 그 삶의 깊이, 그 사랑의 정도, 그 구원의 폭을 구도자처럼

심화 시키고 확장시켜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 이외에 달리 그 어디에도 목사의 존재론적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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