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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하나님에 대한 물음)

 

 

하나님에 대한 물음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궁극적인, 우리의 인식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아무도 하나님의 존재론에 대해서 결정적인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 만약

화답을 주고 싶은 자는 교주가 되라.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우리는 비록 불안하지만 다만 성서에

기대어 간접적으로 말할 수 있으며, 역사를 통해서 개념적으로, 인식론적으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존재에 대해서

 

하나님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이러한 유무신론 논쟁은 참으로 오래되었지만 결말은 나지

않았으며, 날 수도 없다.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 하려는 모든 시도는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그만한

강도로 부정될 뿐이다.

 

기독교 조직신학에서는 하나님의 존재 증명을 네 가지 정도로 설명한다. 소위 우주론적 증명,

목적론적 증명, 존재론적 증명, 도덕론적 증명이다. 이런저런 증명들은 세계 현상의 내외적 현상이나

원리들을 살펴보고 그것의 궁극적 원인이나 목적, 결과를 유추함으로써 하나님을 증명코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모든 사물들은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 궁극적 목표로 지향하게 하는

이성적 존재가 하나님이라거나, 영적인 인간이 세상에 있는 걸 보면 인간을 만든 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이다. 이런 증명으로 완전히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완벽한 질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기계적인 우주관이나 인간론에 근거한

이런 논증들은 그런 우주관과 자연관이 깨지면서 아무 쓸모없이 되었다.

 

하나님 존재 문제에 앞서 우리는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존재 자체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만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답변도 길을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존재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우리가 무엇이 존재한다고 할 때 우선적으로 생각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물질이다. 고대 헬라인들은

모든 물질의 최소 단위를 원소(아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현대 미시물리학이 훨씬 작은 물질의

세계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당연한 것을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아무도 원소를 최소 단위로

생각하지 않는다. 원소는 역시 더 작은 입자(양자, 중성자, 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자도 역시

더 작은 입자(쿼크)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미시물리학의 기술이 발전된다면 더 작은 세계가

열려질 것이 틀림없다. 결국은 무엇이 있다(존재)기 보다는 공간과 에너지의 결합일 뿐인 셈이다.

입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일까?

 

우리 눈앞에 보이는 만물은 잠시 잠깐의 현상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변형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사실 우리가 보통 존재라고 부르는 것들은 모두 시간에 종속되어 있을 뿐이다. 모든 존재는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적으로만 존재한다. 인간이 백년을 살았다고 한다면 백년이라는 시간 안에서만 존재할

뿐이지 그것을 초월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결국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과의 연관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를 더욱 당혹하게 하는 문제는 그 시간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40억 년이라고 하는 지구의 나이를 수치상으로 보면 거의 무한한 시간 같지만 우주의 세계에서 볼 때

그저 한 호흡에 불과하다.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그런 경험을 많이 한다. 6, 70살 즘 된 사람은 자기의

과거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모든 존재를 송두리 채

무화시키는 시간의 정체는 또 무엇일까?

 

물리학과 생명공학이 최고조로 발달한 현대에도 무엇을 존재라고 하는지, 과연 존재하는 게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논한다는 것은 공연한 일인지 모른다. , 공간적으로

너무나 미미한 우리의 존재 경험에 근거해서 궁극적 실재이며 모든 존재의 근원인 하나님의 존재

유무를 증명하겠다는 것은 만용이다.

 

우리가 아무리 열광적인 몸짓과 음성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설파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믿음을

정당한 것으로 담보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자기 신념이 강할수록, 자기 독단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이비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는 무조건 목소리만 내지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와 본질, 그 인식

문제를, 비록 그런 과정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라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논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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