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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인간에 대한 물음)

 

 

인간이란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무엇인지 수없이 논의되어 왔지만 바로 이것이다하는 하나의 답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처럼 불가해한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차원, 심리나

무의식 차원,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연구되기는 했지만 사실 그런 모든 시도들은 인간 자체라기보다는

인간에게 나타난 부분적인 현상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서 인간적인 특성을 갖고 살아온 게 기껏해야 몇 십만 년 밖에 되지 않는데,

또한 어쩌면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에 지금껏 지구를 지배하던 수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했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질 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인간에 대해서 무엇을 결정적으로 판단하고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인간이, 하찮아 보이는 생물과 똑같이 죽어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비록

이성적인 존재로서 기술과 법과 예술을 발전시켰다 하더라도 그런 동물이나 곤충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존재의 지평에서는 하루살이나 인간이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소극적인 면에서라도 다음과 같이 말할 수는 있다. 인간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이 말은 인간이 그런 질문을 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을 비롯한 모든

존재하는 것들보다 우월하다기보다는 최소한 다른 것들과 구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채 끊임없이 자기 정체와 실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모색한다.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한 개인으로서나 인류 전체로서나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늘

삶의 중심에 놓아두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 신앙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신앙의 인간론적 바탕

 

불트만은 하나님의 존재를 설명한다고 할 때 역시 그것을 인간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기 때문에 신학은 인간론적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이 진술이 신학을 순전히 인간론으로

축소시키거나 아니면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으로 대체하자는 말은 아니다. 신학이 최소한 인간학적(인문학적)

이해를 전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인간을 구원해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하려면 구원받아야 할

그 인간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다.

 

그런데 교회 현장에서 볼 때 믿음이 좋다고 자부하는 신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신앙을 초인간적인

그 무엇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교회의 가르침도 마찬가지다. 다층다기 한 인간사의 문제를,

믿으면 다 해결된다거나 회개하고 거듭나라고 아주 간단명료한 답변으로 제시한다. 때론 청교도적인

도덕규범을 모든 이들에게 적용시키기도 한다. 교회가 제공하는 가르침이 이런 식이면, 구원의 틀이

너무나 도식적이고 천편일률적이며, 자아도취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철저하게

추상적이고 이원론일 수밖에 없다.

 

왜 이럴 수밖에 없을까? 왜 기독교는 인간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회개하고 구원받으라는

절대 명제만을 지루한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일까? 그 답은 의외로 당연하다. 기독교 신앙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보다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우선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원칙적인 면에서는

옳다. 하나님을 바르게 알고 믿음으로써 죄와 죽음의 질서를 극복하고 의와 생명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죄와 죽음, 의와 생명, 그리고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까지

자동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답은 인간학적 해석에 의해서 주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우리 신앙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곧 현실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기도 하다.

우리 기독교 공동체가 진정으로 하나님 나라를 지향한다면 무신론자,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동성애자가 고민하고 희망하는 세계까지 함께 나눌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이들이 바로 구원받아야

할 구체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교회가 하나의 틀로 주조된 바리새인들처럼 패거리 집단을 이룰 뿐 다층다기 한 인간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구원의 리얼리티는 그 토대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학은 어디까지나

인간론적이어야 한다. 신학과 신앙도 인간론적이어야 할진대 다른 영역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

철학, 역사학, 예술은 물론이고 정치와 경제도 곧 인간론이며, 의학, 자연과학도 마찬가지다. 결국

인간행위는 예외 없이 인간론적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기독교적 인간론이 어떤 범주에서

어떤 관점으로 다루어지는지 그 가닥만이라도 살펴보도록 하자.

 

 

 

*현실로서의 인간

원래 그렇기도 했지만 최근에 들어서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일반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기독교 목사나 신학자의 책보다는 불교 승려들의 책이 훨씬 많이 읽히고 있다는 현상이 그것이다.

그 원인이야 여럿이겠지만 기독교 성직자들이 쓴 책의 내용에 인간론적 바탕이 너무나 부실하다는

것이 첫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교회 신자들은 교회에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인간미를 잃어

간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실존의

두려움, 존재의 무게, 그리고 이런 바탕에서 나오는 삶의 고뇌를 인정하지 않고 믿고 구하면 해결된다

면서 만병통치약을 던져주기만 한다. 전존재의 차원에 속해야 할 신앙이 삶의 편의주의에 함몰되어버린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할 사실은 기독교 신앙은 어떤 추상적인 인간상을 그려놓고 그것에 짜 맞추어

살도록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로 예수님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어떤 종교적

틀 안에서 만난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만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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