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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인간에 대한 물음)

 

 

창조와 진화

 

기독교 신자들이 인간에 대해서 논하게 될 때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바로 진화론이다.

1859년 발행된 다윈의 <종의 기원>은 격렬한 논쟁을 격발시켰다. 다윈의 진화론은 헉슬리와 후커

등의 지지를 받아 졸지에 학문 세계에서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그 후로 여러 나라에서, 주로 기독교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창조론을 가르칠 것이냐, 진화론을 가르칠 것이냐 하는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과학과 종교의 싸움으로 비화된 이 논쟁은 진화론의 승리로 결말이 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과학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지만 성서는 주관적이고 특수하기 때문이다.

 

이제 진화론과 창조론 논쟁은 거의 사라진 것 같지만 그래도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예컨대

창조과학회류의 단체들에 의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진화론의 허점을 과학적으로

짚어내고 성서가 오히려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는 점을 조목조목 변호한다. 성서가 그 시대의

과학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도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노아방주의 흔적, 골리앗의 유골 등을 발견했다느니, 지구의 나이가 6천년에서 일만 년으로 규정하고,

공룡이 인간과 같이 살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몇 가지 과학적 증빙을 통해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이 얼마나 순진한 억지인가?

 

이들이 알아야할 사실은 성서는 인간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지 생물학적(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현상의 근원과 실질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성서나 과학이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그것에 접근하는 방법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따라서 신학적

사유와 과학적 증명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창조론과 진화론 논쟁을 해결하는 길이다. 이제 인간에

대한 질문을 우선 과학적 이해로부터 시작해서 신학적 해석으로 옮겨 가면서 풀어가도록 하자.

 

 

호모 에렉투스

 

아프리카 숲 속에서 다른 동물들과 더불어 나무 열매를 먹고 살던 인간 조상은 지각 변동으로 인한

환경변화로, 2백만 년 전쯤에 직립보행을 완성할 수 있다. 직립, 큰 뇌, 발달된 손가락과 성대를

갖춘 인간은 다른 동물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석기를 사용해서 맹수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뇌가 발달해서 종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의미 있는 의사 교환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들을 호모 에렉투스라고 일컫는데, 오늘의 우리 인류와 거의 흡사하다.

 

핵심은 이것이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인간으로 진화된 단초가 직립 보행에 있었다는 점이다. 지구의

지각 변동으로 인해 숲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직립 보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만약 인류 조상의 발생지라 할 아프리카에 계속 숲이 유지되었더라면 인간 조상은

여전히 침팬지처럼 나무 위에서만 살았을지 모른다.

 

기독교 신앙은 이 진화론을 타파해야만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신앙은 신앙이고 과학은 과학이다.

진화론은 과학적, 현상적으로 진리일 뿐이고 기독교 신앙은 다른 지평에서 영적인 진리를 말한다.

과학이 모든 존재의 신비와 비밀을 풀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오히려 신앙적인 해석이

인간 본질을 더 정확하게 밝힐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다만 어떤 방법을 선택했든지 독단론에 빠지지

말고 서로가 진리의 지평을 넓혀 가면 충분하다. 인간이 침팬지와 공동의 조상에서 진화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절대적으로 옳다 하더라도 성서의 인간 이해는 하나도 손상 받지 않는다. 성서를 귀중하게

생각한다면 과학적인 도그마로 덧칠할 생각을 말고 소박하게 신앙적인 눈으로 읽어야 한다. 그럴 때만

성서는 진화론을 뛰어넘는 위대한 신앙의 문서를 빛나게 될 것이다.

 

 

 

참고)

창조론자 중에서 어떤 이는 이러한 반론을 펼친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진화하지 않는 걸 보니

진화론은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점에서 오류가 있다. 하나는 진화라는 것이

, 이 천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수 만, 수백 만 년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동물원의 원숭이를 십만 년 동안 관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른 하나는 진화론에 의하면

원숭이가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원숭이와(정확하게 말하면 침팬지) 인간이 공동의 조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침팬지와 인간이라는 종으로 개체화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이 개체들끼리

상호적으로 진화되는 일은 없다. 여기서도 열역학 제2원리인 불가역이 통용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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