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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인간에 대한 물음)

 

 

인간은 흙이다.

 

성서는 인간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증언한다. 물론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와 모든

사물과 우주까지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그 중 인간 창조는 그 이외의 동물 창조와는 구별된다.

사람(아담)의 창조로 끝나지 않고 특별히 여자를 창조한다. 물론 동물들도 암수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여자 창조만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아마도 그 당시 여성의 위치를 염두하고, 여자도

역시 남자와 동일하게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창조설화에서 일단 초점은 흙이다. 창세기 27, 319, 시편903절 등의 기록을 보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흙으로 만드셨고,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 인간이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명제가 어디 성서만의 것이겠는가. 어떤 종교적, 철학적 개념 없이도 인간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엄연한 객관적, 생물학적 사실이다. 이러한 보편적 사유에 기초해서

고대의 히브리 성서 기자들은 흙과 연관된 창조설화를 전해주고 있다.

 

인간이 흙으로 지음 받았다는 성서의 진술은 우리에게 생명과 흙의 연관을 깊이 통찰하도록

각성시킨다. 모든 생명의 근원은 흙에서 시작하며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식물들을 보라. 뿌리를

흙에 두고 대기 중에서 탄소동화 작용을 일으키면서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동물들은 이러한 풀이나

나뭇잎을 먹기도 하고 다른 동물을 잡아먹기도 하는데, 그들도 결국은 흙에서 난 것을 먹고 사는

것이다. 인간은 별 것인가. 쌀이나 밀이 몽땅 흙의 소산이고, 소고기도 역시 풀을 먹은 소의 살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흙에서 난 것을 먹고 사는 모든 생명체는,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상관없이 죽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생명의 순환이다. 이런 점에서 구원은 모든 생명의 모태라 할

흙과의 연관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흙의 구원론적 존재론이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인간론의

초보다.

 

오늘의 시대가 인간으로 하여금 가능한대로 흙과 먼지를 밟지 않고 사는 게 행복한 것처럼

강요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삶은 흙으로부터의 소외만 확대시킬 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창세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흙과 하나가 되는 삶,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인간론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신학적, 신앙적 논리도 그 기초를 잃어버린다. 땅이 거룩하다는

출애굽기 35절의 증언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결국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라면 살아

있는 동안에도 흙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구원에 가까운 삶이 아니겠는가.

 

 

영적인 존재

 

창조 기사는 인간이 흙으로 빚어졌다는 사실과 더불어 인간의 영적인 본질을 증언하고 있다.

여호와 하나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2:7)

공동번역에서는 생령으로 번역한다. ‘생령이라고 하든지 이라고 하든지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영성이라는 점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된다는 점이다. 흙이 인간의 한계성을 말한다면

영은 인간의 초월성을 말한다 하겠다. 하나님의 형상(이마고데이)도 역시 이 영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인간은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인간이 흙과 생기, 몸과 영혼으로 구성되었다고 보는 성서적 인간론은 몸과 영이 이원론적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보는 헬라인들의 인간론과 확연히 다르다. 성서적인 면에서 인간의 몸과 영은

통전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죽을 때 육체와 영이 함께 죽지만, 헬라적 사유에서는 인간의 몸만

죽고 영은 불멸한다. 따라서 기독교의 내세관은 완전한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이지만, 헬라인들의

경우에는 영혼불멸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에서 인간의 육체를 천히 여기고 영혼만 거룩하게 보려는

태도는(소위 영혼구원) 기독교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헬라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서적 인간이해에서 물질()과 정신()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인간의 영은

육체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종속되어 있는 것인가? 정확은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몇몇 관점에서 추정해 볼 뿐이다.

 

고대로부터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사유 능력에 있다고 보았다. 비록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다른 동물들보다 뛰어나지 못하더라도 생각할 줄 아는 능력으로 인해서 다른 동물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는 인간이 그 이성의 능력으로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파괴적인 동물이 되어 하나님의 영역이라

할 생명의 본질에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정신활동의 결과다. 육체성을 초월하는

인간의 이런 능력을 놓고 볼 때 정신과 영은 분명히 육체와 구별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의

 이런 정신활동도 생물학적인 작용의 일부라는 학자들이 있기는 하다.(칼 세이건, 앤 드루얀) 그리고

상당한 과학적 증거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인간의 정신적, 영적 활동이 뇌에 의한 생물학적 작용이든지, 아니면 그것과 전혀 지평을 달리하는

초월적 작용이든지 그것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현재 인간의 정신과

영혼이 영적인 현실성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흙과 영이 사랑으로 하나를 이루게 된다면 구원이

임하는 게 아닌가. 흙과 영의 구도가 여전히 신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과

사랑의 현실성을 지향하고 있다면 그는 이미 기독교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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