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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십자가와 부활)

조회 수 3568 추천 수 0 2014.11.04 12:49:42

기독교를 말한다.(십자가와 부활)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갈릴리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에 불을 붙인 예수는 차츰 남하하면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게 되고,

그곳에서 체포당하고 공판을 받고 결국 십자가에 처형된다. 대개의 위대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게 마련이지만 예수 이야기는 무덤에 묻힌지 삼일 째 되던 새벽에 전혀 뜻밖의 상황으로

돌변하게 된다. 부활사건이다. 우리는 여기서 기독교의 초석이라 할 이 십자가와 부활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것이 아니면 기독교라는 종교, 그 문화, 그 역사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중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예루살렘을 향한 도상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겪게 될 끔찍한 사건을 어느 정도라도

예감했는지, 아니면 아무 것도 의식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예수의 공생애 초기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비교적 호의적이었으나 오병이어사건(군중의 규모) 등을 계기로 유대교 고위층은 예수를

위험인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예수에 대한 군중들의 판단이 상반되는 가운데서 유대교 지도자들은

예수를 반율법주의자, 반성전주의자, 반도덕주의자로 낙인찍는다. 그들의 결론은 뻔하다. 예수라는

인물을 처치해야만 했다. 어쩌면 예수 스스로 이런 조짐을 감지했는지도 모른다. 복음서의 기록을 볼

 때(16:13, 8:31 ; 9:30~이하 ; 10:32~이하) 예수는 자신에게 임박하고 있는 십자가형을, 아니면

최소한 어떤 위기를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호랑이굴이라 할 예루살렘으로

입성했다.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서는 예루살렘 입성 이후 예수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매우 풍부하고 세세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그 중에 유월절 만찬, 겟세마네 기도, 체포, 공판, 십자가형 집행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밥상 공동체

 

유월절에는 유대 모든 가정에서 아주 특이한 절차에 따른 유월절 만찬 의식이 실행된다. 주 식단은

양고기, 누룩 넣지 않은 방, 포도주다. 가장이 집례자가 되어서 모든 식구들에게 유월절 내력을 설명해

주면서 자신들이 엑소더스 공동체임을 확인시키고 이 의식의 주체가 하나님인 것을 깨닫게 한다.

예수도 역시 유대인들의 일반적 전통 습관대로 열두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소위 최후의 만찬을

 나누었다. 예수는 빵을 떼고, 포도주를 나눠주면서 제자들에게 자신을 빵이요, 포도주라고 지칭했다.

이 유월절 만찬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의 대속적 죽음을 상징으로 표현한다. 예수는 영적인

구원으로서만이 아니라 몸과 피의 구원까지 포함되는 전인적 구원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으셨다는 뜻이다.

결국 이러한 최후의 유월절 만찬이 기독교의 아주 특별하고 본질적인 종교의식으로 발전했다.

 

예수가 지상에서의 삶을 끝내야할 바로 그 순간에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나눈 유월절 만찬은

기독교 공동체의 정체성을 명징하게 드러내 주는 사건이다. 말 그대로 밥상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이다.

예수가 지향한 하나님 나라는 늘 밥상 공동체적 기초에서 이해된다는 말이다. 오늘의 교회도 역시

이런 지향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해방의 날인 유월절이 이제는 참된 나눔과 친교가 이루어지는

축제가 되었다. 정치적 해방이 이제는 분리와 소외로부터의 해방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통해서 구원의 참 의미를 상징적으로 깨닫게 된 셈이다. 그 전통이 기독교 예배에서

성찬식으로 전승되었다.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제자들과 유월절 만찬을 함께 나눈 예수는 곧 예루살렘 근처의 겟세마네 동산으로 기도하기 위해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갔다. 복음서는 이 순간부터 십자가형이 집행될 때까지 예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외적으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겟세마네에서 머문 몇 시간 동안 예수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측은지심을 갖게까지 한다.

스스로 하나님은 그분이 십자가형을 앞에 두고 이렇게 인간적 한계를 보였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의아스럽게 생각될 수 있다.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수양된 이들이나 의지가 강한 민족 투사들도

자신들의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하는데 하물며 신의 아들이 죽음 앞에서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는

것이 괴이쩍지 않은가. 예수는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아바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14:36)

 

예수가 두려워한 그 본질은 무엇인가? 아무리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극심했다고 해도 성서에서

묘사된 그런 과장된 감정과 태도를 모두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죽음 자체보다는 자신이 감당해왔던

하나님 나라 운동이 이런 죽음으로 인해서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그를 초조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서른 살의 나이로 2년 여 동안 제자들을 삼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사건들과 부닥치면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해 왔지만 아직 성과를 이루지도 못한 상태에서 매우 가깝게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를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기도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14:36)

 

 

 

Epilogue~~

 

죽음 앞에 선 예수의 반응을 각각 다르게 기술하는 복음서의 차이를 두고 진중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정상적인 글 읽기를 했다면 기술내용의 차이로 마땅히 고민해야 할 것인데, 대개는 마지막

복음서를 읽고 감동에 젖어 아멘으로 끝낼 뿐이다. 교회에서는 우스갯말로 내가복음이라는 말이

있다. 성서를 주관적으로 읽고, 주관적으로 신앙하는 방식을 꼬집는 말인데, 예수의 죽음을 한정해서

보면 이렇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류의 죄를 지고 장렬히 전사하는 상()이 있음과 동시에 죽음 앞에 혼자 외로이

피땀까지 흘리며 신음하는 짠한 아저씨 상()이 어지러이 혼재 돼 있다. 부활할 것까지 다 아시는

예수님이 죽음 앞에서 왜 두려워하는지, 자신이 하나님이면서 십자가상에서 아버지께 왜 기도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없다. 어쨌든 그렇게 스토리는 유야무야 전개되고 십자가에 죽은 예수는 부활하고 승천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성령의 능력을 받고, 열심히 전도하자는 다짐으로 내가복음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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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우디

November 05, 2014

<기독교를 말한다>를 언젠가 사서 읽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계속 고품질로 요약해주시면 .... 음, 너무 충분한데요.

 

독자 여러분! 원본에 맞먹는 이런 좋은 요약문을 거저 읽지 마시고,

종종 댓글 답시다. 우리 너무 맹숭맹숭하지 않나요? 

profile

[레벨:21]小木

November 08, 2014

오타 수정했습니다.^^

내 공부라 생각하고 글 올리는 거니, 댓글에 부담 갖지 마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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